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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특조위 시행령 철회와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18일 오후 광화문 현판 앞 유가족 농성장 쪽으로도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세월호특조위 시행령 철회와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18일 오후 광화문 현판 앞 유가족 농성장 쪽으로도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 선대식

[기사 대체 : 21일 오후 4시 58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라"고 하고, 장애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장애인의 날은 생일 같은 날"이라고 막말을 했던 경찰 간부에 대해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21일 이규환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막말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그에 대한 인사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사조치 내용이 근무지를 옮기는 단순 전보 수준이어서 피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규환 경비과장은 지난 1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유가족과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자 이를 막는 과정에서 방송을 통해 막말을 쏟아냈다.

이 경비과장은 유족과 시민들을 향해 "불법집회에 참가한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십시오"라고 했고, 경찰력들을 향해서는 "차에 오른 시위자와 경찰 장비를 파손한 사람 얼굴 채증해서 바로 검거해", "우리 경찰관 아주 잘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당시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와 최루액을 발사하면서 과잉 진압 논란이 빚어졌다. 이규환 경비과장의 발언은 세월호 추모집회 현장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을 독려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됐다. 특히 이 경비과장이 시민들을 향해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라"고 한 발언은 자녀와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이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경비과장은 또 장애인의 날인 20일 장애·인권 관련 단체들이 참여한 집회에서 "오늘은 장애인들의 생일 같은 장애인의 날이니 차분하게 대응하라", "우리 경찰관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처하라"는 내용으로 여러 차례 방송을 했다.

현장에 있던 조현수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정책실장은 "오늘은 우리 사회가 1년 중 단 하루만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는 괴로운 날이다. 그런 날을 '생일'이라고 하는 것은 장애인을 조롱하는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이규환 경비과장, "진정시키다 보니 나온 말... 선의였다" 해명

이규환 경비과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대원들이 장애인들을 배려하지 않고 흥분할까봐 진정시키다 보니 나온 말이다. 경찰의 날이 경찰에게 생일이듯 장애인의 날도 장애인에게 생일 같은 날이라고 선의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경비과장의 해명에도 사태가 악화되자 21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사과문을 통해 "유가족과 장애인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마음을 아프게 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구은수 서울청장은 "최근 4월 18일과 20일 종로경찰서의 한 지휘관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와 관련하여 현장 지휘관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 후 인사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유족·장애인 관련 단체, "징계 조치" 요구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이나 장애·인권 관련 단체들은 구은수 서울청장의 사과로는 부족하다며 종로경찰서장과 경비과장 등에 대한 징계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규환 경비과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일부 언론에서 '경질'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유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질이라구요? 종로서 이규환 경비과장이 서초서 경비과장으로 옮겨간 게 경질인가요"라고 반문한 뒤, "그리고 경비과장은 항상 '종로경찰서장의 명을 받아.... 어쩌구 저쩌구....' 그랬는데, 종로경찰서장은 책임 안 지나요"라고 지적했다.

장애·인권 관련 70여개 단체들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소속 회원 10여명은 이날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의 날' 경찰의 장애인차별 발언 진정"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반인권적 행태를 규탄했다.

조현수 정책실장은 "기자회견 전에 언론에서 '경질'이라는 보도가 나와서 합당한 조치가 될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전보였다"면서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미흡한 조치"라고 밝혔다.

조현수 실장은 또 "지난해에는 경찰이 장애인들을 상대로 최루액을 쏘기도 했는데,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과 공권력 행사가 계속 되고 있다"라며 "윤명성 종로경찰서장을 비롯해 경비과장, 경비계장에 대한 합당한 징계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명예훼손 및 모욕을 근거로 관련자들에 대해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세월호#구은수#이규환#서울지방경찰청#종로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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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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