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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립씨가 미국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돌아가신 위안부들의 혼을 기리는 넋전춤을 공연하고 있다.
이효립씨가 미국 글렌데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돌아가신 위안부들의 혼을 기리는 넋전춤을 공연하고 있다. ⓒ 이철호

지난 2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글렌데일 시립 중앙도서관 앞 시립 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작은 공연이 열렸다.

지난 2013년 해외에 처음 모습을 보인 이 소녀상은, 미국 내 공공부지에 세워진 최초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시설이기도 하다. 이 공연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인형극·가면극을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미국 사회에 알려온 제이미 김씨와 엄정애씨, 그리고 한국 안산에서 전통극을 통해 세상을 보듬는 일을 해온 나무움직임연구소의 이효립씨가 같이 준비했다.

이효립씨는 넋전춤으로 돌아가신 위안부들의 넋을 위로했다. 넋전이란 숨진 사람의 넋을 기릴 때 사용하는 인형으로, 사람 모양의 종이 인형이다. 이 인형으로 죽은 이들의 한과 억울함을 풀어내는 춤을 넋전춤이라 한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바쳐진 넋전춤

 이효립씨가 지난 3월 4일 LA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들의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 사인회에서 창작극을 공연하고 있다.
이효립씨가 지난 3월 4일 LA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들의 <금요일엔 돌아오렴> 북 사인회에서 창작극을 공연하고 있다. ⓒ 김영순

이 공연은 이씨와 김씨가 지난 한 달 동안 준비하고 보여준 많은 공연들의 마지막 행사였다. 이효립씨가 미국에 도착한 2월 중순부터 이어진 20여 차례의 공연은 '굽이굽이 길 따라 꽃이 피어나는 작은 공연'이라 이름 붙여졌다.

제이미씨는 이 공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아프리카 이름 중에 우리 모두의 아이(Everybody's Child) 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 있어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이 세상 아이들이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면 정말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라고요. '굽이굽이 길 따라 꽃이 피어나는 작은 공연'은 길 위에서 유랑하는 작고 작은 공연이에요. 세상 모두의 아이와 엄마가 서로 마음을 모아 만들어 가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작고 작지만 감동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세월호에 관련하여 무엇을 함께 할까 생각하다가, 세월호 엄마와 아이가 여행하며 '우리 모두의 아이'에 대한 의미를 찾는,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창하게 기획해서 하는 공연이 아니라 아는 사람들을 방문하면서 '우리 모두의 아이'에 대한 노래, 몸짓, 덕담, 삶의 경험담, 굿 등을 담아 가는, 가는 곳 전체가 하나의 공연이 되는 그런 공연을 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이효립씨와 이씨의 딸인 만세양 그리고 엄정애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굽이굽이... 공연'을 하고 있다.
이효립씨와 이씨의 딸인 만세양 그리고 엄정애씨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굽이굽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제이미 김

이 둘은 로스앤젤레스 각 지역에서 10여 차례의 공연과 전시를 했다. 특히 미국 원주민들의 봄맞이 행사(Native American Sweat Lodge Ceremony)를 함께 하면서 두 문화 간 많은 공통점을 확인하고 놀라웠다고 전한다. 어느 지역을 가든지, 탈을 쓰고 세월호를 알리는 도구를 들고 공연하는 일행은 미국인들의 눈길을 끌었다.

우연찮게 세월호 유가족들의 미국 각 도시 간담회 일정과 맞아서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지역 행사에 같이 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독수리 5인방 보자기, LA 구조센터에 남겨졌다)

이효립씨는 안산시에 있는 나무움직임연구소의 소장이다. 그동안 연극을 통해 문화를 배우고,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공연을 해왔다. 아이들이 직접 인형을 만들어 공연을 제작하는 작업도 이 공연의 일부이다. 특히 오지마을의 아이들, 장애우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공연을 해왔다. 1년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는 주로 안산시에서 열린 동네촛불문화제에 같이 참여해오고 있다.

'굽이굽이 길 따라 꽃이 피어나는 작은 공연'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위로하는 공연으로 마무리된 데는 이유가 있다.

"한 가지 이유입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입니다."

한편, '평화의 소녀상'이 역사를 왜곡한다는 이유로 철거를 요구하며 글렌데일 시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아직 연방법원에 계류 중이다. 지난 2014년 2월, 일본계 미국인 2명과 일본극우단체가 미국 연방법원에 제기한 이 소송은 같은 해 8월 기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항소로 아직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같은 해, 원고가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 제기한 소송이 기각된 데다가, 글렌데일 시가 소녀상 철거 주장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를 부정한다며 신청한 '전략적 봉쇄소송 억제(Anti-Slapp)'를 지난 3월 주 법원이 받아들였다. 평화의 소녀상은 글렌데일 시 공유지에 계속 머무를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평화의 소녀상#세월호#이효립#나무움직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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