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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교과서 6종 집필진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수정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교육부의 수정명령이 모두 적법했다며 '금성출판사와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지학사, 천재교육은 한국사 교과서에서 총 30곳을 고쳐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8년 '좌편향 교과서' 논란 당시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했던 대법원 판단과는 전혀 달랐다.

지난 2013년 교육부는 '우편향' 논란에 휘말린 교학사뿐 아니라 금성출판사 등 다른 7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두고 수정명령을 내렸다. 교육부는 "교과서를 두고 제기된 논란을 해소하고 오류를 시정하겠다"라면서 "이번 조치로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올바른 역사를 보급, 우리 학생들이 바람직한 역사인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과서 6종의 저자들은 이에 반발하며 곧바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교육부 수정명령 바로 가기).

교육부 주장은 '모두 맞다'고 손들어 준 법원

2일 재판부는 모든 쟁점에 대해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의 재량권을 매우 폭넓게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우선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저자들은 2013년 10월 21일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 총 829건을 수정·보완하라고 권고한 내용을 '수정심의회'가 11월 29일과 12월 10일에 나눠 승인한 일은 모두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두 위원회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재판부 역시 이 점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불분명하더라도 자문위원회는 말 그대로 '자문'을 하는 곳이고 수정심의회는 검정제도의 취지와 비슷한 절차로 볼 수 있다며 두 위원회의 논의 과정과 결론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내용면에서도 교육부의 완승이었다. 재판부는 수정명령 대상이 된 부분들은 ▲ 오해 또는 오인의 소지가 있거나 ▲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안의 서술 비중이 적어 다른 쟁점과 균형을 맞춰야 하고 ▲ 행위 주체를 명시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해당 교과서들이 남북 분단 책임이 남한에만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북한 체제의 한계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교육부의 주장을 전부 받아들였다.

그러나 법원이 학자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마저 '틀리다'는 식으로 단정한 대목도 있었다. 재판부는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박정희 정부 시절 지나친 외자 도입을 꼽은 것은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확대한 잘못된 서술"이라고 판단했다. 또 1960~1970년대 경제정책을 평가하며 '고도성장의 혜택이 편중되다,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되다'란 소제목을 쓴 것 등을 볼 때 "해당 교과서는 경제성장에 대한 부정적 서술이 거의 대부분"이라며 "경제성장의 장·단점을 모두 보여주라는 수정명령은 적절하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소 민감한 대북 문제를 두고 교육부와 저자가 다투는 곳에서도 전부 교육부 편에 섰다. '천안함 사건'은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바꾸고, 이 일이 '북한에 의해' 일어났다고 못 박아야 한다는 교육부 주장이 적절하다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비록 북한에 의해 발생한 부정적인 역사적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역사적 진실"이라면서 "진실한 바탕 위에서 북한과의 대립과 갈등을 넘어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해진다"라고 밝혔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머지 사안들도 수정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학자의 관점'도 국가의 판단대상인가

 지난 2013년 12월 12일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수정 '강요'에 반대하는 한국사 전공 대학원생 모임 소속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 중인 모습.
지난 2013년 12월 12일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수정 '강요'에 반대하는 한국사 전공 대학원생 모임 소속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 중인 모습. ⓒ 유성호

집필진 쪽 변호인 이영기 변호사는 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명백한 오류가 없는데도 (교육부가 해당 교과서를) 수정했고, 법원은 그 필요성을 인정해버렸다"라면서 "국가나 법원이 학문적 입장에 개입·판단할 수 있다는 황당무계한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교과서 자체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면 당연히 수정해야 하지만 '관점'이나 '서술방식'을 문제 삼은 교육부나 그들의 주장을 온전히 수용한 법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수정명령 집행 절차를 두고 저자들과 교육부가 맞선 부분을 두고는 "법원이 어영부영 폭넓게 교육부 주장을 받아줬다"라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1심 판결이 검정제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사 교과서 발행제도는 현재 출판사마다 기준을 충족하면 되는 검정제다. 다양한 관점을 폭넓게 허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교육부는 자신들이 직접 교과서를 만드는 국정교과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만들려는 흐름에 사법부가 동참한 것"이라면서 우려하기도 했다. 교과서 저자들은 조만간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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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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