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금융당국의 공식 개입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에 휩싸였다.
그간 금융당국이 기업구조조정에 개입해 채권단에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해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최근 경남기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차라리 금융당국의 개입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으로 관치금융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은 11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아래 기촉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이 요청하면 금융감독원이 채권기관 간 이견 조정 과정까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인정하는 내용이다.
현행 기촉법에서는 금감원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업무는 주채권은행 선정과 채권단 협의 개시 절차 전까지 채권 행사 유예 요청 등 두 가지였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구조조정의 핵심인 채권자 간 이견 조정, 회생 방안, 기업 개선 계획과 채무 조정, 신용 공여 수립 등에도 개입할 수 있게 된다.
단, 채권단 구성원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가능하다. 금감원 중재안 수용에는 구성원 40% (채권액 기준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했다. 금감원장이 갖고 있던 채권 행사 유예 요청 권한은 주채권 은행으로 이관한다.
"금융당국, 커튼 뒤 팔 비틀기 식으로 기업 구조조정 개입"기촉법 개정안이 나오게 된 건 최근 경남기업 사태로 관치금융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2013년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에 전방위 로비를 펼쳤고, 그 결과로 금감원이 워크아웃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이 워크아웃 당시 최수현 전 금감원장뿐 아니라 조영제 전 금감원 부원장, 그리고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맡았던 김진수 전 금감원 부행장보까지 두루 만난 사실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 3차 워크아웃 당시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경남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주주 지분을 축소하는 감자를 진행하려 했지만 금감원이 이를 막은 정황이 포착됐다.
금감원이 성 전 회장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채권단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차라리 금감원 개입 과정과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등 투명성을 확보한 뒤 개입을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과연 취지대로 개정안이 작동할 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커튼 뒤 팔 비틀기 식으로 기업 구조조정에 개입해 의도대로 해왔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촉법 개정안이 과연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번 경남기업 특혜 논란은 워크아웃 제도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없어서 나온 문제"라면서 "워크아웃 과정에서 이행점검 내용 공시 등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