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의 농구 국가대표팀을 맡았던 김기용 전 감독(44)은 광주고-건국대에서 선수생활을 한 뒤 모교 광주고에서 7년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김 감독이 부탄과 연을 맺은 건 지난 2010년 말이다. 당시 방한한 부탄 5대 국왕의 동생이자, 동호인 농구 클럽팀 구단주 다쇼 지겔 부탄체육회장(30)은 대한체육회에 지도자를 요청했다.
대한체육회는 부탄에 파견하는 1호 지도자로 김 감독을 추천했다. 이런 연유로 김 감독은 국민 행복 지수(GNH) 1위의 신비한 국가 부탄으로 가게 된다. 2011년 6월, 한국인 최초의 농구지도자로 부탄에 초청됐다.
스포츠 불모지 '부탄'의 '농구 히딩크'가 된 김기용 감독
김 감독은 부탁에 도착해서 얼마 안 가 바로 귀국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중국 '만만디' 못지않게 느긋하기만 한 선수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약속과 다른 부탄의 열악한 재정지원도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주위의 만류로 귀국을 미루고 선수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시작했다. 김 감독은 곧 선수들의 순박함에 매료되었다.
또한 부탄 왕족과 국민들의 농구에 대한 열정에 놀라 결국 부탄에 정착하게 되었다. '지성이며 감천'이라 했던가.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만인 2012년 6월, 스리랑카에서 열린 사우스아시아친선대회에서 부탄 사상 처음으로 구기 종목 국제대회 승리를 거뒀다. 1907년 부탄왕국 창건 이후 최초의 쾌거로, 때마침 국왕의 결혼식 시기와 겹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원 중단 등의 우여곡절 끝에 부탄을 떠나게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의 부탄 사랑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떠나기 전에 사비 2000달러를 들여 창설한 청소년대회도 현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소속 45개국 중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조차 따본 적 없는 3개국(몰디브, 동티모르) 중 하나가 부탄이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도 '대한민국과 부탄의 우호 증진과 함께 상생의 길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며 부탄 대표팀 임원 자격으로 참가했다. 분기별로 15일간, 자비 5000달러씩 쏟아 부으면서 부탄 농구팀의 클리닉을 맡았다. 그가 부탄에 이렇게 애정을 쏟는 이유는, 부탄 사람들과의 의리와 정 때문이다.
부탄 농구를 돕는 그에게 감동한 왕족 다쇼 지겔 부탄체육회장(30)은 부탄으로 가는 항공사들의 한국 총판권(GSA)을 그에게 주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전문여행사가 '부탄피플'이다. 이로써 지금까지 네팔이나 인도에서만 발권할 수 있었던 부탄 항공권을 국내에서도 발권 가능하게 됐다.
부탄의 특이한 문화, 부탄에도 클럽이 있다?
부탄은 2012년에는 620명, 2013년에는 1860명의 한국인이 방문했다. 방문객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9∼10월 건기에는 부탄의 대표적인 민속 축제들이 열린다. 김 감독은 '쟘베이 페스티비티'를 추천했다.
"특히 신비스러운 '쟘베이 페스티비티' 때, 모닥불 앞에서 20여 명의 전신 나체 무용수들이 전설·설화의 내용을 가지고 춤을 춘다. 오랜 전통을 가진 부탄에서 꼭 봐야 할 볼거리 중 하나이다."약간 의외지만, 불교국가이면서도 일부다처제가 용인된 부탄에서만 볼 수 있는 풍속으로 추측된다.
부탄의 차번호 가운데 'Bhutan'이라는 이름만 붙어 있는 차가 딱 두 대있다. 하나는 국왕이 타는 차고 다른 하나는 승왕이 타는 차다. 불교국가인 부탄에서 승왕은 대단한 신분이다. 공식적으로 그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런 승왕도 다른 승려들과 마찬가지로 김기용 감독의 팬이라고 한다. 그래서 김 감독도 사저로 초대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고 한다.
은둔의 나라인 부탄은 나라 대부분이 금연구역이다. 담배 한 보루를 가지고 들어가려면 5만 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한다. 15일 내로 담배를 다 펴야 하고, 담배를 피울 때는 반드시 관세를 냈다는 서류를 경찰에게 보여줘야 한다. 부탄은 환경을 위해서 산림을 보호하며, 전통문화 보존 유지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산불의 원인이 되는 담배를 매우 엄하게 규제하고 있다.
담배가 금지되는 대신, 부탄 사람들은 술을 좋아한다. 부탄에서 화요일은 '드라이 데이(Dry Day)'라고 해서, 술을 어디에서도 팔지 않는 금주운동을 한다. 하지만 이런 금주운동도 부탄 사람들의 음주를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부탄에는 '클럽'도 있다. 수요일, 금요일, 토요일만 연다. 수요일은 자정까지 열고, 금·토요일은 새벽 1시까지 운영한다. '다쇼'라는 낱말이 들어간 이름을 쓰는 10여 명밖에 없는 왕족이 오거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오전 2시까지도 한다고 한다. 부탄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클럽'은 급격하게 변해가는 부탄의 현실을 반영한다.
'꾸주장뽀~올라'는 부탄의 인사말로 '안녕'이다. 김기용 감독은 부탄과 한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한다. 김기용 감독의 다음 부탄 농구 대표팀 클리닉은 5월 초로 예정되어 있다. 향후 그의 지도를 받은 부탄 농구팀의 선전과 활약을 기대해 본다. 부탄에서 행복을 찾은 김기용 감독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붓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