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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제공

"총학생회가 타 학교 학생과 교류의 장인 축제라는 미명 하에 학내 구성원의 의사 표현을 억압하다니... 부끄러운 줄 아세요."

축제 기간에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한 서울여대 총학생회를 향한 누리꾼의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 학교의 청소 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는 등 지난달 29일부터 28일째 농성 중이다. 

20일 새벽 서울여자대학교 제54회 총학생회 '친한친구'(아래 총학)는 교내에 걸려있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이하 노조)의 현수막 10여 개를 철거한 뒤 검은색 쓰레기봉투에 담아 노조가 농성 중인 본관 앞에 두었다. 봉투 위에는 '1년에 단 한 번뿐인 축제를 위해 자진철거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쪽지를 남겼다.

철거 뒤 총학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교내 학우와 더불어 지역사회 그리고 타 교생들과의 교류의 장이 되는 서랑제(축제)에서 보다 나은 축제 환경을 위하여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며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는 학교와 노조 그 어느 측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학생들이 더 즐길 수 있는 서랑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해당 글 아래에는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300개 넘게 달렸다.

일부 재학생들 "'인권'과 '마시고 노는 것' 중 뭐가 중요한 지도 모르나"

 20일 새벽 서울여자대학교 제54회 총학생회 '친한친구'(아래 총학)는 학교 교내에 걸려있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이하 노조)의 현수막 10여 개를 철거한 후 페이스북에 남긴 공지. 해당 글 아래에는 300개 넘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20일 새벽 서울여자대학교 제54회 총학생회 '친한친구'(아래 총학)는 학교 교내에 걸려있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이하 노조)의 현수막 10여 개를 철거한 후 페이스북에 남긴 공지. 해당 글 아래에는 300개 넘는 비판 댓글이 달렸다. ⓒ 서울여대총학생회 페이스북 캡처

재학생인 황아무개씨는 "청소노동자들의 외침을 떼고 찢어서 쓰레기통에 박아 넣은 게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것이냐"며 "파업 시작 할 때는 아무 말도 않고 있다가 처음 한다는 행동이 현수막 떼기라니, 기가 찬다"고 일갈했다. 안아무개씨도 "'인권'과 '마시고 노는 것' 중에 뭐가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들이 총학생회라는 게 서울여대학생으로서 너무 부끄럽다"며 "청소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고아무개씨는 "애초에 진짜 사용자인 학교가 간접고용으로 미화 노동자들을 궁지로 몰아넣어 현수막이 등장한 것 아니냐"며 "진정으로 현수막을 '자진철거'하고 싶었다면 학교 측에게 책임을 묻고 빠른 해결을 촉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졸업생이라고 밝힌 진아무개씨도 "문제가 있으면 원인도 있다"며 "문제의 원인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방관했으면서 마치 이성적인 양 중립이라는 단어를 써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총학의 대응을 옹호하는 댓글도 드물게 보였다. 김아무개씨는 "학교는 학생을 위해 지어진 것 아니냐"고 토로했고, 포털사이트 다음 회원 'J****'은 관련기사 아래 "학교 행사보다 노조 현수막이 더 중요하냐"며 "축제가 끝난 뒤 다시 달면 된다"고 남겼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동안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 현수막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다.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제공

현재 현수막은 노조에 의해 다시 걸린 상태다. 한혁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조직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만약 학생들이 축제 기간만이라도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면 응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쓰레기 버리 듯 봉투에 담아 본관 앞에 놔뒀다는 점에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이어 총학생회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축제 중이라 통화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만 정지우 총학생회장은 같은 날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축제 주제를 '전통'으로 잡아서 청사초롱을 달았는데 현수막이 있으니 을씨년스럽고 보기 안 좋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일 년에 한 번뿐인 축제라서 예쁘게 진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추가 철거를 암시하기도 했다. 정 총학생회장은 "노조가 오늘 아침에 현수막을 새로 달았다"며 "정문에 달린 현수막이 너무 흉하다고 건의가 계속 들어오면 추가 철거를 할 수도 있지만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서울여대#청소노동자#현수막#기습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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