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낮 점심 때 일본 고베시 산노미야역 앞에 있는 산플라자 지하 식당가를 거닐었습니다. 먼저 이곳에는 무슨 먹거리가 있지라는 생각으로 식당가를 둘러보았습니다.
점심시간인데도 텅 빈 식당이 있고, 웬만큼 손님들이 앉아서 밥을 먹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손님이 많은 곳은 덴푸라 튀김 정식 식당과 야키소바 군 메밀국수 집 두 곳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튀긴 먹거리를 좋아합니다. 튀긴 먹거리는 '덴푸라'하고 합니다. 푸성귀나 새우, 생선 따위를 밀가루나 빵가루로 옷을 입혀서 끓는 기름에 넣어서 익혀서 먹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도 튀김 요리를 즐겨 만듭니다. 간혹 슈퍼마켓에서 튀김요리를 하고 버리는 기름을 모으는 곳에는 늘 버리는 기름으로 넘쳐납니다.
일본 사람들의 튀김요리 사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간혹 티브이 프로그램에서도 튀김요리가 몸에 좋지 않고, 일본 사람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그런 프로그램의 기사를 이야기거리로 삼아서 말하면서도 튀김 먹거리를 주문합니다. 튀김 요리는 마약과 같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는가 봅니다.
일본 사람들이 즐거서 먹는 덴푸라 튀김 요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일본 사람들에 의하면 생선회, 메밀국수, 덴푸라 튀김을 에도시대의 대표 먹거리라고 하여 '에도(江戶) 삼매(三昧)'라고 부릅니다. 에도시대(1603~1867)를 대표하는 먹거리 세 가지가 에도 삼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선회나 메밀국수, 덴푸라 튀김이 에도시대에 시작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에도 삼매라고 부르는 먹거리는 에도 시대 이전부터 소규모로 가정이나 사찰에서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에도시대 도쿄에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 살면서 시장이나 포장마차 따위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많이 모이는 곳에서 가장 인기를 끌던 먹거리가 에도 삼매가 아닌가 합니다.
덴푸라라는 말은 '아게모노(揚げ物)'라고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아게모노는 감자, 호박, 고추, 고구마, 따위 푸성귀에 밀가루나 쌀가루에 달걀을 버무려 옷을 입혀서 기름에 튀긴 것을 말합니다. 아마도 야채 튀김은 오래 전부터 사찰 먹거리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에도시대 이후 생선이나 새우 튀김을 덴푸라라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덴푸라라는 음식은 영어의 '프리터(fritter)'에서 따온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프리터는 바나나나 사과, 파인애플 따위 과일을 옥수수 가루나 밀가루 등으로 옷을 입혀서 기름에 튀긴 음식으로 인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이것이 서양에 전해져 과자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기름에 음식을 튀겨서 먹는 습속은 사찰음식으로 불교와 더불어 나라시대 이후 대륙에서 전해졌습니다. 이후 에도시대 이후 인구의 도시집중과 서양 문물이 일본에 들어오면서 덴푸라 튀김 요리가 급속히 확대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먹는 음식으로 야키소바 군 메밀국수를 들 수 있습니다. 야키소바 군 메밀국수는 익힌 메밀국수를 기름에 볶아서 양배추, 생강장아찌, 가다랭이 가루 따위와 섞어서 먹은 음식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장면처럼 일본에서는 중화요리로 인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야키소바만 파는 전문점도 있습니다.
고베 산플라자의 야키소바 식당은 카운터식 테이블이 쇠로 된 불판으로 되어있습니다. 주방에서 야키소바를 만들어서 손님 앞 불판 위에 놓아 줍니다. 손님은 달궈진 불판 위에 놓인 야키소바를 따뜻한 상태로 먹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다른 야키소바 집과 달랐습니다.
고베 산플라자 식당가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덴푸라 튀김 정식과 야키소바 군메밀국수이었습니다. 덴푸라와 소바는 에도시대 이후 일본 사람들 사이에 대중화된 먹거리입니다. 일본은 에도시대 이후 도시화와 근대화가 가속되었습니다. 먹거리로 본 일본 사람의 식생활은 아직도 에도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니면 에도시대에 시작된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오카다 데츠(岡田 哲), 먹거리 기원 사전(たべもの起源事典日本編), 지쿠마학예문고(ちくま学芸文庫), 2013.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