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타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햇빛은 따듯하고, 공기는 부드럽다. 들판을 갖가지 색으로 물들인 꽃들은 점점 더 강렬한 빛을 띠기 시작했고, 이제 막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나무들은 녹색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겨우내 먼지 앉은 자전거를 꺼내, 어디든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춘천으로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말은 물론이고, 주중에도 경춘선 전철 칸에 자전거를 싣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전철 양 끝 칸에 자전거를 싣는데, 여행객들이 많을 때는 아예 자전거를 싣는 공간이 부족할 때도 있다. 그 바람에 때로 여행객들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이지기도 한다.
춘천으로 자전거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대부분 의암호를 찾는다. 의암호 자전거도로 주변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보기 드물게 아름답기 때문이다. 산과 호수와, 호수 안에 떠 있는 작은 섬이 한데 어울려 다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비록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이긴 하지만,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는 사실 하나는 부정하기 어렵다.
의암호 자전거도로는 원래 4대강사업이 실시되기 이전부터 자전거여행객들이 많이 찾던 여행 명소다. 공지천을 중심으로, 자전거도로가 개설돼 있었다. 4대강사업이 그 도로를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그 결과 지금은 의암호 둘레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자전거도로가 생겼다. 그 이후로 의암호 자전거도로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는 전원주택과 별장들
지금은 자전거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의암호 자전거도로를 다녀가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렇다 보니, 춘천으로 떠나는 자전거여행 하면 으레 의암호나 공지천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사실 딱히 다른 곳을 떠올리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춘천에서 자전거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의암호나 공지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전거여행을 하는 데 굳이 자전거도로가 개설돼 있는 곳을 고집할 게 아니라면, 사실 자전거여행에 적합한 새로운 장소를 찾아내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춘천은 흔히 '호반의 도시'로 불린다. 춘천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댐으로 가로막힌 거대한 호수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산과 산 사이를 흐르는 북한강과 소양강을 볼 수 있다.
그 호수와 강 주변으로 수없이 많은 길들이 열려 있다. 그 길들이 대개는 호수와 강 언저리에서 끝나지만, 더러는 호숫가와 강가를 따라서 길게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 경우, 자전거여행을 하는 데 더 없이 적합한 길이 될 수 있다. 춘천시 원평리, 강가 산비탈 위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도 그런 길 중에 하나다.
그곳의 도로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들이다. 도로가 개설되지 않았다면 오지나 다름이 없었을 마을들이 강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풍경이 지극히 평화로워 보인다. 가슴이 푸근해지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도로를 따라서 드문드문 나타나는 전원주택과 별장들도 자연의 일부처럼 보인다.
도로는 한적하다. 한적하다 못해, 때로는 이 도로 위로 자동차들이 지나다닌다는 사실을 잊을 때도 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들꽃에 한눈을 팔고 있다가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에 비로소 정신을 차린다. 원평리는 낚시터로도 유명한데, 도롯가에 서 있는 차들은 대부분 낚시꾼들이 몰고 온 차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곳에서 자전거여행을 하는 데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마을 주민들이 기르는 개들이 도로 위를 한가롭게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이 개들이 도로를 지나가는 자전거를 향해 맹렬하게 짖어댄다. 그 개들이 그나마 덩치가 작은 게 다행이다. 개들이야 어찌됐건, 여행을 중단할 만큼 중대한 사유는 되지 않는다.
땀 흘려 오른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고개들원평리 강가를 구불구불하게 돌아가는 도로는 동쪽 끝 갈버덩골에서 끝난다. 그 이후부터 신포리 마을로 들어서는 지점까지는 돌투성이 산길이다. 길 위로 우툴두툴한 돌이 잔뜩 깔려 있다. 강가 쪽으로는 가파른 절벽이다. 이런 곳에 자전거를 위한 안전장치 같은 게 마련돼 있을 리 없다. 자전거 핸들을 꽉 잡을 필요가 있다.
이 길 위로 차는 거의 지나다니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까딱 잘못하면, 돌투성이 길 위로 중심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길 폭은 차 한 대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다. 그 위로 차들이 지나다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주변에 군부대 훈련장이 있는 것으로 봐서, 주로 군용 차량들이 지나다니는 것으로 보인다.
신포리로 내려와서는 5번 국도를 타고 말고개터널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거기에서 5번 국도를 따라 태극기들이 줄지어 나부끼고 있는 것이 보인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이곳에서는 마을 주민 전체가 일년 내내 집 밖에 태극기를 내걸고 있다. 그런 일이 5년째 계속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가진 애국심의 발로다.
이 지점에서 말고개터널을 지나면 바로 원평리다. 눈앞에 말고개터널이 빤히 바라다 보인다. 이쯤에서 높은 말고개를 힘들여 넘지 않고 터널을 곧장 빠져나가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터널 안을 지나가는 건 위험한 짓이다. 말고개터널은 상당히 어둡다. 터널 안을 지나다니는 차들도 꽤 많은 편이다.
말고개터널로 진입하기 전에, 광산골로 우회전을 한다. 얼마 안가 터널 위, 말고개를 넘어가는 도로가 나온다. 고개 위를 넘어가는 길이라 경사가 제법 높고 길다. 이 길은 말고개터널이 생기기 전에 춘천과 화천을 잇던 도로다. 고개 정상 부근에 정자 비슷한 것이 서 있다. 그 정자 위에서 신포리와 북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말고개는 한국전쟁이 있기 전에는 38선이 지나가던 곳이다. 이 고개를 경계로, 남과 북을 갈랐다. 고개 아래에, 이 지역이 38선이 지나가던 곳임을 알려주는 표지석이 있다. 춘천시 내에 남과 북을 가르는 경계선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다. 춘천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얼마나 치열한 전투를 벌였을지 짐작이 간다.
자전거여행 중, 갑작스런 사고에 대비해야
원평리는 북한강 주변 풍경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채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도로도 한적해 자전거여행을 하기에 적합하다. 고갯길이 몇 군데 있지만, 경사가 그다지 급한 편은 아니다. 땀 흘려 경사를 오른 뒤, 고개 정상에서 내려다보게 되는 풍경이 색다른 감흥을 준다. 좀 더 특별한 자전거여행지를 찾는다면, 한 번쯤 권할 만하다.
유의할 점이 있다. 이곳은 일반적인 여행지가 아니다. 따라서 음식점과 민박집 외에 여행객들을 위한 편의 시설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음식점도 미리 예약을 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일부 구간은 인적이 드물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 이런 곳으로는 여럿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전거사고도 함께 늘고 있는 추세다.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는 곧게 뻗은 길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속도를 내기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다. 도로 곳곳에 속도 제한 표시가 있지만, 그걸 의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전거도로 어디를 가든지 마찬가지다. 위험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사고에 대비해, 헬멧 같은 보호 장구를 갖추는 것은 필수다. 곡선 구간이나 내리막 구간을 달릴 때는 충분히 속도를 낮춰야 한다. 요즘에는 나무판이 깔린 자전거도로도 많은데, 도로 표면이 보기보다 미끄러운 편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자전거도로가 아닌 곳에서는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원평리에서와 같이 길 위에서 개를 만났을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는 게 좋다. 어떤 경우에도 개를 자극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개들을 무시한 채, 동네 산책이라도 나온 듯 무심하게 행동하는 게 최고다. 만약에 개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면, 있는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아 달아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개들이 자전거를 발견하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건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 때문이다. 이때 개들은 자전거를 외계로부터 온 침입자로 간주한다. 그래서 자전거가 일단 자신의 영역을 벗어났다고 판단하면 바로 공격을 멈춘다. 그러니 길 위에서 사나운 개를 만나게 되면, 조심스럽게 그 지역을 벗어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