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가 재보궐선거 패배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호남 민심의 해석과 관련하여 한겨레신문 기고를 통해 나름의 원인과 해법을 제시하였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691160.html). 그러나 조국 교수의 분석은 일면만을 들여다본 것이고 문제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는 상당부분 부족해 보여서 나름의 보충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필자는 광주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전남지역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후 낙선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주위에 가깝게 지내는 호남 사람들이 매우 많음은 물론이다. 물론 영남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사람들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2012년 2월까지는 다른 사람들의 친노 비판에 대하여 필자는 공격적으로 친노를 옹호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2012년 19대 총선 민주당 공천과정을 경험하고 지켜보면서 친노세력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지난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에게 매우 비판적인 견해들을 밝혔었고 지지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점을 알고서 이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대북송금 수사만으로 호남 민심이 비판적이라는 것은 외면적인 이유우선 참여정부에 대한 호남 민심의 부정적인 평가는 '대북송금 수사를 전개하여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 점'에서 찾고 있는 조국 교수의 견해는 부정확하다. 노무현 정부는 호남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탄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에서 호남 사람들은 영남 사람들에 비하여 많은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당시 문재인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의 실세는 모두 부산이었고, 참모진, 그리고 공기업 임원들 대부분이 부산이나 영남 사람들로 채워졌다고 생각한다.
호남사람들이 생각하기에 DJ정부 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하였다는 점에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하여 참여정부 인사들은 정찬용, 김완기, 이병완을 들먹이면서 반론을 펼친다. 그러나 호남사람들은 몇 사람이 형식적으로 등용되었을 뿐이고 그들이 호남을 위해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다시 반박한다. 그러므로 대북송금 수사만을 이유로 호남 민심이 참여정부 사람들에게 비판적이라는 시각은 지극히 외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두 번째, 호남 민심이 안철수를 지지하고, 이정현과 천정배를 당선시킨 것을 참여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같이 취급하는 것은 잘못이다. 안철수에 대한 지지는 새로운 사람의 등장에 따른 기대감이다. 또한 그동안 안철수가 보여준 여러 가지 역할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가 지난 지방선거때 보여준 대표로서의 정치력은 많은 실망을 안겼고, 지금은 그에 대한 지지세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정현의 당선은 조금 특이한 사항이다. 물론 당시 새정치 후보 서갑원이 형의 선고를 받고 의원직을 상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출마하였다는 불만감, 경선에서 노관규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서갑원에 대한 반감, 순천시장이 무소속이어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이정현을 지지하였다는 점, 작은 지역이지만 곡성군의 경우 이정현의 고향이어서 맹목적인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찾아야 한다. 이정현이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있는 인물이라는 점과 당시 여러 정치세력들의 노선투쟁에서 이정현의 당선원인을 찾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천정배의 경우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한다.
호남 민심이 문재인과 친노세력에 부정적인 것은 맞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에서 다시 한 번 문재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에서 호남 사람들이 받은 극단적인 차별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호남 사람들이 최소한의 등용도 되지 못하였고, 기업에서도 대부분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퇴직을 강요당하는 사례가 속출하였다.
특히 권력기관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였다. 이 때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더라도 차별적인 대우는 피하자는 취지에서 전폭적으로 문재인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후보는 낙선하였고 호남 사람들의 허탈감, 심지어 공포감은 극에 달하였다. 또한 문재인 후보의 무능에 대하여 성토하는 분위기도 많았다. 도대체 호남이 아닌 지역에서 얼마나 표를 가져왔느냐는 불만, 그의 고향에서조차 박근혜 후보에게 압도당한데 대한 실망감이었다.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친노세력은 '친노는 없다', '친노의 실체가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분명히 말하건대 친노는 있다. 노무현 정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넓은 의미에서 친노다. 노무현 정신은 자기희생이고 진정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친노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는 친노는 '패거리화' 된 친노를 말한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서 패권을 장악하려는 세력을 말한다. 현재 새정치의 국회의원이나 주변의 정치세력 중에서 친노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보면 참여정부때 문재인과 함께 참모진을 구성했던 사람들이다. 지난 총선때 참여정부 참모진 상당수가 민주당 공천신청을 하였고, 대부분이 경선 후보까지 올랐다. 다른 후보들이 경선에 오른 비율과 참여정부 참모진들이 경선후보까지 올라간 비율을 비교해 보면 어떠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는 계속해서 지난 공천과정과 관련해서 만민공동회를 개최해서 공개적인 토론을 하자고 주장했다. 물론 경선에 오른 참모진들 대부분 호남 출신이 아니었음은 당연하다. 당연히 필자의 그러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다.
두 가지만 추가하겠다. 총선 후 사고지역의 지역위원회가 몇 곳 있었다. 당연히 절차를 거쳐서 지역위원장을 임명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역은 그 자리를 비워두었다. 딱 한군데 관악을의 경우 이번에 출마한 정태호를 곧바로 지역위원장으로 임명하였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보면 분명한 차별이다. 그리고 국회의 고위직 자리 중에서 야당 몫으로 인정받는 곳이 국회도서관장 자리다. 당연히 당에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사람에게 자리를 줘야 한다. 그럼에도 그 자리는 민주당에서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았던 한명숙 전 총리의 비서관에게 돌아갔다. 도서관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었던 사람임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친노가 없다'는 공허한 외침은 새누리당에서 '친박'이나 '친이'가 없다는 외침과 다를 바 아니다.
천정배의 당선은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다. 천정배가 말하는 호남정치의 복원은 호남 정치인들이 나름의 역할을 하자는 것이고, 호남 사람들이 차별받는 것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지금 호남 정치인들 주에서 정동영과 천정배 정도의 전국적 인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새정치에서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호남 민심은 문재인을 비롯한 친노세력들이 일부러 배제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민심을 간파하고 정동영과 천정배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을 비롯한 새정치 지도부는 그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였다. 어떻든 호남 민심은 새누리당에 대항할 수 있는 새정치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를 만류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비판하였을 뿐이다.
극도의 차별 막기 위한 노력 없었다는 게 호남 사람들의 불만그럴수록 호남민심은 문재인을 비롯한 친노세력이 호남의 정치거목을 제거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였을 뿐이고 문재인과 친노세력에 대한 반감은 그만큼 커져갔다. 이번 재보선의 실패원인 중의 하나다. 천정배가 당선되기 쉬운 광주에서 출마하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천정배는 광주에서 생활한 경험도 없었던 사람이다. 또한 광주는 새정치 후보가 항상 당선되었던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소속 후보로 새정치 후보와 맞붙어 승리한 것이다. 결코 쉬운 길을 가려 했던 것이 아니다. 그동안 호남의 정치인들은 스스로 노력해서 정치적인 성장을 하려 하지않고 단지 다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자리만 유지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보니 당 지도부와 가깝게 지내려는 노력만을 하였을 뿐이다. 지역민심이나 지역현안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호남이 극도의 차별을 받고 있는데도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나 목소리가 없었다는 것도 호남 사람들이 갖는 불만이다.
호남의 고민은 있다. 천정배나 정동영 등 호남의 주요 정치인들이 호남만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을 만드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동교동계를 비롯한 과거 세력에는 어떠한 관심도 없다. 박지원 의원이 호남사람들의 대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만일 천정배와 박지원이 목포에서 맞붙는다면 어떤 결론이 나올 것 같은가? 말할 필요도 없이 천정배의 승리다. 호남의 민심은 호남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기를 원한다. 항상 영남에게 양보하고 표를 몰아주면서도 별다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호남 출신이 후보가 되어도 본선에서는 어떠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인지 또한 의문을 갖기도 한다. 호남 민심이 갖는 딜레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