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를 공포와 연민과 혼동과 분노로 몰아넣었던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지 못한 채, 진상규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세월호를 인양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논란만을 거듭하고 있다.
정확히 세월호 참사 1년이 지날 무렵, 한 기업인의 죽음과 그가 남긴 메모와 인터뷰가 다시 한번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그 와중에도 수많은 사람들은 1년 전에 가라앉은 대한민국의 정의를 되살리기 광화문 광장에서 뜻을 모았고, 그 자리에 모인 수많은 이들의 함성과 울분은 버스의 장벽에 막히고, 쏟아지는 거친 물대포와 캡사이신의 고통과 뒤섞였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많은 이들은 허탈하게 바라보아야 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우리에게 남은 것들세월호 참사는 같은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내는 모든 학생들에게 동일한 상처로 작용한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라 고민은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를 통해 결정된다. 진실에 눈을 감고 가치가 자본의 논리 앞에서 점령당한 사회에서의 교육은 경쟁주의, 성과주의의 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될 것이며, 역시 모든 이들은 대학 입학에 요구되는 실력, 취업 준비를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실력을 속여도 인성은 속일 수 없다"
지난 21일 경기도 용인시 태성고등학교 3학년 340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한 정직선서식 위와 같은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선서식은 모든 것을 대학입시라는 지상 과제를 맞추어 살아가는 이 시대의 수험생들에게 뜻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지식의 습득에 '동기'가 사라지면 '주입식 교육'이 되고 만다. 학벌과 취업이 동기가 되는 교육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생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지만, 결국 다음 단계의 성취를 위하여 끝까지 견디기만 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하기 쉽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노력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깨닫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성은 속인 채 실력만을 앞세우며 살았으며, 인성 없이 만들어진 실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성취가 개인의 성공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고, 소통하고, 연대하는 공동체의 가치 차원이 되어야, 비로소 공부를 하는 진정한 목적이 만들어지고, 그래야 진정 자기 스스로가 주도되는 공부가 가능해진다.
원칙이 가라앉은 이 시대에 '정직'이 주는 교훈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지나는 고3 학생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앞으로 그들이 지나는 힘겨운 인생의 순간마다 "정직하게 살겠습니다!"라고 외쳤던 학창 시절의 선언이 계속 유효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자라나는 세대를 통해서 끝까지 희망을 발견하는 이유이다.
정직한 사회에 우리 아이들을 살아가게 하기 위하여이날 학생들은 원칙을 준수하고 정직하게 시험에 임할 것이며, 정직의 가치를 실현하고 정직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것을 '선서'했다. 이날 행사는 개개인이 정직선언서에 자필 서명하고, 선생님들이 준비한 정직 배지를 다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작년 이맘 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또래 학생들은 노란 리본을 묶고, 성금을 모으면서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지만,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진실은 어떻게 규명되었는지 아직 알 길이 없다.
수없는 죽음 앞에서도 진실에 둔감해지고, 누군가 목숨을 던져 밝혀야 것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에 오늘의 '선서'가 중요한 교훈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정직하게 살아봐야 나만 손해인 사회가 아니라, 정직의 가치가 연대를 이루고 공유되는 세상, 정직이 신념이 아니라 상식이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