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용감히 출마해서 당당히 낙선한 시민운동가, 사회복지사. 대학졸업하고 사회생활 조금하고 결혼하고 마포에서 12년 활동하고 애 키우고 나니 마흔이 되었다. 2014년 말 살고, 활동하던 마포를 떠나 신랑을 따라 춘천으로 귀촌했다. 앞으로 뭐하나? 뭐해서 먹고사나? 은근히 걱정하며 앞길을 모색하는 철없는 아줌마!! 언제까지나 젊을 줄만 알았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라 나이는 유리장벽임을 느끼고 있다. - 기자 말두근두근 춘천투어버스를 다시 탔다.
'어라~ 아까 올 때 탔던 그 버스네!' 조금 전에 나를 남이섬으로 데려다주신 기사님과 여행 안내사님을 다시 만났다. 3시간 만에 만났는데도 반갑다.
"어디 살아요?""저 (춘천) 우두동이요.""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에서 사네요! 이중환님이 쓴 택리지에 그렇게 나와요."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몰랐던 이야기에 귀가 쫑긋해진다.
"춘천은 신라 때까지 '우수주'라고 불렀어요. 우두산이 있어서죠. 춘천이라고 부르기 시작 한건 조선태조 때 부터에요. 우두산이 있는 우두동은 춘천에서도 경치가 아름다운 동네에요."
버스는 어느덧 북한강을 따라 삼악산을 지난다. 그 앞으로 의암호가 펼쳐진다. 의암호는 청치마처럼 파랗고, 의암호 위의 하늘도 똑같다. 차를 타고 '휘리릭'지나면서 구경했는데도 그 웅장함과 차분한 매력에 가슴이 설렌다. 의암호를 따라 자전거도로가 있고 마라톤 코스도 있다. 가족, 연인과 자전거로 달려도 좋겠고, 그냥 천천히 걸어도 좋겠다.
김유정 문학 촌도 지난다. 우리나라 소설가 지망생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김유정문학촌은 김유정의 생가가 있다. 그리고 그의 소설 속 이야기들이 실제로 펼쳐진 공간이기도하다.
"저기 보이는 금병산은 춘천에서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산입니다. 봄에 걷기에 딱 좋죠."효자동과 거두리 이야기'거두리'를 지나가자 이 동네 이름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옛날 옛날에 효심지극한 아들이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들 꿈에 신령이 나타났죠. 신령이 말하길 "네 어머니의 병을 고치려면 산에 가서 땅을 파고 나온 것을 삶아서 드려라." 아들은 다음날 신령이 말한 그곳에 가서 땅을 팠어요. 그런데 땅속에서 나온 것은 사람의 머리였어요. 아들은 신령의 말을 따라 그 머리를 들고 와서 그것을 삶았어요. 그런데 다 삶고 뚜껑을 열어보니 머리가 아니라 팔뚝만한 산삼이 솥 안에 있는 거예요. 어머니는 그 산삼을 먹고 병이 나았고, 아들과 어머니는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에요. 그래서 효자가 살던 그곳이 지금의 효자동, 아들이 머리를 들고 나왔던 산은 '들거'에 '머리두' 해서 거두리가 되었답니다."이야기를 재밌게 듣고 있던 나는 이야기가 끝나자 뭔가 '찡'한 울림을 느꼈다. '효도라...,'
'효'에 관한 이야기가 옛날이야기에는 참 많았는데 요새는 참 듣기 어려운 말이 되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효'라는 단어는, 잊고 있던 어떤 근본적인 가치를 나에게 말했다.
그 외에도 여우가 나타나서 선비를 홀렸다는 '여우고개 이야기', 하루아침에 연못이 되었다는 '아침연못 이야기', 금강산에서 떠내려 왔다는 '부례산 이야기' 등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으며 깔깔깔 웃었다.
"춘천 다녀보니까 구석구석에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더라고요." 내 말에 안내사님은 김정호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땅을 직접 밟으며 걷는 것이다.'
춘천투어버스는 옥동굴체험장, 소양댐, 춘천막국수 체험관(월드온천), 강원도립화목원, 애니메이션 박물관을 거쳐 춘천역에 도착했다. 소양댐은 개화기가 되면 댐 안의 벚꽃 길을 개방한다고 한다. 댐 안의 길을 걸어보는 이색체험이 가능하다. 막국수 체험관은 춘천의 명물 막국수를 직접 만들어서 먹어볼 수 있다.
막국수체험관 근처에 있는 월드온천은 ph 10.22로 수질이 아주 좋아 부모님 모시고 온천하기 좋다. 우두동에 있는 강원청소년수련관의 별관측소는 아이들과 함께 별을 보며 인생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기에 안성맞춤.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인형극장에서 아이들과 동심의 세계로 떠나는 것도 좋겠다.
"인생이 여행이에요. 그러니까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야죠." 안내사님의 말씀이다. 오늘은 춘천에 보물 같은 곳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처음 버스에 올랐을 때보다 춘천을 더 가까이 느끼게 됐다. 그리고 오랜만에 옛날이야기에 빠져서 입을 헤 벌리고 들었다. 그리고 더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