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부산에서도 다양한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16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년 부산시민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부산지역 교사들이 준비한 합창을 듣고있다. ⓒ 정민규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부산에서도 다양한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16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년 부산시민대회를 마친 시민들이 광복로까지 도심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 정민규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부산에서도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부산역 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부산시민분향소에는 16일 하루 종일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진행한 세월호 1년 부산시민대회를 즈음해서는 추모 행렬이 50m가 넘었다.
굵은 빗방울과 거친 바람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민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1500여 명(경찰 추산 800여 명)이 참석해 광장을 메웠다. 가슴에 노란색 리본을 단 추모객들 사이로는 가족 단위와 교복 차림의 학생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시민대회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했다. 이정은 학부모연대 대표는 "진상규명을 하기보다 방해하기 위한 시행령을 내놓은 정부가 제정신을 가진 정부인가"라며 "세월호 선체 인양을 미루고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진실을 숨기려 하는 걸 보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단원고 희생학생 고 오준영군의 아버지인 오홍진씨가 함께해 시민들을 만났다. 오씨는 시민들에게 "세월호의 진실은 여러분이 있고 저희가 있는 한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진실은 침몰한 세월호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오씨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내려갔고 곳곳에서는 눈물을 참지 못한 시민들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시민들은 오후 9시께 시민대회를 마치고 행진을 시작했다.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대형 종이배가 대열의 선두에 섰고 시민들은 저마다 준비해온 피켓과 플래카드를 나누어 들었다. 남포동 광복로까지 2km가량을 행진한 시민들은 마무리 집회를 끝으로 이날의 행사를 마쳤다.
공공기관·정치권 차분한 분위기 속 세월호 1주기 맞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부산광역시교육청 전 직원들이 16일 오전 10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 부산교육청
시민대회에 앞서 부산시와 교육청 등 공공기관도 별도의 추모행사를 열었다. 부산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청 국제회의장에서 시·소방·기초자치단체·산하기관 등 관계자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난위기관리 전문가 초청 특강을 개최했다.
특강에서는 울산과학기술대학교 윤동근 교수가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 역량 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재난관리체계의 한계와 문제점, 국내외 사례분석과 역량 강화 방안 등을 강의했다.
부산교육청은 지난 10일 세월호 1년 추념 '학교안전과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시민 원탁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1주기 당일에는 전 직원이 오전 10시에 맞춰 추모 묵념을 했다. 지역의 각급 학교도 이번 주를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글짓기 등 별도의 추모행사를 개최했다.
지역 여야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세월호 선체가 조속히 인양되어 이를 애타게 기다리는 유가족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은 세월호 참사 추모에 더해 "국민의 마음을 보살피는 데 최우선해야 할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이 저마다 설득력 낮은 일정과 해외순방길에 오르는 행위는 실로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함께 전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세월호 희생자 추모 영화 제작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부산에서도 다양한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16일 오후 세월호 1년 부산시민대회에 앞서 시민들이 대형 종이배에 저마다의 추모글을 적은 종이를 붙이고 있다. ⓒ 정민규
기초의회 차원에서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노정현 연제구 의원은 지난 15일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정부 시행령은 참사의 진실과 진상보다는 참사의 책임자이자 조사의 대상으로 되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비호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방탄시행령, 조사방해 시행령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정부 시행령안의 조속한 폐기와 특별조사위원회 원안을 수용·공포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사회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지역 시민단체 '부산을 바꾸는 시민의 힘 민들레'는 세월호 참사 1주년 논평에서 "(박 대통령은) 외국순방을 즉각 중단하고 세월호 인양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조치를 즉각 밝혀라"고 요구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가족을 위한 영화 제작 소식을 전해왔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4·16 옴니버스영화 프로젝트'를 제작한다"고 16일 밝혔다.
5명의 영화감독이 10~15분 안팎의 세월호 참사 관련 단편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들 감독이 만든 영화는 오는 11월 20일부터 24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17회 '메이드인 부산독립영화제'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세월호참사부산시민대책회의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편국자 대책회의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가 일회성 추모 행사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대책회의는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서 해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