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6일 오후 1시 56분]
정부가 6일 '세월호 특별법 정부 시행령안'을 강행 처리한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전면 폐기를 주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앞서 정부 시행령안에 대한 세월호 유가족과 특조위의 거센 반대에도,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해양수산부 안)'을 심의·의결했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과 특조위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각각 기자회견을 예고하는 등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진상규명소위 위원장)은 이날 정부 시행령 통과 직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특조위 입장은, '정부안으로는 진상규명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전과 똑같다"라면서 "개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은 지난 4일 "정부안은 세월호 특조위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훼손해 진상규명을 방해한다"라면서 "이 시행령이 공포된다면 개정안을 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관련기사:
이석태 "정부안 수용? <조선>의 오도... 개정안 낼 것"). 특조위는 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저동 특조위 사무실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유가족들도 정부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전찬호군 아버지)은 이날 "특조위의 생명은 조사대상으로부터의 독립이며, 이에 따른 공정·객관적인 조사와 결론만이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다"라면서 "그럼에도 정부 시행령을 강행한 것은 당연한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특조위 독립성과 진상조사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쓰레기 대통령령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같은 날 낮 12시 30분께 광화문 광장에서 열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고 유예은양 아버지)는 "정부 시행령안이 강제 시행이 된다 하더라도 가족들은 시행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 반대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또 "결국 공은 특조위 쪽으로 넘어갔다"며 "특조위는 내외부 어떤 경우에도 진상조사 위원의 책무를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 직후 법률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를 통해 최루액대포 헌법소원 청구서 제출과 광화문 CCTV 불법조작·감시 주장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장을 고소하는 고소장을 중앙지방검찰청에 제출하기로 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지난 18일 추모 집회 당시, 경찰이 원래 목적과 달리 광화문 일대 CCTV를 집회 참가자들 동태 파악을 위해 사용했다"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 2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수부, 수정안 내놨지만... 특조위 "수정안, 일부 명칭 바꾼 말장난"이날 통과된 정부 시행령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 '기획조정실장'을 '행정지원실장'으로 명칭을 바꿨지만 진상규명·안전사회 건설대책 등 각 부서 업무를 총괄하는 기능은 그대로 뒀고 ▲ 전체 정원은 출범 시 90명으로 하되 6개월 뒤 확대하도록 했으며 ▲ 안전 사회 과장 업무 범위를 "다른 부처 업무와 겹칠 수 있다"는 이유로 '4·16 세월호 참사 관련'으로 한정했다.
정부 시행령은 또 특조위 내 민간인과 파견 공무원의 비율을 49명 대 36명으로 하고, 해수부에서 9명, 국민안전처에서 8명씩 파견하려던 공무원 수를 각각 4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진상규명국 조사1과장을 공무원(검찰수사서기관)이 담당하고, 특조위 내 소위원장에게 지휘·감독권한을 삭제하는 조항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시행령 제정 절차는 박근혜 대통령 재가와 공포만을 남겨두게 되면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이런 내용이 앞서 발표되면서, 이를 입법 예고했던 해양수산부는 한 차례 수정을 거친 뒤 "시행령 제정을 원점에서 다시 추진할 경우 더 큰 혼선과 갈등이 초래된다" "특조위 및 유가족 의견을 대폭 반영해 주요 쟁점사항 10개 중 7개를 수용했다"라고 주장했다. 권영빈 특조위 상임위원은 이에 대해서도 "일부 직함과 명칭만을 바꾼 말장난에 불과하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통과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부는 기왕에 시행령을 제정하는 데 있어 피해자 가족들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전향적으로 반영하는 게 특별법의 입법 취지에도 부합하며 참사의 쓰라린 경험을 치유하는 데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정부 측의 일방적인 처리와 관련해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