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에 있는 우리 집 처마에는 제비집이 셋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비집이 하나만 있었으나, 2012년 봄에 찾아온 제비 두 마리가 둥지를 두 채 더 지었어요. 그해에 새끼를 두 차례 까면서 제비집이 석 채가 되었고, 이해부터 봄마다 우리 집에 제비가 돌아옵니다.
2012년에 우리 집에서 깨어나 어른이 된 제비는 모두 다섯 마리였고, 2013년 봄에 일곱 마리가 한꺼번에 우리 집에 찾아왔는데, 이해 여름에 농약을 먹고 다섯 마리가 죽었고 두 마리만 남았어요. 그래도 이듬해인 2014년에 두 마리 제비는 다시 찾아와서 새끼를 네 마리 낳았는데, 이 새끼가 살아남았는지, 또 농약에 죽었는지 잘 모릅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농약 씀씀이를 줄이지 않기 때문에, 게다가 지지난해부터 우리 마을과 이웃 여러 마을에서는 농협 헬리콥터를 빌려서 농약을 무시무시하게 뿌리기 때문에, 이 농약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면 마을마다 제비뿐 아니라 참새와 딱새와 박새도 거의 남아나지 못합니다.
올해 2015년에는 우리 마을에 제비가 고작 너덧 마리만 돌아왔고, 이 가운데 두 마리는 우리 집 처마 밑에 다시 깃들어서 알을 깝니다. 더없이 고마우면서 반가운 손님이요, 아주 고운 이웃이라고 느낍니다.
올해에 알을 까서 새끼를 키울 이 제비가 씩씩하게 잘 살아남아서 첫가을이나 늦여름에 바다 건너 따스한 고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어미 제비도 새끼 제비도 모두 무럭무럭 자랄 수 있기를 빕니다. 올해에는 부디 농약바람이 물결치더라도 이 바람에 휘둘리지 않기를 애타게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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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와 제비집 새끼 제비한테 바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나르는 어미 제비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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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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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와 제비집 2 새끼 제비한테 바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나르는 어미 제비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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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와 제비집 3 새끼 제비한테 바지런히 먹이를 물어다 나르는 어미 제비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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