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에 4월과 5월은 대척점이다. 한 가지를 꼽자면 4·19 혁명이 있고 5·16 쿠데타가 있다. 대척점에 서 있는 '4·19와 5·16은 서로 화해할 수 있을까?
17일 오후 4시 30분 대전발전연구원(원장 유재일)과 대전미래기획포럼 주최로 대전발전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 날의 논의는 '4·19와 5·16 조화 가능한가'다.
주제발표를 맡은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내린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과거를 토대로 대한민국의 현실을 진단하고 전향적 사고와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가 진단하는 한국의 현실은 민주화와 근대화, 자유와 평등, 성장과 배분의 논리가 맞서고 있다. 그렇다면 4·19와 5·16은?
상반된 역사적 사건 만큼 대립의 요소가 많을 것 같지만 안 전 위원장의 분석은 다르다. 그는 우선 4·19에 대해 "시민항쟁과 민주주의, 반독재와 반부패, 민족주의, 통일지향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5·16에 대해 "5·16 세력의 상당수가 4·19를 지지한 사람들이고 이들은 민족주의를 내세워 나라를 바꾸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주, 근대화를 통해 산업화를 꾀했다"고 분석했다. 문학평론가인 김병익의 "5·16은 근대적 경제체제를 개발하려고 했던 것이며, 4·19와는 '2인3각'적 관계"라는 말도 소개했다. 5·16에 대해 부정적 일면만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그가 처음 박정희 정권의 방향을 설계한 '황용주'를 주인공으로 <황용주 : 그와 박정희의 시대>를 쓴 이유이기도 하다. 황용주는 자신이 꿈꾸던 '민족혁명'의 가능성을 박정희에게 걸고 5·16 쿠데타를 적극 환영했다. 비록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을 통한 통일방안 구상도 내놓았다.
그는 같은 이유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이승만, 박정희 묘소 참배에 대해서도 "과거 문제를 전향적으로 바로 본 자세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안 위원장은 " 박정희 유신체제는 악의 전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4·19와 5·16의 과거사가 미래로 가는 위해서는 성장과 배분의 문제, 유신체제 잔재 청산, 친일문제 청산 등을 꼽았다. 그는 조화를 위해 '배분'에 무게를 두자는 의견이다. 그는 "성장 얘기 좀 그만했으면 한다"며 "옆을 챙기고 경제성장을 더 추구하면 사회가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민족, 다문화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4·19와 5·16 화해의 걸림돌은 무엇일까?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거다.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차별은 경제적 차별이다. 때문에 자식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성공하라고 출세하라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 적어도 정당한 방법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고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