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2월4일)도 지났고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3월 6일)도 지났다. 최근 날씨가 따뜻해 지면서, 개나리와 진달래 개화 소식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봄꽃 소식과 함께 작은 습지에서는 본격적인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이 있다. 바로 양서류들이다.
대전의 대표적 양서류 서식지는 월평공원과 갑천유역이다. 이곳은 산개구리와 두꺼비, 도롱뇽 등의 산란처로 매년 봄이면 많은 양의 양서류 올챙이들을 만날 수 있다. 만년동의 만년교에서 정림동의 가수원교까지 약 4km의 구간에는 크고 작은 습지(웅덩이)가 있다. 때문에 양서류 등은 이런 작은 웅덩이를 산란처로 이용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양서류가 월평공원의 작은 웅덩이에 산란을 했다. 어떤 녀석들은 벌써 올챙이가 돼 있었다.
지난 11일과 21일 두번에 걸쳐 월평공원과 갑천의 작은 습지 다섯 곳을 둘러보았다. 이번 답사를 통해 3개 습지에서 산개구리알 세 덩이를 확인했다. 산개구리알 한 덩이엔 약 5000개의 알이 들어 있으니, 약 1만5000개의 산개구리 올챙이가 나올 예정이다. 이미 알에서 깨어 나온 산개구리 올챙이도 만날 수 있었다.
청주 '원흥이 방죽' 두꺼비로 잘 알려진 두꺼비들은 월평공원 작은 습지에 대량의 알을 낳는다. 약 세 개 지점에서 두꺼비 약 6쌍 정도가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알들을 확인했다. 두꺼비는 긴 관의 형태로 알을 낳는 것이 특징이다. 두개의 기관에 알을 낳는데 약 5000개~1만개를 낳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약 3만에서 6만개의 알을 확인한 셈이다. 이밖에 한 곳에서 도롱뇽 6쌍 정도가 번식한 것으로 추정되는 알들을 만났다.
인간의 손을 많이 타지 않아 아름다운 월평공원
산개구리 올챙이 외에 두꺼비와 도롱뇽의 올챙이는 관찰하지 못했다. 번식시기가 조금 늦은 도롱뇽과 두꺼비의 올챙이는 4월이 되어야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장을 둘러보던 중 두꺼비 사체를 확인하기도 했다. 아마 일찍 나온 두꺼비가 꽃샘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얼어 죽은 듯했다. 봄철 동장군의 위세가 대단한 모양이다. 번식을 하기 위해 나온 두꺼비가 무사히 올라갔으면 좋았으련만... 아쉬움이 남았다.
월평공원과 갑천엔 6월에 번식을 시작하는 맹꽁이, 그리고 계곡에 서식하는 무당개구리와 흐르는 물 등에서 서식하는 옴개구리 등의 다양한 양서류가 산다. 양서류들은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한 종이다. 이동거리가 길지 않아 자유롭게 서식처를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양서류는 서식처가 훼손될 경우 이동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멸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양서류들이 다양하게 서식하는 것으로 볼 때, 월평공원은 인간의 손을 많이 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건강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월평공원과 갑천유역은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1급인 수달과 멸종위기 2급 삵·큰고니·말똥가리,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수달(330호), 미호종개(454호), 원앙(325호), 붉은배새매(323호), 황조롱이(323호), 솔부엉이(324호), 큰고니(201호) IUCN Red List(국제자연보존연맹 적색목록)에 속하는 큰주홍부전나비 1종, 고유종 27종, 특정종 40종, 국외 반출승인 대상종 4종이 확인되는 대전의 중요한 생태계 보고다.
때문에 대전시는 2013년 이런 생태적 가치를 인정하여 환경부에 월평공원과 갑천지역을 보호지역으로 지정 신청했다. 하지만 국가하천을 관리하는 주무 부서인 국토교통부의 협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지정에 난항을 격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현재 전국에서 신청한 하천 보호지역에 대한 입장을 정리중이라고 한다. 국토교통부가 현명한 결단을 내려 보호지역 지정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백지화 했던, 갑천우안도로를 다시 만든다고?
보호지역 지정을 간절히 원하는 이유는, 이 두 지역이 대전시 한복판에 위치한 생태계이다 보니 이런저런 개발계획으로 부터 매번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갑천 우안도로가 대표적인 예이다. 갑천 좌안에 갑천 수변구역 조성사업(약 5500세대와 호수공원 조성)을 추진하면서 입주세대의 교통량 분산을 위해 갑천 우안도로(아래 그림에서보면 갑천이란 글씨의 오른쪽의 세로선)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우안도로는 1997년 천변도시고속화도(민자유료도로)로 계획으로 만년교에서 가수원교까지 갑천의 우안(월평공원 방향)에 건설될 예정이었다. 계획 당시 대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시민사회가 강력 반발했고 백지화가 선언된 2006년 까지 지속적인 갈등을 빚었다.
이후 2007년, 대전시가 월평공원 관통도로(위 그림에 월평공원 아래 가로선) 건설을 추진하면서 다시금 생태계 훼손에 대한 갈등이 빚어졌다. 서남부 신도시 개발에 따른 교통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추진한 관통도로는 2013년 10월 완공되어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대전시는 관통도로 건설 논란이 한창이던 2007~2010년까지, 우안도로 건설은 없다고 환경단체측에 거듭 천명해 왔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백지화 선언을 한 우안도로가 '2020도시계획' 상에 남아 있어 2014년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삭제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대전 지역 한 언론이 대전시가 우안도로 건설을 몰래 추진하려 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대전시가 도시계획위원회에 갑천수변구역을 조성한 후 교통대안으로 갑천 우안도로 건설이 필요하다고 심의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대전시 "현재 우안도로 개설 계획 없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전시는 <디트뉴스>에 보낸 반론 보도문을 보내 "2014년 3월 갑천 좌안도로 폐지를 위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당시 갑천 우안도로 노선 폐지검토 권고사항이 있었다"면서 "5월 2일 도시계획과에 우안도로는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월평공원과 갑천 자연하천구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환경과 경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선 폐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갑천 우안도로를 신규로 개설할 계획이 없고 폐지할 계획이라, 도솔산 및 월평공원 파괴의 우려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대전시는 도시계획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우안도로 건설을 이제 백지화(2020도시계획에서 노선 자체를 삭제)하는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만에 하나 대전시가 시민들 몰래 우안도로 건설을 강행한다면 위 그림의 습지 4~8호의 산란처는 모두 사라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대전시가 폐기되었던 갑천의 우안도로 건설을 다시금 꺼내 든다면 대전시민은 다시 도로건설을 막아 설 수밖에 없다.
생태계의 우수성이 입증된 월평공원은 그 자체로 대전시의 자랑이자 랜드마크다. 대전시는 개발 망령을 접어 두고 이런 생태계 보고인 월평공원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조속히 지정될 수 있도록 환경부·국토교통부와 협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