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초원, 파란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일곱 명의 아이들이 가정교사인 마리아와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른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장면이다. 알프스의 푸른 산과 들판, 노래를 좋아하는 수녀와 군인 출신 홀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군대식 교육에 익숙한 아이들이 함께 펼치는 사랑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다. 산과 들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고향이다. 초록의 언덕이 펼쳐지고 시냇물이 흐른다. 뒷동산에는 소나무가 한그루 서 있고 할미꽃, 삐비가 피어있다. 토끼풀(클로버) 꽃으로 관을 만들어 머리에 두른 아이들이 천방지축 뛰어다닌다.
지난 14일 손녀 콩콩이와 무등산을 찾았다. 산장 길 가는 길은 연초록 나무숲이 길게 터널을 이룬다. 코끝을 자극하는 나무와 생풀 냄새에 가슴이 시원해졌다.
목적지는 충장사다. 사당 뒤 언덕 옆으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있고 해서 자주 가는 곳이다. 입구의 조그만 연못에 연잎이 두둥실 떠 있다. 배롱나무 한 그루가 조각처럼 서 있다. 가지 사이로 뾰족이 솟아 있는 추녀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아이들을 따라 사당 옆문으로 들어섰다. 잔디를 깎지 않아 조금은 어수선하다. 토끼풀 꽃이 무릇무릇 피어 있다. 마루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이리저리 뒹굴고, 금방 엉덩이가 새까매졌다.
지후 엄마가 머리 관을 만들어 콩콩이에게 씌워줬다. 콩콩이, 지후, 정우 셋이서 풀밭을 걷기도 하고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한다.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고 친구를 발로 차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