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월오월>이란 작품으로 주목을 받은 홍성담 작가와 월남한 선무 작가가 오는 17일 독일 베를린 NGBK(신사회미술협회) 갤러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에서 금지된 이미지'(아래 금지된 이미지) 전시에 참여하기 위해 <골든타임>(홍성담)과 <이념>(선무) 등 작품 10여 점을 국내 미술품 운송회사를 이용해 독일로 보내려 했으나, 관련 업체들이 운송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베를린으로 출국한 홍 작가는 출국에 앞서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전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독일 베를린 NGBK가 여는 '금지된 이미지'는 어떤 전시인가?"독일은 올해 종전 7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며, 반전 평화를 위한 예술 활동을 공모했는데, 이에 당선된 기획전이다. 독일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다. 전시 제목은 '금지된 이미지'다. 국가폭력으로 예술표현의 자유가 통제되는 상황을 알리는 전시다. 또 금지 당한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인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베를린 전시에 이어 드레스덴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 어떤 작가들이 참여하나?"대만 2명, 일본 4명 등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동아시아 3개국에서 국가폭력에 반대하는 8인의 작가가 참가한다. 한국은 선무 작가와 함께 내가 초대를 받았다."
- 홍성담 작가의 어떤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인가?"<세월오월>을 비롯해 <골든타임> <유신스타일> <꽃놀이> <닭대가리> 등 5점이 전시될 예정인데, 문제가 생겼다."
- 어떤 문제인가?"운송회사가 작품 운송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 무슨 이야기인가. "한 운송회사로부터 지난달 23일인가? (독일운송회사 의뢰에 따라) 작품 운송하러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그날 아침 갑자기 '운송을 못하겠다'는 전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무슨 소리냐?' 그랬더니 '아침에 갑자기 (운송회사) 중역회의가 열렸고, 거기서 이 작품들을 (독일전시장으로) 운송했다가는 회사가 파산 당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며 일방적으로 운송을 못하겠다는 통보를 해왔다."
- 독일 '금지된 이미지' 기획 측에서 황당해 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사실을 인지한 독일측 운송회사가 한국의 다른 몇 운송회사들에게 운송의뢰를 했지만, 모두 '홍성담 작품은 운송할 수 없다'고 하여 작품전시가 좌절된 상황이다."
- 한국의 다른 운송회사도 홍성담 작가의 작품을 운송 못하겠다고 했나. "그렇다. 당국의 어떤 입김이 작용했는지, 운송회사 자체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쪽이든 둘 다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전시 주최측에서 처음 운송을 의뢰했던 운송회사에 공식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상태다. 예술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운송회사가 아니라면 어떻게 하나같이 운송거부를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작품을 운송하지 못하면 독일 전시는 어떻게 되는가?"어처구니없어 실소가 나온다. 그림이 못 가면 나라도 빨리 가서 벽에다 직접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남기려 한다. 예술적으로(하하하...) 무엇을 그릴 것인가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할 것이다."
- 다른 어려움은 없는가?
"독일 주재 한국대사관이 전시기획자에게 연락을 했단다. '홍성담이 언제 오냐? 일정이 어떻게 되는가?'를 물어 봤다는 거다. 그래서 주최측에서 혼자 쓰는 공간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네 명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옮기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이번에 주요 작품이 운송거부 당하면서 베를린 전시에 이어 6월부터 3개월 동안 하기로 한 드레스덴 전시도 무산되고 말았다. 드레스덴 전시기획자는 예산 부족을 취소 이유로 밝혔지만, 취소 시점이 작품운송거부와 동시에 이뤄진 것이라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는 게 홍 작가의 입장이다.
한편 홍성담 작가는 작년 광주 비엔날레에 정부의 허술한 대응으로 빚어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작품에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해 전시 거부를 당하며 예술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세계를 뒤흔든 사상가(Thinker)' 100인 중 한 명으로 홍성담 화백을 뽑았다.
이번에 홍 작가와 금지된 이미지에 작품을 내게 된 선무(線無) 작가. 월남해 실명을 밝힐 수 없는 그는 '선 없음', '경계 없음'을 뜻하는 선무라는 단어를 필명으로 사용한다. 그가 실명을 공개할 수 없는 이유는 북한에 있는 부모형제의 신변위협을 우려해서다. 그가 중국을 거쳐 남으로 넘어와 작품활동을 한 지 10년이 넘었다. 선무 작가는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과 저항뿐 아니라 현재 남과 북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표현의 소재로 삼고 있다.
현재 그는 미국, 중국, 독일, 노르웨이 등 세계를 누비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작년엔 베이징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갑자기 북한 공안 당국으로부터 전시 폐쇄 압력을 받는 등 신변 위협까지 겪은 바 있다. 이번에는 베를린 금지된 이미지 전에 출품하기 위해 작품 운송을 기다리던 중 홍 작가와 마찬가지로 운송회사로부터 "우리는 작품운송을 하지 않겠다"는 전화를 받고 황당해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다른 운송회사가 오겠지 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베를린 금지된 이미지 전시 기획자로 부터 '한국의 미술품운송회사가 자체검열인지, 기관의 압력인지 몰라도, 특정작가의 작품운송을 거부하고, 그로 인해 독일로 작품 반입이 안 되고 있다'라는 연락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전시제목: [금지 된 이미지]동아시아 민주주의의 통제 및 검열
전시기간: 2015.4.18-6.14
전시장소: 독일 베를린 nGbK
지 원:한국 Verband와 베를린타마 미술 대학 박물관갤러리. 베를린무라타 친구들.
이벤트 프로그램
4월 17일 (금요일), 19 시 - 홍성담, 선무 작가의 개막 퍼포먼스
4월 19일 (일요일), 15 시 - 후기식민 관점에서 현대 상하이와 전쟁 : 만화가 히로코 사카모토 강의
4월 22일 (수요일), 19 시 - 홍성담, 타에코 토미 야마와 아티스트 토크
5월 07일 (수요일), 10-20시- [야스쿠니, 독일 오크에서 70년 전쟁의 끝과 동아시아와 영광]- 증인, 강연, 패널 토론 등
5월 17일 (일요일), 10시- 홍성담 가이드 투어"광주 학살" 1980 년 월의 메모리에(한국어)
5월 20일 (수요일), 17시- 홍성담작가의 가이드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