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종길 시장은 당선된 뒤, 유가족이 싸우기 이전에 내가 먼저 싸워서 유가족들이 싸우는 일 없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결국은 얼굴 도장 찍는 것 밖에는 하지 않았다."- 김영호 세월호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대책위원회(아래 안산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 세월호 참사 1주기가 가까워 오면서, 제종길 안산시장을 비롯한 안산지역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 시민대표로서 정부와 맞서는 모습 보여야"
16일 1주기를 3일 앞둔 13일 오후 세월호참사 최대 피해지역인 안산을 방문, 안산시민대책위원회 활동가와 기자, 노동계 인사 등을 만나 지역 민심을 알아봤다. 안산시민대책위에는 안산경실련, 안산환경운동연합, 안산YMCA, 안산통일포럼, 안산시의사회, 민주노총안산지부, 전교조 안산지회, 전국아파트연합회 안산시지회 등 50여 개 안산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가 참가하고 있다.
이날 만난 사람들은 안산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침울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치인, 특히 제종길 안산시장에 대한 비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분위기가 침울한 이유는 1년이 다 되도록 진상규명과 실종자를 찾기 위한 선체인양 등이 시행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가족 등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선체인양 등을 요구하며 삭발을 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침울하다고 한다.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과 원망이 커지는 까닭은 유가족들을 대신해 싸우는 것은 고사하고, 유가족 목소리를 대변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세극 안산시민대책위 대책위원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시장은 소극적이고 부좌현 국회의원(안산 단원 을)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존재감이 없다, 뭘 하는지 모르겠다, 목숨은 안 걸더라도 유가족과 같이 싸워 줬으면 좋겠는데, 답답하다"라는 심정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이런 이유로) 시민사회계 등에서 굉장히 비판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라고 귀띔 하기도 했다.
노 대책위원은 특히 "유족과 시민들이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폐기' 등을 위해 싸우고 있으면, 시장이 시민대표로서 앞장서서 정부와 맞서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방관만 하고 있다"고 제종길 시장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불과 4000여 표 차이로 가까스로 이겼으니, 세월호 정국이 아니었으면 당선되기 힘들었던 만큼, 정치적 책임을 지고 열심히 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하연 안산·시흥 비정규직 센터 이사장은 "실종자 찾기 등이 되지 않아, 피해자들끼리도 서로 얼굴을 못 보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안한 마음에 생존자 가족은 유가족을, 유가족은 실종자 가족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 이사장은 "안산 시민들이 큰 피해를 본 만큼 시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게 잘 한 처세" 말에 시민들 '분개'
<오마이뉴스>가 지난 9일 게재 한 제종길 안산시장 인터뷰 기사 내용과 관련, 제 시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관련기사 :
"세월호 관련해 미미한 존재... 잘한 처세라고 생각").
김영호 안산시민대책위 공동 위원장은 13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언젠가는 하겠지(적극적으로 나서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유가족이 머리 깎고 투쟁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걸 잘 한 처세'라고 한 것을 보고 분개했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기사 내용 중 "그 내용(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분석해서 가져오라고 했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는 제 시장 발언을 거론하며 "(시장이) 아직까지 내용도 모르고 있으면서 도대체 유가족들을 위해 무엇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힐난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실종자 찾기 등을 위한 선체인양 등,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시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자식 잃은 부모 마음으로 (정치인들이) 함께 한다면 안산 시민들이 박수치며 함께 할 것"이라는 전망도 밝혔다.
안산시 출입기자 몇 명도 "그동안 참 (제 시장이) 뜨뜻미지근하다 생각했는데, (기사를 보니) 실망스럽다"라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밝혔다. 이어 "팽목항만 왔다 갔다 하면 뭐하나, 유족들 대변도 못하고 싸워 주지도 않으면서라는 비판이 많다"라는 시민들 분위기도 전했다.
이처럼 제종길 안산시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제 시장은 1주기 추모 행사에서도 진상규명이나 세월호특별법시행령 폐기 등 유가족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발언을 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오전 안산시 비서·홍보·세월호사고대책실 관계자 모두 "16일 오후 2시 추모행사에서 추모사 낭독은 하지만, 세월호특별법시행령 폐기 등을 요구하는 별도 발언이나 담화문 발표, 기자회견 등을 할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제 시장과는 달리 안산시민들과 시의회는 세월호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세월호특별법시행령 폐기'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강력하게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안산시민대책위는 지난 11일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집중행동 선포식을 열고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특별법시행령으로는 진상조사가 불가능 하다"며 "이를 폐기하고 특별조사위원회 안을 전면 수용하라"고 주장했다.
안산시의회는 지난 10일 제219회 1차 본회의에서 박은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월호특별법시행령안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전격 채택했다. 또한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아 범 시민추모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세월호참사 1주기 희생자 애도를 위한 조기 게양 건의안'도 통과시켰다.
○ 편집|최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