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중소 방송사 광고 결합판매 지원 비율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미디어랩(방송광고 판매 대행사)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OBS경인TV(이하 <OBS>) 등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SBS미디어크리에이트(이하 SBSMC) 쪽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OBS>에 대한 인센티브를 1원이라도 요구한다면, 방송광고 결합판매 방식을 깰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방통위는 지난 10일 '미디어랩의 지역·중소 방송사 결합판매 지원 비율 개선방안'과 '결합판매 지원 대상 사업자 조정'에 관한 방송사업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이환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미디어랩의 지역·중소 방송사 결합판매 지원 비율 개선방안'과 '결합판매 지원 대상 사업자 조정'은 방통위 요청에 의한 연구 결과다.
1부 '지역·중소 방송사 결합판매 지원 비율 개선방안' 토론에서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실장이 먼저 주제발표를 했다.
"자체 제작 비율 등에 따라 지원 비율 조정"이 실장은 지역·중소 방송사의 자발적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 자체 제작 투자 등을 고려해서 결합판매 지원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중소 방송사의 존립 가치는 지역성과 다양성을 제고하는 것이므로, 자체 제작과 비율, 자체 제작 투자, 콘텐츠의 질 등이 높은 방송사업자에게 혜택이 더 돌아가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다만, 지원 비율 조정 시 타 지역 민방이나 중소 방송사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미디어랩에 지원 의무 부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의 제안대로 하면, 방송 프로그램 100%를 자체 편성하고, 자체 제작 비율 40%대를 유지하는 <OBS>는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 <OBS>는 현재 자본금의 97%를 잠식한 상태고, SBSMC에 속해 있으면서 광고매출이 늘지 않고 있다. <OBS>의 전신인 <iTV>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OBS>는 증자 등, '방소 재허가' 조건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노동조합에 통보했다.
이날 신성호 <OBS> 팀장은 "<OBS>는 생존 위기에 놓여 있다. 지원책이 당장 나오지 않으면 2, 3년 안에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한 "<SBS>의 평균 시청률은 6%대다. <SBS>의 방송프로그램을 받아 중계하는 지역 방송의 시청률은 절반(3%대) 정도는 나온다. 상품을 대로변에서 파는 것과 뒷골목에서 파는 것은 전혀 다르다. 시청률 총량이 낮다고 해 (방송프로그램) 품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우리(<OBS>)는 시간이 많지 않다. 지원해주면 그 이상으로 보답하겠다"고 호소했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교수도 "<OBS>의 위급한 상황이 인지된다. 지역 민영방송(이하 민방)은 전파료와 광고비를 받지만, <OBS>는 전파료를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로 자본 잠식이 97%에 달한다"며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은 방송사 균형 성장을 위한 것이다. 방송프로그램을 100% 자체 편성하는 <OBS>를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교수는 "<OBS>의 결합판매 지원 비율을 손대면, 다른 지역 민방이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자체 제작 비율이 높은 <OBS>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도입하자"고 덧붙였다.
현재 미디어랩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와 SBSMC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KOBACO에 <KBS2>, <MBC>와 지역 <MBC>, <EBS>, <iTVFM>, <CBS> 등이 포함돼 있고, SBSMC엔 <SBS>와 <SBS> 지역 민방(9개사), <OBS>, DMB <SBS U>, 케이블 TV <SBS PLUS> 등이 포함돼있다.
결합판매 지원 비율을 놓고 SBSMC와 <OBS>는 이견을 보여 왔다. <OBS> 쪽은 'SBSMC가 <SBS>의 잠재적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OBS>의 비율을 줄였다고 주장해왔다.
"한 방송사 위해 틀 깨는 건 문제... 정부가 지상파 방송 책임져야"이에 대해 김인주 <SBS> 부장은 "<OBS>의 주장에 상당히 공감한다"고 한 뒤 "지상파 방송의 침체가 가속화돼 광고로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한 방송사가 어렵다고 해서 현재의 틀을 깨자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상파 방송은 참을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고,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했다.
그는 "'한류'는 지상파 3사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했기에 가능했지만, 현재로는 흑자 경영이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결합판매 대상이 되는 다른 방송사를 위해 양질의 콘텐츠를 포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1원이라도 (인센티브를) 요구하면 판을 깰 수밖에 없다. 인센티브로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방송발전기금을 활용해 지역·중소 방송사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방송발전기금의 주요 재원인 'TV 홈쇼핑'이 위축돼, 기금 활용이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언론노동조합 관계자도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밝혔다.
조성래 언론노조 사무처장은 "방송의 지역성과 다양성을 구현하자는 데 이견은 없다"고 한 뒤 "하지만 개선방안이 또 다른 차별과 논란을 야기해선 안 된다. 지역 민방을 대변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고 했다.
<TBS> 관계자는 "<OBS>의 전체 매출 중 광고매출이 77~78%를 차지하는데, 다른 지역 민방은 60% 수준이다. <OBS>가 다른 사업으로 매출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며 "<OBS>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은 다른 지역 민방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방송발전기금 면제나 '중간 광고' 허용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부 '결합판매 지원 대상 사업자 조정' 토론에서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실장은 현행 '결합판매 지원 대상 사업자' 지정체계는 특정 방송사와 미디어랩에 과도한 결합판매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영과 민영 분류에 입각한 지정 체계가 적합한지, 미디어랩의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하는 지정 체계가 적합한지, 논쟁이 존재한다"고 한 뒤 "광고주가 중소 라디오방송 광고를 TV방송 광고보다 덜 선호해, 중소 라디오방송 결합판매 비율이 높은 경우 해당 미디어랩의 판매 부담이 높다"고 했다.
또한 현재의 지정체제를 유지하되, 신규 매체(방송사업자) 도입 시에는 매출 규모를 고려해 지정하는 것이 타당한 정책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결합판매 지원 대상 사업자 지정체계 개선해야"이종관 실장은 '결합판매 지원 대상 사업자' 조정안으로 다섯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안은 현행 규정처럼 방송광고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하고, 공영방송인 <KBS> 수신료와 연동해 <EBS>를 지원 대상에서 해제하는 것이다. <EBS>를 결합판매 지원 대상 사업자로 볼 수 있는 법률 규정이 모호한 점, <EBS>의 광고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다 <KBS>수신료를 배분 받고, 부대사업(교재 출판과 영상교재 판매)이 다양하다는 점 때문에, <EBS>를 중소 방송사와 비교할 때 논란이 돼왔다.
둘째 안은 <KBS> 수신료 인상과 연계해 <EBS>를 지원 대상에서 해제하고, <CBS>와 의 <OBS>의 결합판매 대행 미디어랩을 서로 교체하는 것이다. <CBS>와 <OBS>의 매출액 규모는 서로 비슷한 200억 원 대다.
셋째 안은 <CBS>와 <OBS>의 결합판매 대행 미디어랩만을 서로 교체하는 것이다. 넷째 안은 민영 성격이 있는 경기방송(KFM)·경인방송(iTVFM)과 <OBS>의 결합판매 대행 미디어랩을 서로 교체하는 것이다. 이는 라디오광고 시장이나 영업이 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과 <OBS>와 <SBS> 관계 등을 고려한 것이다. 이 경우 공·민영 분류체계와 배치된다.
다섯째 안은 KOBACO의 라디오방송 결합판매 대행 부담이 SBSMC에 비해 현저히 많다는 점을 고려해, KOBACO가 대행하는 일부 라디오방송사(경기방송·경인방송)의 결합판매를 SBSMC로 이관하는 것이다.
한편, 이날 KOBACO와 SBSMC 쪽은 서로 손해를 보고 있다며 현행 방송광고 결합판매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민방 관계자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특혜를 받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아래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인사는 "종편의 특혜는 계속될 것 같다"며 "종편이 광고시장을 헤집고 다니면서 공영 성격인 미디어랩들의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