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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16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본회의장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억울하고 분합니다. 이완구 총리 때문입니다. 자신의 말 바꾸기가 충청도 말투 때문이라네요. 흠 많고 문제 많은 걸 알면서도 '충청도 출신'이라고 지역민들이 현수막까지 내걸면서 지지해 줬건만,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어찌 이럴 수 있을까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총리는 요즘 '입만 떼면 거짓말을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이 총리는 '2012년 대선 때는 암 투병 중이어서 유세를 하지 못했다'고 국회에서 답변했지만, 천안에서 유세하는 동영상이 나와 거짓말이 들통 났습니다. '성 전 회장으로부터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성 전 회장이 선거사무소에서 비타500 박스에 담아 3000만 원을 줬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당시 자신의 운전기사까지 나서서 이 총리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그는 '성 전 회장과 2년 동안 송사를 하는 등 험한 관계여서 만난 적도 별로 없다'고 했지만 성 전 회장의 일정표에서는 이완구라는 이름이 23차례나 등장했습니다. 대체 '목숨을 걸겠다'던 그의 입은 어쩌면 이렇게도 가벼운지 모르겠습니다. 단 하루, 아니 몇 시간만 지나면 거짓말이 들통 날 텐데 왜 이렇게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자신의 잘못을 '충청도 말투' 때문이라고 말도 안 되는 '책임전가'를 하고 있으니 충청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정말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느리지만 간결한 충청도 말투, 이완구 총리의 말은 '거짓말'

이 총리는 16일 오전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3000만 원을 받았다는 그 날, 새정치연합 유성엽 의원이 성 전 회장과의 독대 여부를 묻자 "일부는 그런 분(성 전 회장)을 본 적 없다는 사람도 있고, 본 사람도 있어서 혼재돼 있다, 더 알아보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자기 운전기사의 진술을 보도한 기사를 언급하자 전날의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그러자 유 의원은 재차 "성 전 회장을 만났느냐"고 물었고, 이 총리는 "기억하지 못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에 유 의원은 "총리는 불리하면 '기억 못한다'고 한다"며 호통쳤습니다.

이번에는 새정치연합 유대운 의원이 말 바꾸기를 지적했습니다. 이에 이 총리는 "짧은 몇 초의 답변에서 틀린 것을 그렇게(말 바꾸기로) 볼 수 있겠다, 큰 흐름에서 제가 답변 내용을 바꾸지 않았다"면서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 곧바로 딱딱 얘기해야 하는데 충청도 말투가 이렇다 보니, 보통 '글쎄요' 하는 것 있지 않느냐"고 답변했습니다.

이 총리 말에는 충청도 말투는 말하는 사람의 진의를 알아듣기 어렵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충청도 말투는 비록 느리지만 더 간결하고 정확합니다. 느리고 함축적인 말 속에 여유와 편안하고 따스한 온기가 느껴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이 총리의 말은 '충청도 말투'가 아닌 '거짓말'입니다. 이 총리의 말에는 충청도 말투의 미학인 느림도, 은인자중의 무게감, 따스함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한 말이 점심에, 점심에 한 말이 저녁에 탄로나는 거짓말일 뿐 입니다.

이 총리는 더 이상 충청도 사람들을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말투 때문이라며 충청도를 비하할 게 아니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합니다. 이 총리의 이 답변을 들은 한 충남시민은 이렇게 말합니다.

"거짓말이 엄청 쎄네유. 충청도 욕먹게 하는 총리가 '충청 총리'유?"

○ 편집ㅣ손병관 기자



#이완구#성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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