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남의 고등학생들이 무상급식 지원예산을 끊은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고 나섰다.

경남의 고등학생들은 '홍준표 지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기도 했으며 기자회견과 거리행진을 했다. 또 마라톤대회에서 '급식도 교육이다'는 몸벽보를 붙이고 달리기도 했다.

 합천 원경고등학교 학생들이 5일 제14회 합천벚꽃마라톤대회에 "경남도지사님 무상급식은 아이들 행복입니다"고 쓴 몸벽보를 붙이고 참석했다.
합천 원경고등학교 학생들이 5일 제14회 합천벚꽃마라톤대회에 "경남도지사님 무상급식은 아이들 행복입니다"고 쓴 몸벽보를 붙이고 참석했다. ⓒ 윤성효

태봉고 이현진 학생 편지에 '훈계 당한 도지사 체면이 영'

창원 마산태봉고 이현진(1년) 학생은 지난 3월 30일 <한겨레>에  '홍준표 지사께 드리는 편지'를 기고했다. 이 편지는 누리꾼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언론들은 이를 두고 "홍준표에 편지 보낸 고등학생, 차분하게 조목조목 비판"이라거나 "홍준표 고등학생 편지, 훈계 당한 도지사님 체면이 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홍 지사가 '학교는 공부하러 가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고 한 말에 대해, 이현진 학생은 "지사님께도 분명히 학창 시절이 있었을 텐데 정말 모범생이셨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그냥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닌, 삶 전부가 담긴 작은 우주입니다"며 "만약 어른들께 회사는 일만 해야 하는 곳이라면 어떤 심정일까 궁금해집니다"고 말했다.

기숙사 생활하는 태봉고 학생들은 삼시세끼를 학교에서 먹는데, 이 학생은 "최소한 하루 세 번은 즐겁고 행복합니다"며 "친구와 싸워서 서먹서먹하더라도 고기 한 점을 얹어주면서 화해하고, 특식이 나오는 날은 서로 아옹다옹 뺏어먹기도 합니다, 학교 안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있는 공간은 급식소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사님에게는 우습게 들리시겠지만 밥 먹는 것도 공부입니다"며 "어릴 때 아는 스님께서 '쌀 한 톨에 온 우주가 담겨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밥알을 지저분하게 남기지 않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책상 못지않게 식탁에서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고 했다.

홍 지사가 '선별복지'를 주장한 것에 대해, 이 학생은 "누구는 가난해서 공짜밥 먹고 누군 형편이 좋아서 돈 내고 밥 먹고, 이렇게 되면 학교 분위기는 확 바뀔지도 모릅니다"며 "자신의 가난을 식사 때마다 느껴야 하는 아이가 과연 복지 혜택에 감사할까요? 모두가 같은 밥을 먹는 동안에는 가난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선별복지가 시행되는 순간, 대상자는 진짜 가난한 아이가 되어 버립니다"고 충고했다.

간디학교측 '홍 지사 대응 논의'... 원경고, 몸벽보 달리기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 20여명은 2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연 뒤, 2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정우상가 앞까지 행진하고 이곳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 20여명은 2일 오후 경남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연 뒤, 2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정우상가 앞까지 행진하고 이곳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 ⓒ 윤성효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들은 지난 2일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시내를 2km 정도 거리행진했다. 앞서 이들은 동아리 모임을 갖고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로 결의했다.

간디고 학생들은 '저희들은 밥에서도 배웁니다'는 제목의 회견문을 통해 "급식 시간은 저희에게 단순히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닙니다, 일상과 삶의 친구들과 나누는 공간이며 시간"이라며 "잔반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며 밥을 먹고, 또 자신의 손으로 설거지를 마칠 때까지 배움은 이어집니다"고 했다.

'선별급식'에 대해, 학생들은 "선별적 무상급식을 받기 위해서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친구들이 생길 것이고, 그 과정은 그 친구들에게는 너무나 큰 폭력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그렇게 생긴 눈칫밥은 행복한 급식 시간에서조차 소외와 차별을 만들 것이고,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정말 슬픈 일입니다"고 강조했다.

홍 지사한테 소통하라고도 했다. 간디학교 학생들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학교현장의 교육주체인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께서 무상급식 중단을 독단적으로 결정하였기 때문입니다, 배움의 과정에 있는 저희들로서는 어른들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깊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고 지적했다.

간디학교 학생들이 이같은 목소리를 낸 다음날 홍 지사는 '귀족학교' 이야기를 했다.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산청 간디학교 같은 부유층의 귀족학교에까지도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현 상황은 정상이 아닙니다"고 했다.

간디학교 진석원 학생은 전화통화에서 "귀족학교라는 (홍 지사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집이 잘 사는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간디학교 교직원과 학부모, 학생들은 홍 지사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일부 구성원들은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고 있다.

합천 원경고등학교 학생들도 나섰다. 이들은 지난 5일 합천벚꽃마라톤에 출전해 "경남도지사님, 무상급식은 아이들 행복입니다"는 내용의 몸벽보를 등에 붙이고 달렸다. 안재성(원경고 1년)군은 "학교는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친구들하고 노는 곳"이라고 말했다.

김미선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 공동대표는 "학생들이 나서는 것은 아이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보다는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무상급식이 읍면지역 고등학교는 혜택을 보아 왔지만 4월부터 되지 않고 있어 아이들하고 밀접하게 관련이 있고, 부모의 경제적 부담에 대해 학생들도 알고 있기에 목소리를 낸다고 본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의 표현을 어른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상급식#간디고등학교#태봉고등학교#원경고등학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