"홍 지사의 도발은 일단 성공적이다. 정치인 홍준표의 인지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여론 흐름도 나쁘지 않다. 한국갤럽이 17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홍 지사의 무상급식 결정과 관련해 49%가 '잘한 일', 37%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4년 전 무상급식을 놓고 주민투표까지 벌인 끝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러났던 때와는 온도 차가 크다." - <중앙선데이> 3월 22일자 보수언론과 종편에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폐지'와 관련해 '선별급식 지지여론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들이 하나 같이 인용하는 여론조사가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공개한 '경남도지사 무상급식 관련 결정'에 대한 조사결과가 그것이다.
"최근 경남도지사는 교육청에 제공하던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기존 무상급식 예산 640억 원을 저소득층 지원에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귀하는 이에 대해 잘한 일로 보십니까? 잘못한 일로 보십니까?" - <한국갤럽> 여론조사 질문조사결과 응답자 1002명 중 '잘한 일(49%)', '잘못한 일(37%)' 등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에서 '잘한 일(55%) / 잘못한 일(27%)'로 홍 지사의 선택을 가장 높게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도 '잘한 일(54%)'로 높은 지지결과가 나왔다.
실제 무상급식 폐지가 경남 지역에서는 '잘한 일(38%) / 잘못한 일(47%)'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갤럽>은 "(경남의 여론은) 전국 여론과는 달랐다"고 해석했다.
2011년 오세훈 무상급식 때와 정말 다른가? 당시 여론은...
<중앙선데이>는 홍 지사의 '도발'이 성공적이라며 그 근거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러날 때와는 온도차가 크다"고 기술했다. 과연 그러한가? 그러나 4년 전 여론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오세훈은 주민투표 무산으로 물러났지만, 그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좋았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지난 2011년 8월에 실시됐다. 한달 앞선 7월 23일 <조선일보>가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장했던 '무상급식 단계적 실시'를 지지한 여론이 58.8%였다. '무상급식 전면적 실시'를 지지한 여론은 39.1%였다.
이 여론조사 외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그랬기 때문에 당시 '개표가 아닌 투표율 싸움'이란 얘기가 있었다. 서울시 유권자의 33.3% 이상이 투표해야 개표가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여론조사에서는 20%p 정도 앞서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오 전 시장은 물러났다. 투표율이 25.7%를 기록, 개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두 이슈를 비교해 보자. 홍 지사의 '무상급식 폐지'에 대한 지지는 49%이다. 4년 전 오 전시장의 '단계적 무상급식'에 대한 지지는 58.8%였다. 과연 이를 홍 지사의 도발이 성공적이라거나, 4년 전과는 온도 차이가 크다고 분석할 수가 있는가. 수치상으로는 오히려 그 반대로 해석해야 맞지 않은가.
<한국갤럽>이 고백한 '복지' 여론조사의 한 가지 특징
지난 20일 여론조사를 포함해 <갤럽>이 공개한 '정부의 경제·복지 정책 관련 과거 조사'는 모두 여덟 차례 있었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 어떤 조사항목이든 문항에 '전면 실시 vs. 선별 실시' 문구가 포함돼 있으면 모든 조사에서 '선별 실시'가 압도적 여론지지를 받았다는 대목이다.
2013년 5월 실시된 '5세 이하 영유아 무상보육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소득 상위 계층을 제외한 선별적 무상보육' 75% vs '전면적 무상보육 계속 해야' 20%였다. 이번에 실시된 무상급식 여론조사 결과(홍준표 지사 결정 '잘했다 49%')와 비교해 보면 진정한 '온도 차이'가 확인된다.
이뿐 아니다. 2013년 10월 실시된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조사결과는 동일했다. 모든 어르신이 아닌 "소득을 고려한 선별적 지원"을 택한 응답자가 무려 89%에 달했다. "전면적 지원"을 택한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복지'에 대한 여론조사에 예외는 없었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제도'도 여론조사를 한다면 '소득을 고려한 선별적 무임승차' 지지가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분명한 경향성을 띠고 있는 주제라면 과연 '복지'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알고 있는 <갤럽>은 조심스럽다. 3월 20일 무상급식 관련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갤럽>은 다음의 내용을 첨언했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기초연금,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한국갤럽이 2012년 이후 실시한 여러 복지 정책 관련 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대체로 '전면 실시'보다 '소득 상위를 제외한 선별적 실시' 쪽을 더 많이 지지했다. 그러나 일단 정책을 시행한 이후에는 수혜자와 비수혜자 간 입장 차가 커졌다. 따라서 어떤 복지 정책이든 공표 시행 이후 축소 변경은 쉽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조정이 필요한 경우 전체 국민 여론보다 기존 수혜자의 입장을 좀 더 세심하게 고려하는 등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 <한국갤럽> 3월 20일자 여론조사 결과분석 자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