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재(52)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이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50m 높이 크레인에서 고공농성한 지 한 달째 됐지만 타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강 의장은 지난 4월 9일 오전 3시30분경 옥포조선소 N안벽 옆에 있는 크레인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고 있다. N안벽은 인도에 앞서 시운전을 준비하는 선박이 잠시 대기하는 곳으로, 크레인은 선박에 필요한 물품을 운반하는 장비다.
강 의장은 두 번째 고농농성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소속이었던 그는 2007년 하청노동자조직위를 결성하고 선전 등 활동을 하다 해고되었고, 그 뒤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강 의장이 소속되었던 사내하청업체는 폐업한 상태였다.
강 의장은 복직을 요구하며 2011년 3월 7일부터 88일간 옥포조선소 남문 옆 송전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그 결과 "2012년 12월 이내에 대우조선 사내협력업체로 채용토록 한다"는 확약서를 받은 뒤 농성을 풀었다. 그런데 확약서 이행이 되지 않자 다시 고공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강 의장은 크레인에 "제조업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대우조선하청노조 결성하자", "하청노동자도 통상임금 지급하라", "88일 송전탑 농성 복직확약 이행하라"고 쓴 펼침막을 걸어 놓았다.
또 강 의장은 중식시간에 작은 확성기를 이용해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노동가요를 틀기도 한다. 크레인 밑에는 소방대원과 의료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강 의장은 무단침입과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대우조선 사측의 요청을 받고 최근 퇴거명령 불이행강제금으로 하루 30만원 부과 결정을 했다. 강 의장은 크레인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면 하루 30만 원씩 내야 할 처지다.
대우조선노동조합이 강 의장의 먹을거리와 건강을 챙기고 있다. 대우조선노조 관계자는 "지금은 크게 건강에 이상이 없고, 먹을거리를 갖고 매번 크레인에 올라가서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를 상대로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데, 회사가 교섭에 잘 응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 조만간 지역사회와 함께 빠른 해결을 촉구하는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의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높은 곳에 계속 있어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다, 그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있지는 않다"며 "원청회사는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고 하지만 하청노동자 문제는 원청회사가 책임이 있다는 게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측 관계자는 "고공농성하고 있어 크레인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계속 선박을 만드는데 사용해야 하는데 무단점거하고 있다"며 "강 의장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원청회사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