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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머니> 겉표지
<이지 머니>겉표지 ⓒ 황금가지
선입견일지 모르지만, '북유럽'이란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복지정책, 획일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교육제도 등이 우선 생각난다.

거기에 더해서 그곳의 풍경도 상상하게 된다. 한 여름이면 늦게까지 해가 지지않는 백야가 지속되고, 겨울밤이면 하늘을 뒤덮는 오로라를 볼 때도 있다.

높이 치솟은 침엽수 숲 위로 짙은 안개가 잔뜩 걸려있고, 그 사이로 지팡이를 든 켈트족의 마법사가 걸어나올 것만 같다. 아니면 <반지의 제왕>에 등장했던 도끼를 든 드워프 전사가 튀어나오든지.

북유럽에도 당연히 범죄는 있다. 절도나 폭행은 말할 것도 없고 연쇄살인이 일어나기도 한다. 갱단끼리 도시 한쪽에서 총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평화롭고 조용할 것같은 북유럽에서도 강력범죄는 늘 생겨나기 마련이다. 세계 각국을 무대로 한 범죄소설을 읽다보면 궁금해진다. 세상 어느 곳이 안전할지.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범죄소설

스웨덴의 작가 옌스 라피두스는 자신의 2006년 작품 <이지 머니>에서 스웨덴의 범죄세계를 그리고 있다. 북유럽의 복지국가인 스웨덴에도 어두운 세계는 있는 법이다. 조직폭력배들은 거리를 설치고 다니며 매춘을 알선하고 마약을 판매한다. 술집이나 헬스장에서 말 한번 잘못했다가는 뼈도 못추리게 얻어 터진다.

<이지 머니>에는 크게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조직으로부터 배신당해서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있다가 결국 탈옥에 성공한 마약상인 호르헤. 그는 조직의 보스에게 벌일 복수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상류사회에 대한 갈망으로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는 대학생 JW. 그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서 스웨덴의 상류층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안정된 삶을 원하지만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직폭력배 므라도. 므라도는 하나뿐인 딸을 돌보며 살아가려고 하지만 한번 발을 디딘 조직에서 그렇게 쉽게 빠져나오지는 못한다.

<이지 머니>는 이 세 명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마약과 검은 돈, 성매매와 폭력이 난무하는 북유럽의 도시 스톡홀름. 그 안에서 누가 살아남고 누가 패배자로 전락할까?

작가가 묘사하는 스웨덴 암흑의 세계

최근 몇 년 동안 북유럽을 배경으로 한 범죄소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고 있다. '밀레니엄 시리즈', '에를렌두르 시리즈', '해리 홀레 시리즈'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각각 스웨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지 머니>의 작가는 스톡홀름에서 살고있기 때문인지 그곳의 풍경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스톡홀름은 밤 문화와 쇼핑과 오락의 장이다. 사람들이 다니는 보도마다 언제나 훈훈하고, 항상 눈도 말끔이 치워져 있다. 늘 사람들로 북적대고 1년 내내 소비자가 왕이 되는 도시다.

<이지 머니>의 주인공들은 이런 도시를 뛰어다니며 자기만의 범죄와 한탕을 꿈꾼다.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복수를 생각하고 폭력을 준비한다. 거리에는 마약상과 매춘부들이 서성이고 총기도 불법으로 거래된다.

개인적으로 한번도 북유럽에 가본적이 없지만, 이런 작품들을 읽다보면 그곳의 풍경을 상상하게 된다. 작가는 스톡홀름에서 현직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니만큼 그가 묘사하는 스웨덴 암흑가의 실상도 허구만은 아닐 것이다. <이지 머니>를 읽다보면 스웨덴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두운 부분을 동시에 감상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지 머니> 1, 2. 옌스 라피두스 지음 / 이정아 옮김. 황금가지 펴냄.



이지 머니 1

옌스 라피두스 지음, 이정아 옮김, 황금가지(2013)


#이지 머니#옌스 라피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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