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억울하고 분합니다. 이완구 총리 때문입니다. 자신의 말 바꾸기가 충청도 말투 때문이라네요. 흠 많고 문제 많은 걸 알면서도 '충청도 출신'이라고 지역민들이 현수막까지 내걸면서 지지해 줬건만,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어찌 이럴 수 있을까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총리는 요즘 '입만 떼면 거짓말을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이 총리는 '2012년 대선 때는 암 투병 중이어서 유세를 하지 못했다'고 국회에서 답변했지만, 천안에서 유세하는 동영상이 나와 거짓말이 들통 났습니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에서 비타500 박스에 담아 3000만 원을 줬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당시 자신의 운전기사까지 나서서 이 총리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그는 '성 전 회장과 2년 동안 송사를 하는 등 험한 관계여서 만난 적도 별로 없다'고 했지만 성 전 회장의 일정표에서는 이완구라는 이름이 23차례나 등장했습니다. 대체 '목숨을 걸겠다'던 그의 입은 어쩌면 이렇게도 가벼운지 모르겠습니다. 단 하루, 아니 몇 시간만 지나면 거짓말이 들통 날 텐데 왜 이렇게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자신의 잘못을 '충청도 말투' 때문이라고 말도 안 되는 '책임전가'를 하고 있으니 충청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정말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느리지만 간결한 충청도 말투, 이완구 총리의 말은 '거짓말'이 총리는 16일 오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3000만 원을 받았다는 그 날, 새정치연합 유성엽 의원이 성 전 회장과의 독대 여부를 묻자 "일부는 그런 분(성 전 회장)을 본 적 없다는 사람도 있고, 본 사람도 있어서 혼재돼 있다, 더 알아보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자기 운전기사의 진술을 보도한 기사를 언급하자 전날의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그러자 유 의원은 재차 "성 전 회장을 만났느냐"고 물었고, 이 총리는 "기억하지 못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유 의원은 "총리는 불리하면 '기억 못한다'고 한다"며 호통쳤습니다.
이번에는 새정치연합 유대운 의원이 말 바꾸기를 지적했습니다. 이에 이 총리는 "짧은 몇 초의 답변에서 틀린 것을 그렇게(말 바꾸기로) 볼 수 있겠다, 큰 흐름에서 제가 답변 내용을 바꾸지 않았다"면서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 곧바로 딱딱 얘기해야 하는데 충청도 말투가 이렇다 보니, 보통 '글쎄요' 하는 것 있지 않느냐"고 답변했습니다.
이 총리 말에는 충청도 말투는 말하는 사람의 진의를 알아듣기 어렵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충청도 말투는 비록 느리지만 더 간결하고 정확합니다. 느리고 함축적인 말 속에 여유와 편안하고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이 총리의 말은 '충청도 말투'가 아닌 '거짓말'입니다. 이 총리의 말에는 충청도 말투의 미학인 느림도, 은인자중의 무게감, 따스함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한 말이 점심에, 점심에 한 말이 저녁에 탄로나는 거짓말일 뿐 입니다.
이 총리는 더 이상 충청도 사람들을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말투 때문이라며 충청도를 비하할 게 아니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합니다. 이 총리의 이 답변을 들은 한 충남시민은 이렇게 말합니다.
"거짓말이 엄청 쎄네유. 충청도 욕먹게 하는 총리가 '충청 총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