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학교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끊은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 "큰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육감은 27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경남도민 대토론회'에서 기조강연했다.
김 전 교육감은 '막스 베버'가 했던 말을 인용하면서 "정치가는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거나 '정치에 의존하는 정치'를 한다"며 "모두 권모술수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두 부류가 달라진다, '정치를 위하는 정치인'이라도 권모술수를 전혀 안 쓸 수는 없고, '정치에 의존하는 정치인'은 사익을 위한 권모술수다"고 말했다.
김 전 교육감은 "홍준표 지사는 그동안 여러 가지 역할을 해오고 정당사에서 나름대로 위상을 해왔다"며 "그러나 무상급식 판단은 큰 실수다, 무상급식은 진보와 보수문제가 아니고 여야 문제도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밥 한 끼 편안하게 나눌 수 있도록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조상과 국민들은 밥을 어떻게 생각해 왔나, 사마천의 <사기>에 보면 '백성은 밥을 하늘로 여긴다'는 말이 있다, 다 함께 존중하고 나누는 것으로 되어 있고 그런 것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급식 문제를 그렇게 함부로 이기적이고 정략적으로 다루는 것은 참으로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예산지원을 거부하며 주민투표를 실시해 사퇴했던 적이 있다. 김 전 교육감은 "그때 오 전 시장한테 편지를 보냈다"며 "오 전 시장은 여러 가지 역할을 했고 '정치정화'와 관련해 '오세훈법'도 발의하고 큰 역할을 했지만, 이 문제만은 본인이 판단하고 고집 피운 것을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했다, 안타깝게 밀어붙인 본인이 시장에서 물러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홍준표 지사였다"며 "이번에도 홍 지사한테 보내는 편지를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썼던 적이 있다(관련기사 :
김상곤 전 교육감이 홍준표 지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안타깝다, 홍 지사도 어렵게 자란 속에서 나름대로 입지전적으로 성장하기까지 크게 역할을 했는데, 그러나 지금 도민에 반하는 판단을 하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 전 교육감은 홍 지사가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 판단을 하면서 3가지 오류를 범했다고 했다. 홍 지사가 '학교는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고 한 말에 대해, 김 전 교육감은 "이전에는 그런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지적 능력만을 키우는 게 교육이 아니다, 시민으로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시민으로 생활하는 포괄적인 능력을 북돋아주는 게 교육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 지사는 어렸을 때 알고 있었던 학교 그 이상으로 지식이 발전하지 못했다, 소시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현대적 교육의 개념이나 학교의 역할을 전혀 깨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평등과 관련한 오류를 범했다'는 것. 김 전 교육감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하고 국민소득 수준도 올라갔다고 하는데 국민 개개인은 실감하지 못한다"며 "이제는 함께 나누고 국민한테 베풀어 주는 국가나 지자체가 되는 게 필요하다, 도민이나 학생이나 골고루 함께 나누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상급식과 관련해 몇 차례 국민적 동의가 있었다"또 '홍 지사는 국민에 대해 잘못을 했다'고 김 전 교육감은 지적했다. 그는 "무상급식과 관련해 몇 차례 국민적 동의가 있었다, 가장 먼저 무상급식을 시작한 곳은 경남 거창이고 그 뒤 확대해 나갔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적 동의를 얻었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70~80%가 무상급식에 동의한다고 언론에서 보도했다, 이는 국민적 동의를 거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를 거부하고 예산 지원을 폐지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무상급식은 헌법정신이라고도 했다. 김 전 교육감은 "헌법이 9차례 고쳐지면서 때로는 반민주적 헌법도 거쳤지만, 우리 헌법의 기본 가치는 자유·평등·박애다, 바로 홍익인간 정신이다"며 "결핍으로부터 자유와 가난으로부터의 자유를 지원하는 것이 무상급식이다, 눈치 보지 않고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평등이 무상급식이다, 돈 못 내고 눈치 봐야 하는 아이가 있다면 마음이 편하지 않아 연민을 느끼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박애가 무상급식이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는 것. 김 전 교육감은 "경기도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면서 친환경 유기농 하는 농가와 계약을 맺었고, 농민들은 계획적으로 자기 농업하면서 생산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농민 소득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과정에 보탬이 되었다, 무상급식을 통해 소비자 물가가 조절되었다는 통계도 있다"고 밝혔다.
농림수산부가 무상급식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 전 교육감은 "미국은 농림부에서 급식 문제를 다루고, 20~30년 전부터 아침 급식에 대해 권고를 한다, 농림부도 급식 예산 일부를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경남도에서 처음 시작했던 무상급식이다"며 "홍 지사가 무상급식을 이렇게 만든 것은 실망이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고, 제대로 회복해야 한다는 운동을 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히 해봐야 할 사안이라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일이고 우리 교육을 위해서도 그렇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도 이 사안은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토론회는 시민참여정책연구소와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민주의정동우회가 공동으로 마련했으며, 여영국 경남도의원과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위원장,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공동대표, 조형래 전 교육위원, 추재경 학부모, 고영남 인제대 법대 교수가 발제․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