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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발생한 지 1073일 만에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는 선체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녹이 슬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듭니다. 많은 이들은 이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생존자의 진술,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들을 통해 진실의 실마리를 찾고자, '다시보는 오마이뉴스'를 게재합니다.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습니다. [편집자말]
'복원력이 매우 안 좋은 배에 지나치게 많은 화물을 부실하게 실었는데, 사고 당일 변침을 시도하던 과정에서 조타 실수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11일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의 1심 재판부(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가 정리한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다.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특별조사 결과 역시 같았다.

 사고 이전 세월호의 모습.
사고 이전 세월호의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정상적인 배라면 조타 이유로 안 뒤집어져"

"정상적인 선박이라면 타각에 의한 전복은 있을 수 없다. (충돌 등) 제3의 요인이 없었다면, 단정적으로 말씀드리는데, 조타기 사용만으로 절대 (배가) 뒤집어질 수 없다."

반면 24일 항소심 4차 공판(광주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서경환)에 박한결 3등 항해사 쪽 증인으로 출석한 정대득 목포해양대 항해학부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조타 실수를 침몰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정 교수의 말은 사고 당시 조타기를 잡았던 조준기 조타수의 주장과 통한다. 조 조타수는 수사 단계부터 줄곧 조타 실수를 안 했다고 말해왔다. 오히려 세월호를 140도에서 145도로 변침할 때 배가 너무 많이 돌아가서 반대 방향(좌현)으로 타를 15도쯤 썼다고 했다. 그에게 변침을 지시한 박한결 3등 항해사도 1심 때 "조준기 조타수가 대각도(15도 이상)로 타를 쓴 것 같지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그가 우현으로 타를 15도 이상 꺾는 바람에 세월호가 기울어졌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정 교수는 조타 실수가 없었거나 설령 조준기 조타수가 조타기를 잘못 썼다고 해도 배가 전복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았을 것으로 봤다. 그는 "학자로서 이번 사고를 두고 두 가지 질문이 생겼다"며 "똑같은 구역을 100번 이상 항해한 세월호가 왜 사고가 났으며 60도, 80도가 아닌 겨우 10도 변침하는 맹골수도 쪽에서 사고가 났느냐는 의문이 도저히 해결이 안 됐다"고 말했다.

여러 서적을 뒤져본 정 교수의 결론은 '세월호의 복원력은 애당초 마이너스(-)의 값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세월호가 2014년 4월 15일 출항할 때 이미 복원력이 매우 나쁘거나 마이너스였다고 추정했다. 출항 당시 CCTV영상을 보니 마지막에 트럭 하나를 싣는데도 배가 출렁거린 점이나, 평소 항구에 정박 중일 때도 배가 삐딱하게 서 있었다는 증언, 사고 당일 오전 1~3시쯤 군산 앞바다에서 배가 갑자기 왼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생존자 증언 등이 근거였다.

정 교수의 주장이 맞다면 조준기 조타수의 업무상 과실 혐의는 무죄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자신들의 의뢰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계산한 세월호의 복원력(GM값)은 출항 당시가 0.67m, 사고 당시는 0.59m로 플러스(+)값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추정치는 화물 배치나 무게 등을 다 감안한 결과라고 했다.

정 교수는 "그럼 저는 (세월호의 복원력은 플러스값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화물의 이동이 있었음에도 (사고 당시 GM값이) 0.59가 나왔다면 이 선박은 전복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가 거듭 "연료 소비량과 화물 이동 모두를 고려해서도 그 값이 나온다면 세월호는 전복되어선 안 된다"고 하자 검찰은 "그렇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세월호 유족 법률대리인 박주민 변호사는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검찰의 조타 실수 주장은 우리도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고 말해왔다"고 했다. 그는 "시뮬레이션 실험에 쓴 마찰계수나 타각 등 역시 전부 추정치"라며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간에 검찰이 설정한 침몰 원인의 설득력이 약하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세월호 특위)가 점검해봐야 한다"고 얘기했다.

'점검'에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전문가 자문단 보고서의 검증이다. 박 변호사는 "전문가 감정 보고서가 선원이나 유족들에게만 공개된 점이 아쉽다"며 "교차 검증을 받으면 의혹들도 더욱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정대득 교수 역시 지난 24일 법정에서 "시뮬레이션 실험이 학계에서 인정받으려면 다른 사람이 재연 가능하도록 (실험) 방법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실험 변수를 통제하더라도 모의 실험은 실제 상황과 100% 일치할 수 없어서다.

가정 끝에 나온 결론... 세월호가 필요한 이유

 지난해 4월 16일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의 모습.
지난해 4월 16일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의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또 다른 조건은 세월호다. 박주민 변호사는 "전문가 자문단 보고서도 진술 등을 바탕으로 세월호의 상태를 추정했을 뿐이니 그 내용을 보완하려면 선체의 정확한 상태를 알아야 한다"며 "인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대득 교수는 공판 때 스웨덴 전함 '바사호' 이야기를 꺼냈다. 1628년 8월 10일 스톡홀름항을 떠난 바사호는 첫 항해를 나서자마자 갑작스런 돌풍에 쓰러졌다. 333년 뒤인 1961년 스웨덴은 선체를 인양해 조사한 결과 애초 설계보다 더 많은 대포를 싣는 바람에 바사호가 복원력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5년간의 인양 작업 끝에 육지로 올라온 바사호는 현재 박물관에서 영구 보존 중이다.

정 교수는 이 일화를 소개하며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 못하면 동일한 사고는 계속 발생한다, 이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고인들과 별 다른 관계는 없지만 자신이 증인으로 나온 계기라고도 했다.

"후손들이 우리가 밝혀내지 못한 침몰 원인을 규명하면 뭐라고 하겠나. 이런 원인 하나 제대로 규명 못하고, 원인도 모르면서 관계자를 처벌하고, 이로 인해 희생자는 제대로 추모 못한, 아주 야만적인 2015년의 대한민국이라고 할 것이다. 저는 이게 가장 두렵다. 세월호는 아직 인양도 되지 않았다. 사고 원인은 좀 더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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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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