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화문광장은 오후 3시경부터 차벽을 만들고 폴리스라인을 설치하는 경찰들로 분주했다. 세월호 유족들이 집회를 하는 광화문(경북궁 앞)과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치고 광화문광장(세종문화회관 앞)으로 집결해 인간띠잇기에 참여하는 이들을 분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찰은 집회가 열리기도 전에 폴리스라인과 경찰차벽을 만들었을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을 불법채증하면서 시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시민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불법채증은 계속되었으며, 시민 중에서는 경찰의 채증이 왜 불법채증인지 세세하게 법조문을 읽어주기도 했다.
한 여성 참가자는 "명령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경찰의 대답에 "명령불복종을 하시라"고 하기도 했다. 오후 4시 30분 경부터 경찰은 일반시민들의 통행을 전면 통제하며 철통같이 길을 막았고, 조금만 항의를 해도 불법채증을 했다.
거듭된 요구에도 경찰이 길을 열어주지 않고, 불법채증을 했다. 노약자와 어린이에게라도 길을 터줄 것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집회참가자들과 경찰의 충돌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내 캡사이신을 시위대에 쏘아대기 시작했지만 시위대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도 시민들은 빼앗았던 방패를 돌려주고, 캡사이신을 맞은 경찰을 물로 씻어주기도 했다.
경찰은 저지선이 뚫리자 캡사이신도 모자라 물대포까지 발사했다. 물대포는 주변에서 집회광경을 바라보는 시민들에게까지 뿌려졌다. 집회참가자들이 이미 저지선을 뚫었고, 경찰력은 이미 무력해진 상황이었다. 경찰차에 올라갔던 시위자는 항의를 마치고 바로 내려왔다
그러나 물대포는 지속적으로 시민들에게 발사되었다.
물론 경찰의 채증과 캡사이신 등의 발사도 지속되었고, 집회참가자와 경찰간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미, 저지선 한쪽이 뚫리고 그곳으로 합류하기 위한 집회참가자들은 통과하는 상황에서도 경찰을 지속적으로 물대포를 쏘아댔다.
물대포는 결국 시민 한 명이 물대포차량에 올라간 간 후에야 작동을 멈추었다. 캡사이신과 최루액 차량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나마 최루액은 발사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시민들은 경찰차벽과 폴리스라인에 세월호 배를 붙이거나 구호가 적힌 피켓 등을 붙였다. 그리고 일부는 붉은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다.
세월호 유족들과 경찰벽게 가로막혀있던 시위대가 합류를 했고,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이들이 경찰차벽과 폴리스라인이 없는 곳으로 돌고돌아 광화문광장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지 시위에 참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채증의 대상이 되었다.
현행 경찰청 예규에는 채증을 '각종 집회 및 시위 및 치안 현장에서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촬영, 녹화 또는 녹음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경찰이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의 '불법채증'은 시민들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어떤 경찰은 채증을 하지 말라는 시민을 향해서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채증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집회와도 상관없는 시민들에게까지도 카메라를 들이대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에 시민들도 불법채증을 채증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이미 무너진 질서유지선, 그러나 이들이 끝까지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화문 경복궁 앞에 집결한 시위대를 토끼몰이 하듯이 진압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우려되기도 하는 대목이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국민일까, 아니면 이 비상한 시국에 국외순방을 떠날 정도로 국민에게 무관심한 대통령일까, 아니면 대통령 공백을 대리하고 있는 국무총리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필요 이상의 진압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찰의 행동으로 물리적 폭력이 유발되고,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듯하다.
청와대는 국민의 소리가 들리는가?
청와대가 국민과 소통한다면, 합리적으로 일을 풀어간다면 누가 저기에 가서 저렇게 집회를 하겠는가?
이 모든 책임은 소통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에 있으며, 일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악의적으로 유족들을 나쁜 이들로 몰아가는 현 정권에 있다고 할 것이다. 경찰도 상부의 명령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하지 말고, 어느 시민의 말처럼 잘못된 명령에는 '불복종'할 줄도 알아야 민중의 지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