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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8일 오후 1시 25분]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28일 오전 광주고등법원 201호 법정에서 이준석 선장이 선고가 내려지길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28일 오전 광주고등법원 201호 법정에서 이준석 선장이 선고가 내려지길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이준석 선장이 항소심에서 살인죄 유죄판결을 받았다. 28일 광주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서경환)는 그가 탈출 직전 퇴선명령을 했다는 1심 판단을 뒤집고, 이 선장은 승객 구호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며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다. 형량도 징역 36년에서 무기징역으로 늘어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배에서 빠져나온 일이 '승객들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 즉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장 서경환 부장판사는 "이준석 피고인은 사고 당시 승객들의 퇴선 여부 및 그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졌는데도 '골든타임'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선장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준석 선장은 세월호에서 빠져나온 뒤에도 배의 상황을 살펴보긴커녕 구조하러 온 해경 123정 선실에 들어가버렸다. 또 진도 병원에서 신분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자신이 선장이라고 밝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의 이런 행동들을 살인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강원식 1등 항해사와 김영호 2등 항해사, 박기호 기관장의 경우 선장의 지휘를 받는 위치라며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살인죄 판단 크게 달라져... "선장 책임 막중히 물었다"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28일 오전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 15명이 광주고등법원 법정에 배석해 있다.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28일 오전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 15명이 광주고등법원 법정에 배석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기호 기관장은 동료 살인죄도 무죄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심 재판부(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그가 기관부 선원들과 세월호 3층 복도에서 대기하던 중 부상입은 조리부원 2명을 내버려둔 채 배에서 빠져나온 일을 살인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박 기관장이 조리부원들을 처음 발견했을 때 편한 자세로 눕히라고 지시하는 등 구호조치를 했지만, 퇴선 무렵에는 그들이 사망했다고 오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던 세월호 침몰 원인 판단도 달라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세월호가 ▲ 증·개축에 따른 복원성 악화 ▲ 화물 과적과 부실 고박 ▲ 조타 실수(박한결 3등 항해사, 조준기 조타수의 업무상 과실) 때문에 침몰했다고 봤다. 선원들의 진술과 검찰 쪽 자문단의 시뮬레이션 보고서가 핵심 근거였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조타 실수를 인정하려면 사고 당시 세월호 엔진이나 조타기 등의 상태를 명확히 알아야 하는데 이 증거들만으론 부족하다고 했다. 서경환 부장판사는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관련 부품을 정밀히 조사해야 사고 원인 등을 알 수 있다"며 "정확한 원인을 모를 때에는 형사법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한결 항해사와 조준기 조타수의 업무상 과실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세월호는 '조난당한 선박'이라 ▲ '조난당한 사람을 구조해야 한다'는 수난구호법상 구호의무가 없고 ▲ 선박끼리 충돌했을 때 상대편 배를 놔두고 달아난 경우에 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선박사고 후 도주죄도 적용하지 못한다는 1심 판결 역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해석은 선원들의 구조 의무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한다며 선원 15명 모두의 수난구호법 위반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준석 선장과 강원식 1등 항해사의 선박사고 후 도주죄도 인정했다.

1심보다 많은 혐의들에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선원들의 형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서경환 부장판사는 "선장의 책임을 막중히 묻는 대신 선원들의 형은 감경했다"며 "세월호와 유사한 이탈리아 코스타 콩코르디아호 좌초사고에서도 선장과 선원의 형량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31분, 그는 주문을 읽기 시작했다.

"피고인 이준석을 무기징역, 강원식을 징역 12년, 김영호를 7년, 박한결·조준기를 징역 5년, 신정훈·전영준을 징역 1년 6개월, 박경남·오용석을 징역 2년에 처한다. 또 피고인 박기호를 징역 7년에, 손지태·이수진·이영재·박성용을 3년에 처한다."

끝내 눈물 흘린 엄마, 하늘도 같이 울다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28일 오전 광주고등법원 201호 법정에 세월호 가족들이 방청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세월호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28일 오전 광주고등법원 201호 법정에 세월호 가족들이 방청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방청석에는 또 한 번 탄식이 터져나왔다. 1심과 달리 이준석 선장의 살인죄 유죄판결이 내려졌지만 세월호 유족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재판을) 끝내는 게 어딨어? 도대체 검사들은 뭐한 거야", "이게 재판이냐 개판이지"라고 소리쳤다.

416세월호가족협의회는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원들의 죗값을 덜어주는 재판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대표로 회견문을 낭독한 단원고 2학년 4반 강혁 학생 어머니는 "끝끝내 죄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피고인들의 모습을 보며 가족들은 끊임없이 상처받았지만 그래도 정의가 살아있다고 믿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렸다"며 "그런데 오늘의 결과는 처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하늘에 있는 우리 아이들의 넋이… 오늘도 서럽게 눈물을 흘리게 했다…."

어머니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기자회견 시작 즈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발이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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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손병관 기자



#세월호#선장#무기징역#살인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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