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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아이들의 마지막 메시지
세월호 아이들의 마지막 메시지 ⓒ 이주연

어느새 1년입니다. 4월 16일, 아이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갔던 그 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4월은 참혹한 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은 세월호 사건을 잊으라 합니다. 많은 이들이 등을 돌린 건 꽤 오래 전 얘기입니다. 세월호 얘기는 이제 지겹다고들 합니다. 아이를 떠나보낸 부모들은 삽시간에 세금도둑으로 둔갑돼 있습니다. 1년 전 모든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빌던, 그 마음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잊지 않기 위해, <오마이뉴스>는 마지막 순간 아이들이 하고 싶어 했던 얘기를 전하려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2014년 4월 16일, 아이들이 마지막 날 남겼던 문자메시지와 SNS 메시지를 입수했습니다. 그 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추려냈습니다. 그 '단어'들을 통해 아이들의 긴박했던 심정을, 삶을 이어가고 싶었던 바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괄호 안은 횟수)에,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님과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를 함께 녹였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배, 침몰, ㅋㅋㅋ, 제발'

제주도(10)-도착(11) : 엄마는 묻습니다. "도착했니?" 아이는 끝내 답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마지막 여행지인 제주도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배(50)-침몰(24)-기울었어(15)-쏠렸어(5) :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황스럽습니다. 배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배 위에 있던 것들이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인터넷 뉴스에도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고 나옵니다. 믿기 힘든 소식이지만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엄마·아빠·누나·친구들에게 상황을 알립니다. 마음이 급합니다.

진짜(11)-장난(4) : 혹시나 이 거짓말 같은 상황을 믿지 못할까 봐. 아이들은 '진짜'라고, '장난'이 아니라고 계속, 계속 또 강조합니다.

ㅋㅋㅋ(24) : 사실,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헛웃음부터 나옵니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 아닐 거야 그치?'...."나 죽으면 장례식에서 울어줄 거지?"라고 물으면서도 'ㅋㅋㅋ'를 붙입니다.  급박한 순간, 아이들은 'ㅋ(72번)'를 가장 많이 눌렀습니다. 설마, 내가 죽을 리 없으니까요.

시발(15) : 난 아직 17년 밖에 못 살았는데...욕지거리도 튀어나옵니다. "해본 것도 없는데, 나 죽는 거야? 시발...."

가만히 있어(3) : 선내 방송에서는 아까부터 계속 같은 얘기를 떠듭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이 방송을 들은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당부합니다. "움직이지 말라"고.

무서워(4) ㅠㅠ(11) 살려줘(2) :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무섭습니다. 죽음이라는 건 이제까지 생각해보지도 못했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어느 때보다 간절히 삶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제발(22)-기도해줘(4) : 이제 남은 건 하늘에 기도하는 것 뿐입니다. 살아야겠다고, 살려달라고, 모두가 마음을 모으면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기도해주세요, 제발, 우리가 살 수 있게.

보고싶어(6)-살아서 보자(8) : 지금 이 순간, 보고 싶은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아빠도 보고 싶고 엄마도 그립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습니다. 살아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렇죠?

걱정마(7)-무사해(3)-괜찮아(12) : 너무 너무 무서워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바다 밖 육지에서 애타게 나를 기다릴 엄마·친구에게 '무사하다고 걱정말라고 괜찮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 아플 게 걱정되거든요.

사랑해(7)-엄마(5)-아빠(3) : 마지막을 상상하긴 두렵지만, 그래도 마지막 말을 남겨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야 후회가 덜할 거 같습니다.

"엄마, 나 지금 배가 침몰했거든. 마지막 문자야. 살아 돌아갈게."
"딸 무사할 거니까 걱정 마시고 사랑해."


이 아이들이 부모 품에 돌아오지 못한 지 벌써 1년입니다.

○ 편집|최은경 기자


#세월호#4.16#1주기#메시지#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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