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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에서 풀을 뜯는 젖소들. 지리산 자락 초원목장 풍경이다.
 초원에서 풀을 뜯는 젖소들. 지리산 자락 초원목장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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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 풀밭에서 젖소들이 한가로이 노닐며 풀을 뜯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소들이 풀을 뜯는 소리가 '사각 사각' 귓전에 들려온다. 소들의 때깔도 좋다. 건강한 소 그 자체다. 축사에서 지내는 소와 비교할 수 없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풀도 초여름 햇살에 무성하게 자라 있다. 그 앞으로는 물 맑은 저수지가 그림처럼 들어앉아 있다. 물가엔 창포가 꽃을 피웠다. 물가 풀밭에서는 신록의 유혹에 이끌려 나온 여행객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이국적인 풍경이다. 순간 뉴질랜드에라도 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난 13일 만난 지리산 자락의 초원목장 풍경이다. 구만저수지와 맞닿은 산자락에 젖소 130여 두를 놓아기르는 곳이다. 수제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며 체험장도 운영하고 있다.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과 광의·용방면의 경계에 있다.

 지리산 초원목장의 젖소들. 생소한 얼굴의 등장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리산 초원목장의 젖소들. 생소한 얼굴의 등장에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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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현 씨가 목장의 방목 이야기를 들려주며 초원을 가리키고 있다.
 박종현 씨가 목장의 방목 이야기를 들려주며 초원을 가리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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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턱대고 풀어놓지는 않고요. 풀밭이 1만 ㎡ 정도 되는데요. 10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한 군데씩 차례대로 돌아가며 풀을 뜯도록 하는 거죠. 한 군데서 사나흘 풀을 뜯고, 다음으로 옮겨가요. 이렇게 한 바퀴 돌아오면 다시 풀이 자라 있고요."

박종현(32)씨의 말이다. 지리산 치즈랜드는 한가족이 운영하는 젖소 체험목장이다. 종현 씨의 아버지 박윤규(67)씨가 목장과 축사 관리를 총괄한다. 어머니 권한숙(62)씨는 가축관리와 젖 짜기를 책임진다. 8년 전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온 종현씨와 누이 진영(41)씨가 치즈 가공과 체험을 담당하고 있다.

 초원에서 풀을 뜯는 젖소들. 지난 13일 초원목장 풍경이다.
 초원에서 풀을 뜯는 젖소들. 지난 13일 초원목장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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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초기로 풀을 베고 있는 권한숙 씨. 초원목장의 안주인이다.
 예초기로 풀을 베고 있는 권한숙 씨. 초원목장의 안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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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두 개 하고 냄비 하나로 시작했제. 살구도 심고 자두도 심고 감도 심었고. 그러다가 소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어. 과수에 줄 퇴비를 만들어 쓸라고. 소똥만큼 좋은 퇴비가 없었어.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제."

권한숙씨의 말이다. 지금부터 40년 전 과수원에 쓸 퇴비를 만들 목적으로 젖소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는 것. 이후 산간을 개간해서 소를 놓아기르는 방목장으로 만들어왔다. 젖소도 몇 마리씩 늘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규모로 커졌다고.

"사실 방목이 많이 번거로워요. 봄과 가을에 풀씨를 뿌려야죠. 일도 많고 힘들고요. 비용도 차이가 없어요. 조사료값을 아낀다고 하지만, 풀밭 관리비용이 그만큼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아버지는 돈으로만 평가할 일이 아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소가 건강하게 자란다고요."

종현씨의 말이다.

 구만저수지에서 본 초원목장 풍경. 전원 속에 자리하고 있다.
 구만저수지에서 본 초원목장 풍경. 전원 속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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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목장의 뒷산에서 내려다 본 구만저수지 풍경. 저수지 가에 목장이 자리하고 있다.
 초원목장의 뒷산에서 내려다 본 구만저수지 풍경. 저수지 가에 목장이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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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건강하게 키운 소의 젖도 그의 어머니가 직접 짠다. 하루도 남의 손에 맡겨본 적이 없다. 전량 1등급 판정을 받는다. 아이쿱생협을 통해 생산량의 80%가량을 출하한다. 학교급식으로 많이 나가고 농협마트나 우리밀사업단을 통해 내놓는다.

나머지는 치즈와 요구르트로 직접 가공을 한다. 요구르트는 원유 그대로의 제품과 딸기, 블루베리를 첨가한 제품 등 3종을 만든다. 방문객들의 치즈 만들기 체험용으로도 쓰인다. 방문객들의 체험에는 승마, 보트타기 등이 더해진다.

승마용 말도 직접 기르고 있다. 보트 타기는 목장 앞에 있는 저수지에서 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의 여파 속에서도 체험객 1만여 명이 다녀갔다.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젖소들. 지난 13일 구례 초원목장 풍경이다.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젖소들. 지난 13일 구례 초원목장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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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만난 초원목장 풍경.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목장 관리사와 치즈 체험장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3일 만난 초원목장 풍경.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목장 관리사와 치즈 체험장이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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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이 겉보기에만 좋은 게 아니다. 여러 해 전에 동물복지 농장으로 지정됐다. 생산에서 출하까지 전 과정에서 안전하다는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도 받았다. 안팎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초원을 한가로이 누비며 풀을 뜯는 젖소를 보고, 그 소가 생산한 원유로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어볼 수 있는 초원목장이다. 축산물 생산과 가공·유통에 체험까지 더해져 요즘 뜨는 6차 산업의 본보기로 자리잡고 있다.

 목장의 뒷산에서 내려다 본 초원목장과 구만저수지 풍경이다.
 목장의 뒷산에서 내려다 본 초원목장과 구만저수지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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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목장#박종현#방목#지리산치즈랜드#박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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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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