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서 핵심 의혹은 바로 사고 원인 그 자체입니다. 일부 여당 인사들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했지만, 정작 "교통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사고 과정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명쾌하게 국민들 앞에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의 원인을 밝혀야 사고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결정할 수 있고, 재발방지 대책도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니 책임자도 명확하지 않고, 재발방지 대책도 허술해질 뿐입니다. 사고원인을 명백히 규명하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정부당국 발표 사고원인은 추론일 뿐정부당국이 조사해 내놓은 세월호 침몰 원인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당국은 원인에 대해, 조타수가 우회전을 시도하다 조타실수로 필요 이상으로 많이 우회전하게 되었고, 우회전하면서 배가 급격히 왼쪽으로 기울어 화물이 쏟아져 내리고, 결국 세월호가 침수되어 뒤집어진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당국의 이와 같은 설명은 세월호 선원들과 생존자들의 증언에 기초한 추론일 뿐입니다. 참사 당일 세월호의 움직임을 기록한 항적은 온전하지 않고, 세월호 선원들과 해경 등의 교신기록 등은 조작되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세월호의 선체 역시 인양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없는 조건에서 정부당국이 내놓은 사고원인은 다양한 논의와 검증을 거쳐 충분히 검증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조타기를 확인해야정부당국은 자신이 내놓은 사고원인에 대한 추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특별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해심원)이 발표한 세월호 참사에 관한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세월호는 우회전을 하던 중 이상을 느낀 3등항해사와 당직 조타수가 급히 좌회전을 시도했다는 증언과는 달리 더 많은 우회전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해심원이 조타수가 더 많은 우회전을 했다고 단정지어버린 근거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사고 당시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은 바람도 거의 없고 조류도 약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월호가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아 급격하게 우회전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3등항해사와 조타수가 좌회전을 시도했는데 배는 우회전을 했다면, 당연히 세월호가 나아갈 방향을 정해주는 조타설비가 고장 났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조타설비의 고장가능성을 검증하는 방법은 직접 세월호를 인양해 조타설비를 확인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해심원은 특별보고서에서 세월호가 나아갈 방향을 정해주는 조타설비가 고장 났을 가능성에 대해, "세월호 조타설비의 실물 조사결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선원들의 진술이나 설비업체의 자문 등을 종합"해 문제점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부당국이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미 1년 전에 확인했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해심원의 이와 같은 판단은 사고 원인에 대한 잘못된 결론을 가져오는 자의적인 판단에 불과합니다.
선체 외부를 확인해야해심원의 주장대로 조타기가 고장나지 않았다면 그 다음 확인해야 할 가능성은 외부 충격 가능성입니다. 3등항해사와 조타수가 좌회전을 시도했는데 조타기가 고장나지 않은 상태에서 세월호가 급격하게 우회전했다면 당연히 외부 충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세월호가 다른 물체와 부딪혀 급격하게 우회전을 했다면 당연히 세월호가 물에 잠긴 부분의 외부에 흔적이 남습니다. 이 충돌 흔적을 확인하는 방법 역시 세월호를 직접 인양해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해심원은 세월호가 인양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월호가 다른 물체와 충돌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해심원은 그 이유에 대해 "전복된 세월호의 언론 촬영 화면 등"을 볼 때 손상부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조타수가 좌회전을 시도했는데 세월호가 우회전했다면, 당연히 충돌은 물속에 잠긴 세월호의 왼쪽 부분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물에 잠긴 세월호의 왼쪽 부분이 모두 수면 위로 올라왔던 순간이 있었을까요?
세월호는 왼쪽으로 기울어지며 뒤집어졌기 때문에, 선체의 왼쪽 아래 부분이 모두 물 밖으로 나왔던 순간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는 해양안전심판원이 언론 보도된 사진과 영상자료만으로 외부 충돌 흔적이 없다고 단정지어버린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납득해야 할까요.
선체 인양은 원인 규명의 첫걸음정부당국의 주장대로 조타기도 정상이고 외부 충돌 흔적도 없다면, 3등항해사와 조타수가 모의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결국 선원들의 증언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선체 인양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하지만 정부당국은 세월호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미 2014년 5월에 확인하고도 1년 가까이 은폐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당국은 그동안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절단해서 인양해야 한다는 여론도 조성한 바 있습니다. 온전한 선체 인양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 김성훈 기자는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누리집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