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거액의 돈을 건넸다"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폭로에 "아는 바 없다"고 밝혔다. 두 전직 비서실장이 연루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 전 회장이 죽기 전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는 질문에 "아는 바 없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그는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했나"라는 질문에 잠시 침묵을 지킨 후 "확인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확인해야 되는 사안 아니냐"는 질문에도 "보도 안에 다 (해명) 내용이 있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따로 본인들에게 물어볼 계획은 없나"라는 질문에는 "오늘은 (브리핑을) 마치겠다"라며 답하지 않았다.
민 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접한 박 대통령의 반응은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보도는 다 보신다"라면서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사안의 폭발력을 감안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셈이다.
한편,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유서를 쓰고 서울 청담동 자택을 나온 직후 <경향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2006, 2007년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거액의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돈을 건넨 시점과 장소를 정확히 특정했다. 그는 "김기춘 전 실장이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 당시 국회의원) 모시고 독일에 갈 때 10만 달러를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했다"라며 "당시 수행비서도 함께 왔었다, 결과적으로 신뢰관계에서 한 일이었다"라고 밝혔다.
또 "2007년 당시 허태열 본부장(당시 경선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 원을 서너 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 돈은 심부름한 사람이 갖고 가고 내가 직접 줬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