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에선 '2015~2018년까지 매년마다 하수도요금을 20%씩 올린다'는 조례가 통과되어 올해 3월부터 인상요금이 부과되고 있다. 작년부터 모 정당차원에서나 시민단체차원에서 '하수도요금 인상안 반대'에 대한 서명운동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예정대로 집행되었고, 앞으로도 조례대로 집행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3일부터 오후 5시가 되면 안성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는 시민이 나타났다. 이상민(47, 인지동)씨는 안성시청 앞 봉산로터리에 피켓을 들고 나타나 6시까지 일인시위를 하다 유유히 사라졌다. 오늘(27일) 그 현장에서 그가 시위하는 동안 내내 같이 서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의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장소는 왜 여기이며, 이 시간대를 택한 이유는?"(이곳은)이 사안의 결정권자(시장)를 비롯한 공무원들이 지나다니는 곳이며, 안성시민들도 지켜볼 수 있는 곳이며 또한 안성시의회의 시의원들도 지나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5~6시를 택한 것은 공무원들의 퇴근시간이기 때문이다."
- 하수도요금을 무조건 내리자는 거냐. "아니다. 하수도 요금 수익자 부담원칙을 인정한다. 하수도요금 인상에 대한 근거를 분명히 공개하면, 그래서 시민들도 수긍할 만한 근거가 있다면 우리 시민들도 이해할 거다. 하수도 요금을 올리든 내리든 그 근거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시민이 공감하는 수준에서 재조정하라는 거다."
- 일인시위까지 하게 된 과정이 있나. "작년 4월에 수도세가 오른다는 말을 듣고 시민으로서 관심 있게 지켜보아 왔다. 작년 11월에 그에 관한 첫 설명회도 참석했었다. 하지만, 그 자리는 무척 실망스러웠었다. 시가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거나 자세한 설명이 있는 자리가 아니라 수도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후 그 부당성을 SNS 등을 통해 알려왔다. 자료도 요청했으나 거기엔 인상내역과 사용료 등 단순조항만 있더라. 정작 알고 싶은 것은 없었다. 이에 시민 개인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보공개청구와 일인시위 정도여서 하게 되었다.'
- 알고 싶은 건 무엇인가?"민자사업협약서다. 그것을 봐야 지금의 하수도요금 인상의 근거가 타당한지 시민이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는가."
- 받은 자료에 그것은 없었나. "비밀유지조항이란 게 있더라. 시에 문의 하니, 그건 해당 업체의 기업 경영상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조항이라 밝힐 수 없다고 하더라."
- 시의 말에도 일리가 있지 않은가."아니다. 하수도 요금은 말 그대로 요금이다. 세금이 아니다. 요금을 내는 사람(시민)이 요금 인상이 된 근거를 달라는데 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지금과 같은 사례가 다른 시도에도 있었는가?"그렇다. 2006년 광주에서도 교육청 BTL 사업이 있었고, 광주의 한 시민단체가 2년 동안 법정 싸움을 통해 시민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2008년 11월에 광주지법에서 이것을 받아들여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안성시청은 그 판결대로 시민에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 시가 요청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일반시민들은 '뭐가 구린 게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난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공개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오히려 공개를 한다면, 인상안에 대한 시민적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견인차가 되지 않을까."
-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있는가. 혹시 어느 정당이나 단체와 연결되어 있는가?"아니다. 이건 순전히 나 개인의 판단으로 하는 일인시위다. 내가 이러는 건 내가 시민이기 때문이다. 시민의 당연한 권리를 되찾고 싶어서다."
- 혹, '하수도요금 인상'에 대한 것만 관심이 있는 것인가?"아니다. 나는 우리 사회 공공영역이 파괴되지 않았으면 한다. 공공서비스부문에서 기업의 이익으로 인해 시민이 놀아나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처럼 하수도요금을 인상해도 시민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건 공동체를 파괴하는 일이라고 본다."
- 일인시위를 언제까지 할 것이며, 향후 계획은?"시위 첫날로부터 10~15일을 생각하고 있으며, 일인시위를 통해 시청과 시민들에게 여론을 환기시킨 후, 안성시의회 의원을 통해 청원할 생각이다."
이상민씨. 그는 안성토박이이며, 대학에 진학하면서 안성을 떠났다가 26년(지난해) 만에 안성으로 귀향해서 지역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고향이 적어도 공동체가 살아 있고, 공공영역이 잘 보존 되는 곳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가 말한 '시민이 주인인 것을 되찾겠다'는 말처럼 이 사안에서도 그리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