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단독 과반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8일(현지시각) 전체 650개 선거구 개표 결과 보수당은 과반 의석(326석)인 331석을 확보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버킹엄궁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예방해 정부 구성 권한을 받았다.
이로써 지난 총선 때보다 24석을 더 얻으며 1992년 총선 이후 가장 큰 승리를 거둔 보수당은 연립정부(연정) 파트너인 자민당 없이도 단독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게 됐다.
보수당의 압승을 이끈 캐머런 총리는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와 손잡고 영국의 통합을 추구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 위대한 영국을 만들겠다"라고 총선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총선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당과 제1야당 노동당의 지지율이 줄곧 같게 나오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며 역대 영국 총선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투표가 끝난 직후 출구조사에서도 보수당이 다수당이 될 것이지만 280석 정도에 그쳐 과반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발표됐다. 그러나 개표 결과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여론조사기관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보수당의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여론조사기관들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이상하게도 총선 전날 발표된 11개 여론조사가 모두 잘못된 전망을 내놓았다"라고 꼬집었다.
여론조사기관들과 함께 선거를 전망했던 영국 언론사들도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진보와 보수 언론 모두 '충격적인 승리'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브렉시트' 우려 현실화... 영국·EU의 앞날은?앞으로 5년 더 영국을 이끌 캐머런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내걸었던 공약을 되새기며 긴축재정을 통해 오는 2019년까지 재정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확인했다.
최대 관심사는 캐머런 총리가 추진하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다. 이날 캐머런 총리는 2017년 안에 국민투표를 성사시켜 EU 탈퇴를 결정짓겠다고 못 박았다.
보수당으로서는 EU 탈퇴에 반대해온 연정 파트너 자민당 없이도 단독 정부가 가능해져 큰 걸림돌이 사라졌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의 EU 내 의결권 강화와 보조금 확대 등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더구나 이번 총선으로 영국 국민들의 EU에 대한 강한 불만과 탈퇴 여론이 확인되면서 브렉시트는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그러나 독일·프랑스 등 다른 EU 국가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아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모두에게 엄청난 도박이다. 유럽을 넘어 세계 경제가 벌써부터 브렉시트가 미칠 파급력을 우려하며 금융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영국 국민투표가 실시되는 2017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참패한 야권... 당수들 줄사퇴 '칼바람'예상을 뛰어넘는 승리에 보수당은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참패를 당하며 정권 탈환에 실패한 노동당은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총선보다 26석이나 줄어든 232석에 그치면서 노동당은 보수당을 견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을 이끌었던 에드 밀리밴드 당수는 즉각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힘들고 실망스러운 밤"이라며 "이제 다른 리더가 노동당을 이끌어야 할 때가 왔다"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54석을 확보하며 보수당과 연정 파트너가 된 중도보수 성향의 자민당은 무려 48석을 잃으면서 8석을 차지하는 데 그쳐 다시 군소 정당으로 몰락하고 말았다.
자민당의 닉 클레그 당수는 자신의 의석을 지켰지만 당의 패배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자민당이 (이번 총선에서) 잔인한 처벌을 받았지만 다시 승리할 것"이라면서 당수직에서 물러났다.
반면 진보 성향의 스코틀랜드독립당(SNP)도 보수당 못지않게 잔치를 즐기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6석에 그쳤던 SNP는 노동당의 텃밭이었던 스코틀랜드 지역구를 휩쓸며 50석이나 늘어난 56석을 획득해 자민당을 제치고 제3정당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를 이끌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SNP는 스코틀랜드의 자치권 확대를 내세워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여성 정치인 니콜라 스터전 당수는 SNP의 돌풍을 이끌며 이번 총선이 낳은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