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좀 더 글을 잘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매일 반복해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만, 허심탄회하게 '와, 이건 다시 읽어도 정말 잘 쓴 글이다'이라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이 정도면 나쁜 글은 아닌 것 같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글이 대부분이다.
블로그에 발행할 글을 쓰다가 앞이 깜깜해질 때, 나는 블로그에 발행한 과거 글을 차례로 읽어보고는 한다. 내가 글을 쓰기 위해서 투자한 시간과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어 '열심히 썼구나'라며 다독이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히 전달되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이외에도 나는 몇 개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좀 더 가벼운 기분 속에서 글을 쓰는 블로그에 발행하는 글은 이런 부담이 훨씬 적다. 가벼운 소설과 만화책 감상 후기는 그냥 내가 얼마나 재밌게 읽었는지 철저히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떠들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논리적으로, 읽은 책을 소개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몇 가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는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 발행하는 글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글의 초안을 작성하고 몇 번이나 수정하지만, 더는 손 쓸 수가 없게 된 원고를 최종 원고로 블로그에 발행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더라도 내 글을 내가 다시 검토하고,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는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몇 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글을 송고하는데, <오마이뉴스> 기자의 편집으로 다듬어진 글은 초기 내 원고와 달리 독자가 글을 읽기 쉽도록 깔끔해져 있어 놀랄 때가 많다.
위 사진은 며칠 전 블로그에 발행한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책을 읽고 쓴 후기를 <오마이뉴스>에서 발행한 글 일부이다. 블로그에 발행했던 글은 소제목으로 나누는 형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에 발행된 글은 글 내에서 소제목으로 단락을 나누었고, 불필요한 부분이 적절히 수정되어 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글을 편집하는 전문가의 손을 거쳐서 글이 한층 더 깔끔해진 모습을 보면 '아, 아직 나는 한참 멀었구나'이라며 한숨을 쉬게 된다. 그래도 그냥 한숨만 쉬면서 괴로워하는 게 아니라 글을 비교하면서 어느 부분을 어떻게 했는지 살펴보고, 다음부터는 부족한 부분을 수정하려고 시도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글쓰기'를 주제로 다루는 책을 읽기도 하고, 인터넷 서점 블로그에 도서 감상 후기를 올릴 때는 완전히 새로 글을 작성해서 올리기도 한다.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블로그에 8문단의 글이었다면, 인터넷 서점 블로그에는 절반으로 줄여 짧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만난 한 권의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사고 싶은 도서를 검색해보나 추천 목록에서 발견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이다.
소제목에서 말한 대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논리적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시와 소설 등의 문학 작품을 잘 쓰고자 하는 사람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 아니라 이외수 선생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을 추천하고 싶다. 완벽히 장르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나처럼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작성해 발행하거나 앞으로 자기소개서, 강연기획서, 에세이, 논술 시험 같은 종류의 글을 자주 써야 하는 사람에게 알맞은 책이다. 아마 사람 유시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그의 책이 어떤 형식으로 갖춰졌을지 쉽게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정치인'으로서 유시민은 솔직히 잘 모른다. 과거 읽었던 책을 통해 군사 정권 시절에 저항했던 인물 중 한 명이라는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 중 한 명이라는 것. 딱 그 정도 알고 있다. '유시민'이라는 인물은 우리에게 워낙 유명하지만, 그렇기에 이름만 들어서 아는 정도이다.
그러나 철도 노조 파업과 민영화를 두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새누리당과 토론을 하는 장면을 통해서 유시민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지 본 적이 있었다. 합당한 논증 없이 억지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한 남성과 너무 다른 정확한 모습에 '와, 정말 이 사람 대박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책이 나왔을 때 망설임 없이 구매했는데, 책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언제나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는 고민을 하는 내게 가뭄의 단비 같은 책이었다.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일부분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오랜 세월 논증 없는 주장이 활개 치는 세상에서 살았다. 사실과 논리에 입각해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 크고 힘센 쪽이 이기는 현실에 익숙하다. 권력자들은 '말 많으면 빨갱이'라는 말로 합당한 논증을 요구하는 시민들을 핍박했다. 시민들은 정책의 타당성을 논증하려고 애쓰는 대통령을 '말이 많다'고 비난했다. 부모들은 꼬박꼬박 어른한테 말대꾸한다며 논리적인 주장을 펴는 자녀를 혼냈다. 교사와 교수는 질문하는 학생을 귀찮게 여기거나 구박했다. 심지어는 국가정책을 다루는 정당들까지도 사실과 논리와 이성적 추론이 아니라 대중의 감정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했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논리적인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다. (p32)<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논증의 미학'에서 읽은 이 부분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아마 윗글을 읽으면서 어릴 적 어른에게 논리에 맞지 않아 '이건 좀 아니에요'하고 말하려고 했지만, '토 달지 마!'이라며 어른에게 혼났던 기억을 떠올린 사람이 있지 않을까?
난 그렇게 자주 혼이 났었다. 그리고 그 상황이 타개되지 않으면, 혼자서 울거나 막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좀 더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이 지금보다 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후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담임 선생님과 담론을 펼쳐 야간 자율 학습의 굴레에서 벗어난 것이 첫 성과였었다.
아직도 우리는 이런 문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여전히 수평적 관계보다 수직적 관계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고, 그 상태에서 잘못을 지적하지 못하니 잘못이 반복되며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정치적 현안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선·후배 사이 군기 잡는 문화 문제가 그 예다.
아래에서 글 두 개를 더 읽어보자.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야 훌륭한 글이다. (p91)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책은 싫다.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문장도 싫고, 전문가라야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용어도 싫다. 따로 검색해야 알 수 있는 이름과 학설을 아무 설명 없이 나열한 글도 싫다. 글을 그렇게 쓰는 사람도 싫다. 배우고 깨닫고 느끼려고 읽는 것이지 '셀프고문'을 하려고 책을 읽지 않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그렇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예수님과 공자님 같은 인류의 스승들이 '네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p244)책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하게 되면 이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한 것이 있는데, 특정 작가와 책이 등장해 일부러 옮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쓰는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딱 이 문장만 읽어도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도서 서평단 활동을 하다보면 가끔 말문이 막히는 책을 만나게 된다. 그런 책이 대부분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쓴 책'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는 그게 아닐 수 있고, 내가 독해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공 서적을 목표로 나온 책이 아니라 일반 도서로 나온 책이 너무 읽기 어려웠다.
그런 책을 읽은 후에 나는 작은 비판을 섞어 '평범한 사람이 읽는 것보다 전공하는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후기를 작성했다. 만약 작가가 좀 더 대중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을 쓰고자 했다면, 전문 용어를 남발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쉽게 이야기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윗글을 읽으면서 나는 과거에 몇 번이나 만났던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는 책을 떠올렸고, 또 한편으로는 혹시 내 글이 그렇게 되고 작성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글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다. 그게 내가 원하는 글이다.
여기서 정리해보자.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나는 박경림 선생님의 <토지> 같은 책을 쓰고 싶어'이라는 바람을 가진 사람이 읽기엔 맞지 않는 책이다. 이 책은 취업 활동을 하기 위해 쓰는 자기소개서, 그리고 대학원 졸업 같은 분야에서 '논리적인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특히 나처럼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고, 언젠가 내 이야기를 닮은 에세이 집을 책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추천하고 싶다. 매번 머리를 쥐어 잡으며 하는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을 좀 더 쉽게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자세히 책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현재 다음에서 '유시민의 글쓰기 고민 상담소'4를 검색하면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혹시 책을 당장 읽지 못하거나 좀 더 고민해보고 구매하고 싶다면 인터넷에서 유시민의 글쓰기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으면서 '그래도 이 정도면 제법 잘 갖춰졌어.'이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때까지 나는 글쓰기 공부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뭐, 앞으로 꾸준히 블로그를 통해 활동을 넓혀가는 것이 내 꿈이기에 노력할 수밖에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꿈은 절대 현실이 될 수 없을 테니까.
블로그를 통해 꿈을 보는 사람, 글을 통해 꿈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이 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이 중등교육을 받으며 고등학교를 마친 청년들 열 가운데 일곱이 대학에 진학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정보통신혁명으로 인해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부와 권력을 만들어내고 엄청난 양의 정보가 빛과 같은 속도로 지구촌에 퍼져나가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글을 잘 쓰지 못하면 학업과 사회생활을 잘해 나가기 어렵다.다시 말하지만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은 문명이 선사한 축복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한껏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이 축복과 특권이 좌절감과 열등감의 원인이 된다면 그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시대의 축복을 받아들이고 특권을 즐겨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글쓰기 훈련이 덜 고되게 느껴진다. 이것이 내가 직업적 글쟁이로서 자주 쓰는 정신 승리법이다. (p275)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