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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산악회에 회원 16명은 트레킹 전문회사인 OOO여행사가 인솔하는 일본 북알프스 트레킹을 계획했다. 4박 5일(2013.7.27~31) 간 트레킹하고 지금에서야 산행기를 쓰는 이유는 산에 대해서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 때문이다. 일본인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산 중 하나인 북알프스는 7월 29일 하산하면서 생사를 넘나들었다. 하산 후 뉴스를 보니 중앙 알프스를 오르던 중 저체온증으로 운명을 달리하신 부산팀 4분이 있었다.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 기자 말

7월 29일 월요일 셋째 날 비(폭풍우)

호타카산장을 이른 아침 6시에 출발하려고 하니 폭풍우가 우리 산악회를 길을 가로막았다. 그럼에도 하산을 강행하였다.
▲ 호타카 산장 호타카산장을 이른 아침 6시에 출발하려고 하니 폭풍우가 우리 산악회를 길을 가로막았다. 그럼에도 하산을 강행하였다.
ⓒ 신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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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하고 어제 저녁에 꾸려 놓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출발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밖에는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여기에 대비해서 준비한 옷가지나 비옷 등으로 배낭을 다시 점검하였다.

안내원이 아침 6시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비가 워낙 많이 와서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산 위의 날씨는 워낙 변덕이 심하여 이런 폭풍우가 내리다가도 그칠 수 있기에 기다렸다.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30분이 지나자 산장을 나서기로 하였다. 이런 폭풍우를 헤치고 하산하려면 굳은 결의가 필요하였기에 불끈 쥔 주먹을 높이 치켜들면서 투쟁을 3번 외치고 출발하였다. 회원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엄청난 폭풍우를 뚫고 정상인 오쿠호다카다케를 향해 오르는 모습
▲ 폭풍우속에서 정상으로 오른 회원들 엄청난 폭풍우를 뚫고 정상인 오쿠호다카다케를 향해 오르는 모습
ⓒ 신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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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카 산장에서 출발한 지 1시간 가량만에 정상가까히 도착하였다.
▲ 정상에 거의 다 온 회원들의 모습 호타카 산장에서 출발한 지 1시간 가량만에 정상가까히 도착하였다.
ⓒ 신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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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산장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산행길이 곧바로 험한 바윗길을 기어오르면서 시작되었다. 오늘 하산 길의 험로를 말해주는 전조에 불과하였다. 기어오르는데 이곳에서도 딱히 길도 표시판도 없고 단지 돌 위의 화살표나 동그라미 표시에 의지해서 가야만 했다.

기어오르는데 얼마 되지 않아 폭우에 강풍이 부는 폭풍우의 속을 걸어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늘 북알프스에 내린 강수량은 200mm가량이고 풍속은 15m/s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이면 이런 날씨에 직원들이 통제해야 하는데 일본은 이런 관리 요원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국립공원에 입산이나 산장 예약이나 텐트치는 것 등이 철저히 개인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기에 통제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고가 나면 자체 회원들이 해결하거나 헬기를 부르면 그 비용은 본인 부담이다. 네팔과 똑같다.

이런 폭풍우 속에서 험한 길을 오르는데 1시간 가까이 소비하고 나니 정상인 오쿠호다카다케(3190m)에 도착하였다. 정상까지 험한 바윗길을 오르는데 한 회원이 뒤처진 걸음이어서 철인 3종을 10번 정도 완주한 선배 회원님과 함께 격려하면서 뒤에서 걸어서 갔으나, 정상 부근에 오니 나도 힘들어서 먼저 올랐다. 그 뒤로 어려운 후미 담당은 다른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하였다.

호쿠호다카다케(3190m)에서 회원들을 몇 명씩 돌아가면서 기념 촬영을 해주다.
▲ 호쿠호다카다케(3190m)에서 기념 촬영 호쿠호다카다케(3190m)에서 회원들을 몇 명씩 돌아가면서 기념 촬영을 해주다.
ⓒ 신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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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쿠호다카다케 정상옆에서 회원들이 단체결의촬영하고 있다.  하의는 완전히 젖어 바지와등산화만도 한 짐이 되었다.
▲ 호쿠호다카다케 정상옆에서 단체 기념촬영 호쿠호다카다케 정상옆에서 회원들이 단체결의촬영하고 있다. 하의는 완전히 젖어 바지와등산화만도 한 짐이 되었다.
ⓒ 신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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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속에서 일본인들이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본인들의 비옷이 상하로 분리되어 있었고, 스패치 착용으로 등산화 속으로 빗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이후 하산 길에 절실히 느낀 것이지만 칼 능선을 쉬지 않고 3시간을 걷는데 완전히 경사가 급한 돌길이었다. 화산이 폭발해 만들어진 돌들이라 자칫하면 구르기 쉬워 앞사람의 머리를 다칠 위험이 매우 컸다. 그래서 일본인들의 일부는 헬멧을 쓰고 산행하고 있었다.

여기에 비해 우리 회원들은 여름옷 몇 개에 비옷도 다수가 일회용이거나 판초우였다. 나는 다행스럽게 코어텍스 재킷을 준비하여 위는 그런대로 보온을 유지하였으나 폭풍우는 발부터 하체 위까지 비바람으로 젖게 만들었다.

우리 회원들은 정상에 오르지 않고, 정상이라고 쓰인 표지판 앞에서 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이 어렵고 험한 산행길을 가는데 사진 한 장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아 내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정상 부근에 온 회원 몇 명씩 사진을 찍어 줬다.

그리고 올라오는 회원들 모습이나 하산할 때 모습 몇 장을 찍어줬다. 정상 부근에 우리 회원들이 다 모일 수 있는 장소가 있어서 기념 촬영도 하였다. 그런데 내 사진기가 방수가 안 되어서 결국은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귀국해서 고치기로 했는데 비용이 꽤나 들어서 배터리를 같이 사용하는 다른 종의 카메라로 구입했다.

정상 부근에서 전체 사진을 찍고 잠시 쉬면서 회원 각자가 옷차림을 최대한 보강하고 출발하였다. 운동으로 단련된 한 선배님은 생활 방수복을 입는 바람에 정상 부근에서 저체온증 기미가 있다면서 먼저 뛰어 내려간다고 하였다.

정상에서 하산길은 칼능선에 험한 급경사의 바위길이었다. 회원들은 폭풍우 속에서 초긴장하면서 하산하였다. 하산길은 옷차림도 문제였지만, 이런 칼능선에 안전 장치는 기껏해야 쇠줄이나 간단한 쇠계단이 전부였다.

정상에서 하산하기 전에 기념촬영
▲ 정상에서 하산하기 전에 기념촬영 정상에서 하산하기 전에 기념촬영
ⓒ 신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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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부터 다케사와사장까지 구르기 쉽고 급경사인 칼능선인 돌길을 쉬지 않고 3시간 동안 내내 걷었다.
▲ 백산일화를 등지고 하산하는 회원들 이 곳부터 다케사와사장까지 구르기 쉽고 급경사인 칼능선인 돌길을 쉬지 않고 3시간 동안 내내 걷었다.
ⓒ 신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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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길이 좁아 반대편에서 온 산행객들과 비켜가기가 쉽지가 않았다. 비탈길에서 엇갈리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오름길이 우선이다. 그런데 다행히 우리 처지를 헤아렸는지 올라오는 일본인 산행객들이 양보해줬다.

이런 산행복 차림으로 하산하는 우리는 끊임없이 저체온증과 실족사 등의 위험성을 안고 생사를 넘나들면서 하산하였다. 하산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 회원들 중에 몇 명은 저체온증의 위험에 노출돼 앞 회원들이 산행길이 지체되면 그 자리에서 계속해서 움직임으로써 그 위기를 극복하였다고 한다.

몇 명의 회원은 굴러서 큰 위험을 겪을 뻔 하였는데 배낭의 끈이나 주위 회원의 도움으로 그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호다카 산장에서 출발하여 정상까지 갔다가 하산하는데 4시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다케사와 산장까지 왔다. 우리 회원들은 17명이 뒤처진 회원이 없게끔 서로 도우면서 끝까지 한 팀으로 내려왔다. 젖먹은 힘까지 다 썼다. 그 결과 사고가 없었다. 그럼에도 사고가 없었던 것은 천운도 작용했다. 지금도 당시 회원들을 만나면 천운도 작용했다고 회상을 한다.

이 하산길 따라 가면 주변의 경관이 장관이라 하는데 전혀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생명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이런 날씨 때문에 아름다운 경관을 전혀 구경할 수 없었던 또 한 군데가  있다. 몇 년 전에 갔던 중국의 장가계였다.

도착한 다케사와 산장에서 한기에 잔뜩 얼었던 몸과 마음을 따뜻한 컵라면과 어묵국 등으로 녹였다. 점심하는 도중 긴급 회의를 하였는데 원래 계획대로 후지산의 산행은 무리란 결론을 내렸다. 원래 계획은 오늘 하산해서 차로 후지산 밑 까지 가서 하차한 다음 2시간을 걸어서 산장까지 가야 하는 계획이었다. 북알프스보다 후지산이 덜 위험하고 산행의 의미가 더 큰데 후지산 날씨가 구름이 끼어 있으나 비가 올 수가 있어 가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상당수 회원들의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호타카산장에서 다케사와산장까지 쉼없이 4시간을 폭풍우속에서 칼능선따라 무사히 하산한 회원들이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하면서 간단히 점심하고 있다.
▲ 무사히 하산하여 다케사와산장에서 간단히 점심하고 있는 회원들 모습 호타카산장에서 다케사와산장까지 쉼없이 4시간을 폭풍우속에서 칼능선따라 무사히 하산한 회원들이 서로 위로와 격려를 하면서 간단히 점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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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길이 최소 8시간인데 초긴장 상태에서 6시간 만에 내려왔다. 그러다 보니 온몸이 쑤시는데 특히 허벅지와 장딴지는 초긴장 상태에서 하산해 쥐가 나서 걸을 때마다 불편하였다. 어제 묵었던 숙소인 가미코지에 와서 간단한 온천욕을 하면서 6시간 이상 폭풍우에서 피로를 씻어냈다. 그런 다음 터미널로 이동하였다. 비는 계속되고 있었다.

가미코지 숙소로부터 이사와시 숙소까지 2시간 이상 거리였다. 4인 1실이었다.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면서 환풍기에 젖은 옷가지나 등산화 등을  너나 할 것 없이 말렸다. 준비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산장에서와는 달리 이 곳 음식은 격식을 차린 음식이었다.

하산해서 호텔에서 젖은 옷가지 등을 말리는 모습
▲ 하산해서 호텔에서 젖은 옷가지 등을 말리는 모습 하산해서 호텔에서 젖은 옷가지 등을 말리는 모습
ⓒ 신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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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라 수산물도 어느 정도 나왔다.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때문에 그리 맛있게만 먹지 않았다. 이동하면서 보니 얼마 전 끝난 일본 참의원 선거 포스터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일본도 전쟁 범죄 후손이 수상으로 극우파가 극성을 부리니 일본 내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와 안전이 심히 걱정되었다.

식사 후 온천욕을 하고 회원들이 한 숙소에 모였다. 자신들이 가져간 술과 안주를 가져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무사 산행을 서로 축하했다.

뉴스를 보니 중앙 알프스를 오르던 중 저체온증으로 운명을 달리하신 부산팀 4분이 있었다. 그 분들을 함께 애도했다. 하산해서 보니 국내 광주에서 난리가 났단다. 광주에선 우리 회원 4명이 운명을 달리했다고 생각했단다. 왜냐하면 처음 방송할 때 산행팀의 지역, 나이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냥 알프스 산행 중 4명 사망이라고 하니 오해할 수밖에. 나도 지인들로부터 무사한지 메시지나 전화 몇 통이 와 있었다. 고마웠다.


태그:#오쿠호다카다케정상, #폭풍우, #다케사와산장, #저체온증, #실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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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에 몸담으면서 교사.교육활동은 현장단위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에서도 변혁이 되어야만 참교육에 이른다고 봅니다.그래서 짧은 소견을 대중적인 전자공간을 담보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전달하고 합니다. 저서로 [자본론노트],[청소년을위한백두선생경제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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