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굴뚝 위 아래를 연결해야만 하는, 쌍용차 평택공장 70미터 굴뚝 청소부. 나무 없는 나뭇잎 하나. 현 쌍용차 심리치유센터 '와락' 기획팀장. 전 쌍용차 해고자.'
- 이창근 트위터(@Nomadchang) 소개글쌍용차 굴뚝농성이 22일로 100일을 맞았다. 굴뚝은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이 홀로 지키고 있다. 그는 지난 12월 쌍용차 희생자 26명의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70m 높이 굴뚝에 올랐다. 농성 이후 쌍용차 노사 협상은 극적으로 시작됐지만, 이젠 그마저 지지부진한 상태다. 회사측은 여전히 "굴뚝에 올라간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조도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한 발 양보해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이창근 팀장과 김정욱 현 쌍용차 지부 사무국장이 굴뚝에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 13일. 이들은 당시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공장 안 동료들에게 호소하려고 올라왔다, 대법원 판결로 해고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지만 '승자'라 할 수 있는 회사는 해고자 대책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죽지 않고 투쟁하겠다"... 쌍용차 안팎서 '격려').
이후 노·노·사(금속노조-기업노조-쌍용차) 간 다섯 차례에 걸친 실무교섭이 진행됐다. 하지만 협상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지난 11일 김정욱 사무국장이 사측과 대화하겠다며 농성을 풀고 땅을 밟았다. 일주일 뒤, 한 차례 더 실무교섭이 진행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김득중 쌍용차 지부장은 "회사 실무자들이 자세한 안건을 전달받지 못했고, 일정이 하루 앞당겨졌다는 이유로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며 "결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창근 팀장, 100일간 굴뚝 농성... "고맙고 미안한 마음 뿐"
100일을 굴뚝에서 보내고, 10여일을 동료 없이 혼자 지낸 이창근 팀장은 어떨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씩씩했다. 그는 2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금 완벽할 정도로 건강하다"며 "여기도 바람 불면 끈을 다시 묶어야 하고, 천막도 바로잡아야 하는 등 잡일이 많아서 따로 운동도 필요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팀장은 이날 오전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좀 더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100일 동안 내가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때로는 강한 척했다"며 "다른 이들에게 욕설과 비아냥을 퍼부은 것이 미안하지만 제가 살기 위해 했던 일이기에 후회는 없다, 고마움만 있다"고 적었다.
이어 "공장 안 동료를 난 정말 믿고 있는가, 새 쌍용차 사장과 떠나는 사장을 믿었고 (그들에게) 믿음을 줬다 할 수 있나"라 자문하며 "미안한 마음"이라고 쓰기도 했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바라보는 것은 오는 24일이다. 이날 쌍용차 주주총회에서 이유일 사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선다. 해고자들은 지지부진한 협상 국면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있다. 이 팀장은 최근 <경향신문> 기고를 통해 "24일은 공장 안 동료들의 공포의 시간이 끝나고 희망의 시간이 시작되는 날이자 축제의 날이어야 한다"고 적었다.
주총 예정된 24일, 문제 해결 물꼬 트일까김득중 지부장도 "주요한 결정들이 24일에 있고 26일 실무교섭이 예정돼있다"며 "사측이 교섭에서 그저 시간끌기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지를 갖고 좀 더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과 노조가) 6년 넘게 대립각에 있었던 건 알지만, 굴뚝 상황이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걸 고려하면 답답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은 예정된 실무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쌍용차 해고자들도 회사의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곽용섭 쌍용차 홍보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적자가 났고, 아직도 회사가 정상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리든가, 단계적으로 4대 의제(희생자 가족 지원·해고자 복직·손배소 철회 등)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팀장은 "손해배상 소송은 회사뿐 아니라 경찰이 (소송)주체인 것도 있어 풀기 어렵다"며 "(노조가 복직 주장하는) 해고자 중에는 협력업체 소속 분들도 있는데, 이들까지 회사가 책임져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굴뚝 농성에 대해 "굴뚝에 올라간다고 다 해결된다고 하면 누구나 올라가지 않겠나"라며 "그것까지 회사가 수용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