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Legatum Institute)가 실시한 조사에서 살기 좋은 나라 세계 5위에 오른 캐나다. 세계 5위로 선정될 수 있었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경제수준, 교육, 의료, 복지, 안전&보안, 개인의 자유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캐나다에 가면 그 이유를 평범한 일상 속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바로 캐나다의 대중교통, 특히 버스에 관한 것이다.
캐나다의 버스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있다. 한국과 달리 모든 버스에 장애인들을 위한 최소 2대의 휠체어(전동휠체어, 보행보조기 등 포함)가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모차를 끄는 부모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 노약자 등은 버스가 위, 아래로 움직이는 닐링(Kneeling)시스템을 통해 무릎에 부담을 줄이면서 최대한 편리하게 승∙하차할 수 있다.
버스 기사는 버스 문턱을 지면 쪽으로 최대한 낮춰 이들이 보다 수월하게 탈 수 있게끔 돕는다. 특히 휠체어를 탄 사람이 승∙하차할 시 버스와 지면을 잇는 경사로가 놓이도록 하는 장치도 있다. 더욱 시선을 끄는 것은 휠체어를 탄 사람이 무사히 타고 내릴 때까지 질서 있게 기다리는 캐나다인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버스 기사 처우도 높아 서비스 질 향상
핸디다트(HandyDART)라는 장애인 전용 버스는 대중교통을 본인의 힘으로 이용하기 힘든 특별장애인들이 이용한다. 버스 기사가 집 앞에서 목적지까지 직접 안내하는 편의를 제공하며 비용은 오히려 일반 요금에 비해 저렴하다.
벤쿠버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 롭씨는 "22년 전 시력을 완전히 잃어 앞이 보이지 않지만 거의 매일 버스를 이용한다"며 "버스정류장 안내 시스템, 장애인 전용 좌석, 친절한 기사 등으로 인해 타고 내리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이어 "캐나다의 버스 시스템은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며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라는 의식이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버스기사의 사회∙제도적 처우 역시 한국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캐나다 대중교통 버스 기사는 공무원 신분이며 약 2년이 지나면 시간당 30불 이상을 받을 만큼 소득이 높다. 의료 혜택은 물론 유급 휴가, 병가, 퇴직 연금 등 각종 혜택이 많다. 사회적 인식 수준이 높고, 자격 요건이 열 가지가 넘을 정도로 까다로워 기사들의 자부심도 높다고 한다.
벤쿠버에서 25년째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브랜든씨는 "버스기사로써 내 직업에 만족하며, 사람들로부터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라며 "근무환경이나 월급도 만족스러워 친절을 위해 항상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캐나다 버스 시스템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게끔 설계된 장치, 캐나다인의 세련된 시민 의식, 버스 기사에 대한 높은 사회∙제도적 처우 등 세 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살기 좋은 나라 캐나다의 버스는 오늘도 사람을 싣고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