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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가계 통신요금은 안녕하십니까?

작년 10월, 정부에서 "시장 안정화"와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단통법을 실시했습니다. 서민들의 통신비 부담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선 것이었죠. 단통법의 요지는 모두가 차별 없이 똑같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이통사들이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이통3사 1분기 실적발표 자료
이통3사 1분기 실적발표 자료 ⓒ 강은환

벌써 단통법 시행 8개월 차가 되었습니다. 금년 1분기 이통사들의 '성적표'를 열어보니 이통사들의 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졌습니다.

위의 복잡스런 표를 요약해보면, 이통사들이 보조금 경쟁을 할 이유가 없으니 마케팅비가 축소되었고, 그만큼 영업이익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분명히 단통법은 '시장 안정화'와 '가계 통신비 절감'이 목적이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통사의 이익극대화로 귀결이 됐습니다.

여기서 이통사 이익이 증가했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지갑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이 지출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 지갑의 주인은 어쩌면 소비자와 대리점이 되겠죠.

어떤 이들은 영업이익이 늘어난 대신 매출이 떨어졌다고 우려합니다. 물론 매출규모가 클수록 투자 유치나 고용 확대 등의 선순환을 안겨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5700만 명이나 가입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매출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통사의 다음 목표는 인터넷가입?

 한산한 휴대폰 대리점
한산한 휴대폰 대리점 ⓒ 강은환

통신사들은 휴대폰 시장에서 이익의 깃발을 쟁취하고 나서 다음 목표를 선택했습니다. 바로 19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거대 시장, 초고속 인터넷 시장입니다.

IMF시절, IT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수준의 인터넷 속도와 품질을 자랑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가정을 찾는 게 힘든 수준이 되었죠.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메이저 3사 통신사는 물론이고, 유선사업자들도 가입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은품까지 내걸고 가입유도를 하는 이 모습은 휴대폰 업계의 '보조금'과 동일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단통법의 '보조금 제한'과 비슷한 정책은 초고속 인터넷가입 분야에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방송통신위원회가 발 벗고 나섰습니다. 사은품 지급의 한도금액을 정해놓고, 그 이상 보조금(사은품)을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죠. 이 프레임은 단통법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경험을 바탕으로 논리적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초고속 인터넷가입 분야에도 방통위의 보조금 압박이 지속되면 -> 사은품 혜택이 줄어들면서 고객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 인터넷을 교체해야하는 당위성 또한 적어집니다 -> 인터넷은 다소간 공공재적 성격을 띄기 때문에 절대 수요가 줄어들 수는 없고 -> 공급자들은 예전처럼 마케팅비를 천문학적으로 지출하면서 싸우지 않아도 됩니다. -> 결국 통신사들의 대평화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휴대폰 시장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통신사 이익극대화의 반대급부로 가계 통신비 부담이 가중되고, 이를 취급하는 대리점 또한 많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논리적 추론이 맞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죠.

스마트 컨슈머의 몰락

대한민국 전역에 연결된 인터넷은, 소비자 의식 수준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TV, 신문, 라디오 등 일방향으로 정보를 취득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스스로 참여자가 됩니다. 심지어는 소비자 스스로가 매체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휴대폰 시장에서는 <뽐뿌>나 <호갱천국>과 같은 대형 정보 포럼이 스마트 컨슈머(현명한 소비자)를 양산하는 데 일등공신이 되어 주었습니다. 때로 블랙 컨슈머(비양심 소비자)까지 양산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소비자 정보공유와 확산이 더 현명하고 알뜰한 소비를 촉진한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단통법과 같은 정책은 고객 선택의 폭 자체를 줄여버리기 때문에, 소비자간 정보 격차가 더욱 커집니다. 혹은 정보 취득의 필요성 자체를 없앱니다. 일명 '플랜B의 부재'라고 쓰고 '노답'이라고 읽는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즉,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한 대안이 부재한 것입니다. 정보는 더욱 교묘해지고 음성적으로 진화하여,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를 야기합니다.

이미 휴대폰 시장의 경우에도, 불법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소수만을 위한 채팅방이 운영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휴대폰 시장은 <뽐뿌> 등의 정보 포럼이 소비자들에게 우산 효과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가입 분야의 경우에는 <백메가>와 같은 콘텐츠 웹사이트 이외에 소비자 우산효과를 제공해주는 장소가 없다는 게 치명적 문제입니다. 정보 공유를 하는 주체가 적기 때문에, 현명한 소비자가 양산될 수 있는 계기가 적은 것이죠.

알면 스트레스, 모르면 호갱... 선택의 순간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는, 빨간약과 파란약 중 어느 약을 복용할 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빨간약을 먹으면 '진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만약 제가 영화 속 주인공이었다면 그냥 파란 약을 먹고 편한 마음으로 살았을 것 같습니다.

단통법이 가져다주는 진짜 현실은, 현명한 소비에 대한 강요와 스트레스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르고 지나친다면 일명 '호갱님'(호구+고객님)이 되어버립니다. 통신사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발휘하고, 정부정책은 통신사의 전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소비자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정보제공자 또한 줄어들고 있습니다. '적당한 중간지점'을 찾기 힘든 시절인 것이죠.

문득, 중학교 시절 사회시간에 배웠던 국민경제의 3대 주체가 떠오릅니다. 가계, 기업, 정부는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경제를 이루어간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통신 시장이 그런가요?

여러분은 어떤 약을 드시겠습니까? 빨간약입니까, 파란약입니까?


#단통법#핸드폰#통신사#인터넷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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