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베이징=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이준삼 특파원 =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가 25일 정오(현지시간)께 발생한 강진으로 아비규환에 빠졌다.
AP·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팔의 카트만두 인근에서 규모 7.9의 강진이 발생하자 도시 곳곳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카트만두를 비롯한 주변 지역 일대에는 인구 250만명이 허술하게 지어진 주택에 밀집해 살고 있어 지진으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
지진이 나자 건물 상당수가 무너졌고 도로는 두 동강이 났다. 도시의 담벼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렸고 건물 벽에는 선명한 금자국이 나타났다.
카트만두 주민들은 공포에 질린 채 집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카트만두 주민인 아누파 셰스사는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무너져 내렸다. 건물 벽들이 붕괴됐고 국립경기장 문도 무너졌다"며 긴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진 당시 버스를 타고 있었다는 한 외국인 여성은 "20m 정도 앞에서 큰 바위가 버스를 향해 굴러왔고 주변의 모든 집이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처럼 흔들렸다"고 말했다.
무너진 건물 파편에 맞아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피를 흘린 채 병원으로 실려갔다. 거리는 환자를 실은 구급차 소리로 시끄러웠다.
로이터통신은 "모든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많은 사람이 병원으로 급히 이송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카트만두에 있는 노빅 국제병원의 주차장은 임시 병동으로 변했다.
얇은 매트리스가 깔린 주차장에는 수십 명의 환자가 들어찼고 의사와 간호사들은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기에 바빴다.
의료진이 피범벅이 된 시민들의 머리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무너진 건물에 깔려 매몰된 사람도 많았다. 시민들이 거의 맨손으로 건물 잔해더미를 파헤치며 매몰된 사람을 구조하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카트만두에 1832년 세워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62m 높이의 빔센(다라하라) 타워도 이번 지진에 무너졌다.
이 건물에서는 현재 치열한 구조작전이 진행되고 있지만 벌써 180명 이상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현지 경찰관계자가 밝혔다.
지진 규모가 컸던 만큼 피해는 네팔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진 진원지의 인근 국가인 인도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AFP는 "수도 뉴델리를 포함한 인도에서도 30초에서 2분가량의 진동을 느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도 진동을 느낀 주민들이 패닉에 빠져 거리로 뛰쳐나왔다. AP는 방글라데시에서도 사망 2명, 부상 100여 명의 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네팔 지진의 충격은 히말라야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진 충격으로 에베레스트 등을 비롯한 히말라야 고산 곳곳에서 대규모 눈사태가 발생, 외국인 등산객을 포함해 최소한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등반객 수십 명이 다쳤거나 연락 두절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등산가인 알렉스 카빈은 트위터를 통해 "(에베레스트산에서 서쪽으로 8km 정도 떨어진) 푸모리 산에서 거대한 눈사태가 나 살기 위해 텐트에서 나왔다"며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산 위에 있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직후 카트만두 국제공항이 폐쇄됐지만 지금은 일부 노선에 대한 운항이 재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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