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9일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전 실장이 검찰의 '우선 수사대상'에서 빠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큐멘터리 저널리스트인 안해룡씨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간다, 부부 동행인 듯"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안씨는 "근데 이 양반은 왜 도쿄에 가지? 이 양반은 비즈니스석, 나는 이코노미석 맨 뒤"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2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중) 한 분이 어제 출국해서 (전화하면) '해외로밍중'이라고 나온다"라며 "상당한 위치에 있는 분이 이 시점에 출국한 것은 더 큰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이 언급한 인사는 김기춘 전 실장이 맞다"라며 "김 전 실장이 어제 일본으로 출국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부장검사)이 김기춘 전 실장 등 8명의 여권 인사들이 적힌 메모와 관련한 자료조사를 마친 뒤 수사대상을 추리는 과정에서 김 전 실장뿐만 아니라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도 우선 수사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김 전 실장과 이병기 실장을 우선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고, 그런 사이에 김 전 실장이 일본으로 출국함으로써 '권력 실세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명 인사의 신병을 왜 확보하지 않나?"라며 "이들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나?"라고 물었다. 이에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검찰에서 확인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답변했다.
서 의원은 "언론보도를 보면 홍준표 경남지사를 출국금지했다는 얘기가 있고, 누군가는 (이미) 나갔다고 한다"라며 "김기춘 전 실장, 홍준표 지사의 경우 구체적으로 돈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을 출국금지하거나 소환조사할 계획이 있나?"라고 재차 캐물었다.
황 장관은 "출국금지, 체포영장, 압수수색영장 등은 필요한 때가 되면 조치를 취하겠다"라며 "다만 출국상황은 법상 규제가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지원 의원이 "출국 여부를 문서로 확인해줄 수 없다면 구두로라도 보고해 달라"라고 요구했고, 황 장관은 "수사팀과 상의하겠다"라고 답변했다. 황 장관은 "출국금지 여부는 개인신상이어서 외부에 말할 수 없다"라며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정확하게 취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황교안 장관은 "제기된 의혹은 하나도 빠짐없이 확인하고 검증할 것이고, 범죄 혐의 단서가 나타나면 수사할 것이다"라며 "그 과정에서 비리나 불법이 드러나면 엄청하게 처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황 장관은 "수사는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이고 돈을 준 사람은 돌아가셔서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국회에서도) 검찰 수사를 성원해 달라"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