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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른다. - 기자 말

병실 병실에서 내려다본 부산 개금동 풍경
병실병실에서 내려다본 부산 개금동 풍경 ⓒ 강상오

월요일에 입원해서 화요일에 수술을 받았다. 계획대로라면 토요일에 퇴원할 예정이었는데 회복 속도가 빨라 하루 일찍 퇴원을 했다. 난생 처음 병원에 입원해 보낸 5일은 '세상에 참 아픈 사람이 많다'는 걸 알려줌과 동시에 이 외과 병동에서 '나는 아픈 것도 아니다'라는 걸 느끼게 해줬다.

처음 입원할 때 일반 병실 중엔 빈 곳이 없어 하루에 5만 원이 더 비싼 2인실에 입원했다. 입원할 때는 빈 자리가 나면 바로 일반 병실로 옮겨 달라고 했는데 이미 병실에 익숙해진 4일째가 돼서야 일반 빈 자리가 났다고 했다. 그냥 이 병실에 계속 있겠다고 했다. 짐 옮기기가 귀찮아서기도 했지만, 오며가며 일반 병실에 누워 있는 환자들의 상태를 보니 나도 덩달아 '중환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과 함께 있으면 더 아플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루한 병원 생활...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여기 저기 아플 수밖에 없고 회복 속도도 더디다. 그렇다보니 이 병동 안에서 나는 아주 젊은, 아니 어린 환자였다. 나머지 대부분의 환자는 부모님이나 할머니뻘쯤 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환자들 사이에 끼어 누워 있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병실을 옮기지 않기로 결정한 바로 다음날 퇴원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피 주머니에 피가 차는 양이 적어 퇴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머니께 서울 출장을 간다고 했으니 딱 금요일에 집에 가면 모든 시나리오가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목에 수술 자국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집에 가서는 이야기를 해야 했지만, 어쨌든 괜찮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떡진머리 몇일간 씻지도 못하고 머리가 떡지고 눌려진 상태로 지냈다
떡진머리몇일간 씻지도 못하고 머리가 떡지고 눌려진 상태로 지냈다 ⓒ 강상오

병원에 있었던 시간들은 정말 지겨웠다. 일명 '나이롱' 환자들은 어떻게 이 지겨운 병원에서 그렇게 잘 버텨내는지 신기했다. 입원할 때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을 다 챙겨가고 읽을 책도 몇 권 챙겨 갔는데도 너무 지겨웠다.

병실 침대에 태블릿PC 거치대가 달려있고. 침대 등받이를 꼿꼿이 세워 종일 노트북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매 시간마다 혈압을 체크하러 오는 실습생 간호사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렇게 요란하고 유별나게 입원한 사람이 잘 없으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늦잠이라도 실컷 자면 시간이 빨리 가겠지만, 병원에선 낮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수시로 혈압을 체크해야 하고 주사도 맞아야 한다. 약도 꼬박 꼬박 먹으라고 가져다 주고, 밥도 3끼 제시간에 나오는 등 잠시도 쉬는 법이 없다. 밤 10시면 TV도 못 보게 한다. 오로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정말 나와는 맞지 않는 시스템이다.

수술을 하고 나오면 심호흡 하라는 경고를 무시한 덕분에 나는 며칠간 마취 가스의 부작용에 시달렸다. 먹는 거라곤 죽뿐인데도 소화가 안 돼서 울렁거리고 더부룩했다. 소화가 안 되는 부작용은 3일간 지속됐고 4일째 되는 날 저녁에서야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날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가 병문안을 왔는데, 떡볶이랑 순대를 사가지고 와달라고 부탁했다. 오랜만에 먹고 싶은 음식을 실컷 먹었다.

링거 수술후 5가지던 링거가 3일째 2개로 줄었다.
링거수술후 5가지던 링거가 3일째 2개로 줄었다. ⓒ 강상오

수술을 마치고 퇴원을 할 때까지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항생제 맞는 시간이었다. 피부에 바늘을 매번 찌르지 않고 링거가 들어가는 오른 손등 관을 통해 주사약을 넣었다. 래서 바늘의 공포는 없었다. 그런데도 '항생제' 주사를 맞을 때는 너무 괴로웠다.

항생제가 들어가면 오른 손등부터 혈관을 타고 오른쪽 팔꿈치까지가 얼얼하게 아프다. 왼손으로 혈관 주위의 피부를 비벼대며 고통을 잊어보려고 애썼다. 그보다 더 괴로운 건 항생제를 맞을 때 나는 냄새다. 주사를 맞았는데 코와 입 안에 항생제 특유의 냄새가 퍼진다.

정말 역해서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그 특유의 신약 냄새. 하루 한 번 항생제 맞는 시간이 너무 괴로워서 하루라도 빨리 퇴원하고 싶었다. 나의 간절한 기도가 먹힌 건지 나는 일정보다 하루 일찍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갑상샘#입원#주사#병실#항생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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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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