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낮 류코쿠뮤지엄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지금 쇼고인(聖護院) 절 소장 유물 특별전시(3.21~5.10)를 하고 있습니다.
쇼고인 절은 일본 교토에 있는 큰절로 엔친(円珍, 814~891) 스님에 의해서 855년 지어졌습니다. 일본 황실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절 건물이나 멋진 장식 등으로 유명합니다.
쇼고인 절은 본당에 부처님을 모시지 않고 부동명왕(후도묘오, 不動明王)을 모시고 있습니다. 불교 신앙의 대상인 부동명왕은 밀교의 독특한 신격입니다. 특히 명왕은 일본 여러 불교 종파(天台宗. 禪宗, 日蓮宗 따위)에서 신앙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밀교 신앙의 대상인 부동명왕은 대일여래의 화신으로 세상에 나타난 것으로 봅니다. 대일(大日)은 아침 수평선 넘어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입니다. 일본의 고대 태양 숭배 사상과 관련되어 불교에 그대로 흡수된 것입니다. 일본 사람들의 태양 숭배 사상은 불교의 대일여래를 거쳐서 지금은 일장기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명왕의 명은 원래 산스크리트어 비드야(vidya)를 바꾸어 나타낸 것으로 지식, 학문을 뜻합니다. 그래서 불교의 깊은 진리 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참된 지혜, 진언이라고 합니다. 명왕은 부처님의 지혜와 진언을 몸으로 깨우친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백제 26대 성왕(재위 523~554년)을 일본에서는 성명왕(聖明王)이라고 해서 연결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쇼고인 절은 오래 전부터 부동명왕을 신앙의 대상으로 섬겨왔기 때문에 부동명왕 조각상이 많습니다. 이번 특별전시에서는 쇼고인 절에서 보관하고 있는 여러 가지 부동명왕 상을 한 자리에 모아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부동명왕 조각상의 앉은 모습, 선 모습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꾸미게 따위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특별 전시에는 신라명신상이 있습니다. 신라라는 말이 붙은 것으로 보아서 한반도 신라와 관련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시가현 미이데라 절에는 암자에 나무로 깎아서 만든 신라명신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엔친(円珍, 814~891) 스님은 당나라에 다녀오면서 신라명신의 도움을 받아서 무사히 귀국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뒤 일본 교토나 시가현 미이데라 절에서는 불법과 절을 지켜주는 신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류코쿠뮤지엄은 일본 교토에 있는 불교 종합박물관입니다. 인도에서 태어난 불교가 중국이나 한반도를 거쳐서 일본에 전해졌습니다. 일본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한반도의 불교 문화를 알아야 합니다. 류코쿠뮤지엄에서는 일본 국내외의 많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많은 불교 유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참고 누리집> 쇼고인(聖護院) 절,
http://www.gotenso.com/, 2015.4.19.
류코쿠뮤지엄,
http://museum.ryukoku.ac.jp/exhibition/concept.html, 2015.4.19.
미이데라(三井寺) 절,
http://www.shiga-miidera.or.jp/treasure/abinusttp/02.htm,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