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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9일 오전 10시 35분]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보유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4월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 1심 선고공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보유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4월 23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 1심 선고공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4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죄로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뒤이어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도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되면 조 교육감은 직을 잃을 뿐 아니라 30억 원에 달하는 선거비용보전액을 모두 반환해야 한다. 문 전 교육감도 선거비용보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두 사람은 정말 이렇게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할 만큼 나쁜 짓을 저질렀는가? 필자의 양심을 걸고 단언한다. 조희연과 문용린은 무죄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조희연 당시 후보가 선거 기간 중 고승덕 후보에게 미국 영주권자라는 의혹이 있으니 해명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라고 한다. 고 전 후보가 미 영주권자라고 주장한 것도 아니고, 의혹을 만든 것도 아니고, 이미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라고 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라면, 더구나 당선 무효형을 받아야 할 만큼 중대한 범죄라면 이런 잣대에서 자유로울 후보자가 몇이나 있겠는가? 이건 무단횡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격이다.

문 전 교육감이 '보수 단일후보'라고 주장한 것을 과연 허위사실 공표라고 봐야 하는가? 이는 허위사실이라기보다 자신이 진보 단일후보에 맞서는 진정한 보수 단일후보라는 정치적 주장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문 전 교육감을 처벌하는 것은 스스로를 '보수 단일후보'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처벌하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형법이 개인의 '생각'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이러한 야만적인 법을 가진 나라는 없다.

물론 선거관리위원회는 문용린 전 교육감에 대해 '관권선거'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사안과 관련하여 서울시교육청의 간부 2명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안을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영주권 의혹 해명 요구와 보수 단일후보라는 죄

검찰과 1심 재판부는 조 교육감에 대해, 고 전 후보가 미국 영주권자인지 여부에 대한 사실 확인 노력을 열심히 하지 않은 채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한 것은 의혹 제기 내지 해명 요구의 형식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다름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한국에서 공직자나 공직선거 후보자에 대해 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어떠한 의혹 제기도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도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될지 모른다.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 중 검찰이 증거를 잡지 못해 무죄판결을 받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그러면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은 사실 확인 노력도 하지 않고 의혹 제기 형식을 통해 허위사실을 공표했으니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기소한 사건도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고,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 중에서 상급심에서 무죄가 되는 경우도 많다. 수사권도 없는 일반인에게 의혹에 대한 확인을 하기 전에는 의혹을 발설하지 말라고 한다면, 권력자에 대한 일체의 의혹 제기가 봉쇄되는 암흑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이는 자유선거의 이념, 나아가 민주주의의 기초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을 넘어 전체주의적인 억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 정문헌·서상기 의원 등은 모두 허위사실 유포 및 사자(死者)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아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검찰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NLL 포기 주장을 허위사실 공표가 아닌 의견 표명으로 보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은 전혀 일관성이 없다.

선거 기간 중 고승덕 전 후보는 어떠했는가? 고 전 후보는 조 교육감에 대해 통합진보당 경기동부세력에 깊게 관련됐다거나, 장남이 병역을 기피했다는 등 허위사실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으나 검찰은 눈감아 주었다. 자신의 딸이 자신에 대해 교육감 자격이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아무 근거 없이 문용린 전 후보 등의 공작정치라고 주장했는데, 검찰은 이것도 눈감아 주었다. 검찰의 기소가 '공소권 남용'이라고 비판받는 것은 이런 불균형성 때문이다.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의 비(非)형사범죄화

선진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공직자나 공직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하지 않는다. 민사적인 책임도 쉽게 묻지 못한다. 허위임을 알면서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여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한정해서 민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이다.

선진국들이 이렇게 명예훼손을 비(非)형사범죄화하고, 국제연합과 유럽안보협력기구 등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명예훼손 비형사범죄화 운동을 하는 것은, 명예훼손죄가 강자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비판을 봉쇄하는 도구로 악용되는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선거 시기의 발언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더 큰 보호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선거 시기 상대후보의 낙선을 위해 비판하고 비방하는 것은 자유선거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OECD 국가 중 '후보자 비방죄'는 한국밖에 없다). 상대후보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다만, 없는 사실을 조작하거나 허위임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허위사실로써 상대후보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부주의나 실수로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대해서 또는 사실 확인이 치밀하지 못했다고 해서(더구나 허위사실 공표라기보다는 의견 표명 내지 정치적 주장이라고 볼 만한 사안이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해명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을 하고 당선무효, 선거비용 보전액 환수 등 가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

'허위사실공표죄' 형량 조항 손질 시급

최소한 공직선거법 250조 2항 허위사실공표죄의 형량 조항만이라도 국회가 나서서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250조 2항은 어떤 언행이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가 되는 순간, 최하 벌금 500만원이다. 당선무효가 되는 형벌이 1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너무 엄청난 처벌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경우 무죄를 다투는 사안인데, 250조 2항의 허위사실공표죄가 적용되는 순간, 당선 무효형에 30억 원의 벌금을 무는 셈이 된다.

2009년 250조 2항이 실제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헌법재판소에서 심리를 했으나 합헌으로 결정이 났다. 그때 합헌의 근거는 판사가 '선고유예'를 내릴 수 있으니 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의 수위를 달리할 수 있는 판사의 재량권이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선거법 재판에서 선고유예는 여전히 극히 드문 사례에만 적용되고 있어, 모순적 법제도의 현실을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250조 2항의 형량은 최소한 250조 1항(허위 학력기재 등 스스로를 대상으로 하는 허위사실)과 동일하게(가령 벌금 5만원에서 최고 3천만원 이하) 하여 판사가 죄의 경중에 따라 적절한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시급히 개정되어야 한다. 이것은 최소한도로 '죄'와 '벌'이 상응하게 하는 '벌의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허위사실공표죄가 당분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나는, 우선 시급하게 이 비정상적인 법을 정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미 250조 2항의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기도 하다. 단지 묶어두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조희연 교육감의 1심 유죄는 우리 사회의 선거법제도 및 '죄와 벌'의 모순적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나는 멀리 호주에서 2심에서라도 이 모순적 현실의 실타래가 풀리는 희망을 품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유종성 호주 국립대 교수(정치학)가 썼습니다.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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