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발표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의 두 번째 5.18 메시지가 논란이다. 윤 시장은 17일 5.18 전야제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시민들의 항의에 퇴장한 것을 '옥에 티'라고 주장했다. 광주 지역사회에서는 이 메시지가 "사실상 김무성에 보내는 반성문"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전야제 당시 무대 방송을 통해, 김 대표에게 '퇴장'을 요구했던 김영정 행사위원회 기획단장이 <오마이뉴스>에 주장 글을 보내와 싣는다. 김무성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나가는 행인"이라고 지목한 이가 김 단장이다 [편집자말] |
해마다 오월이면 5.18기념행사로 광주는 들썩거리고, 한국 사회의 다양한 이슈가 분출한다. 35주년을 맞은 올 '광주오월'이 가장 주목한 것은 세월호 참사였다. 그 아픔을 전국에서 모여든 민주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민주주의와 진실'을 인양하는 오월이 되기를 바랐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광주오월의 품에 안겨 위로받고, '5월처럼 싸우면 된다'라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무지막지한 정권의 악행을 바로 잡아갈 힘을 얻었다. 전야제는 오월 가족과 세월호 가족이 서로의 아픔과 슬픔을 위로하며 광주시민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다. 오월정신을 되새기는 대동의 마당이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결의와 연대의 장이었다.
5.18민중항쟁 35주년 행사위원회 기획단장을 맡은 필자는, 5월 17일 광주 금남로 전야제에서 광주시민들과 세월호 가족들은 '세월호'뿐 아니라 새롭게 꿈틀거리는 '광주정신'까지 인양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2015년 광주 금남로의 오월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전야제의 그 뜨거웠던 열기와 민주시민들의 대동세상을 향한 바람이 묻히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유체이탈 화법으로 회피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며 패악을 일삼는 박근혜 정권, '임을 위한 행진곡' 거부로 상징되는 5․18 폄훼를 무시로 하는 그 집권세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무례하고 오만한 행보 때문이다.
광주오월은 없고, '봉변 김무성'만 둥둥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광주시민에게 큰 봉변이나 당한 것처럼, 이미지 메이킹된 집권여당 대표 '김무성'. 그 이름 석자만 광주 오월 위를 둥둥 떠다닌다. 부정하고 싶지만, 많은 이들의 뇌리에는 '물세례 김무성', '봉변 김무성'의 이미지만 남게 됐다. 옳고 그름을 떠나 현실이 그렇다.
일부 언론은 '봉변의 정치학'이라는 말로, 그의 행보를 분석하기도 했다. 금남로의 오월이 외쳤던 "민주주의 인양, 세월호 진실 인양", 목 놓아 불렀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온데간데없다.
참으로 기막힌 일이다. '봉변'은 오히려 광주오월이 당했음에도 광주시민들이 김무성 대표에게 '정말 못할 짓'을 한 것처럼 부풀려 졌다.
결과적으로 광주가 참 민망해졌다. '시민시장'을 자청하는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전체 시민의 뜻'까지 동원하며 김무성 대표를 향한 '반성문'을 발표했다. 아직도 아픈 광주오월을 위로하기는커녕 질책했고, 광주시민의 의사와는 하등 상관없이 광주오월의 이름을 팔았다.
35주년 5.18민중항쟁 기념 행사위원회(아래 행사위)는 물론 광주시민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와 종복 프레임 덧씌우기 등에도 김무성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막은 바 없다. 다만 전야제 참석만은 재고해 줄 것을 수차례, 간곡하게 요청했다. 예의를 갖춰 다른 대안도 제시했다. 세월호 가족들과 광주시민들의 정서로 볼 때,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김무성 대표 측에서 전야제 참석 여부에 대해 묻자, 5.18행사위는 15일 조찬회의를 열고, 이는 ▲ 공식 논의 대상이 아니며 ▲ 행사위는 불상사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고 결론냈다. 이를 김무성 대표 측에 구두로 통보했다. 김 대표를 배려해 공식 문서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16일 김무성 대표가 전야제에 참석한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세월호 광주시민대책회의는 긴급 성명을 내고 사실상 '참석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행사위도 '세월호 가족들과 광주시민들의 정서를 고려해서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김무성 대표 측을 배려해 완곡히 간청했다. 그 사이 시민들로부터 '행사위가 초청한 것 아니냐'는 항의와 오해를 받기도 했다.
행사위 내부적으로 김 대표가 '전야제를 대신해 그의 마음을 표현하게 하자'며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8일 기념식이 끝난 후 5월 단체 등 유관기관 인사들과 만찬 자리 등이 고민됐다. 이른바 '정치적 판단'에 따른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민주의 종 타종 등 다른 행사 일정으로 오찬이 어렵게 되자 '티 타임이라도 갖자'고도 했었다. 결국 우리의 바람은 수포로 돌아갔다. '정치인 김무성(아래 존칭 생략)'은 간곡한 요청과 예의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전야제 참석을 강행했다.
김무성의 '난입 강행' - 윤장현의 '해괴한 사과문'
민주대행진을 마친 오월 가족들이 무대 앞에 자리를 잡았고, 무대에서는 오월의 노래들이 울려 퍼졌다. 그런데 행사 도중, 일단의 '불청객'들이 무대 앞쪽으로 '난입'한 것이다. 김무성은 오월 유가족 옆에 자리를 잡는 뻔뻔함을 보여줬다. 항의하는 시민들과 취재 기자들로 전야제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공연은 중단됐다. 박강의(놀이패 신명) 전야제 4부 연출감독은 "5.18입니다, 어머님들 다치십니다. 천천히 나가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그 사이 시민들은 "무슨 자격으로 이 자리에 왔느냐", "김무성은 물러가라"고 항의했고 흥분한 일부 시민은 욕설을 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김무성을 에워싸고 있던 당직자 등을 향해 페트 병에 든 물을 뿌리고 빈 페트 병을 던지기도 했다. 김무성은 '나가달라'는 수십 차례의 요청을 묵살했다.
소란이 계속되자, 필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시민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그에게 항의했다.
"간곡한 불참 요청에도 김 대표가 온 이유가 무엇입니까. 밀가루 뒤집어쓰고 작금의 국면을 전환하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세월호 가족들이 지켜보는 이 자리에, 생때같은 자식들을 차가운 바다 아래 넣은 것도 모자라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시킨 집권당의 대표가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왔습니까. 지금 당장 일어나십시오."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해 5.18 전야제 '불청객'을 자청한 그 오만함에 광주시민들은 분노를 억누르며 김무성 일행을 퇴장시켰다. 전야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나가라"를 외쳤다. 다만 일부 시민이 유감스러운 행동을 한 점은 있다. 그러나 이 정도에서 그의 오만함과 뻔뻔함을 금남로에서 쫓아낸 것은 광주시민의 높은 민주의식 덕분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무성의 행보와 물세례만 부각됐다.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만으로, 김무성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면 됐다.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그가 무리해서 전야제에 '난입'한 목적은 분명하다.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를 더욱 부각시킨 이가, 다름 아닌 오월정신을 그토록 강조해 왔던 '시민시장' 윤장현 광주시장이다. 20일 윤장현 시장은 5.18 메시지를 발표했다. 대시민 메시지란다. 5월 들어 벌써 두 번째다. 그런데 그 내용이 해괴하다. 필자가 보기에 광주시민을 질책하며 김무성에게 보내는 '사과문' 다름 아니다. 메시지의 행간은 광주오월과 광주시민을 '못난 이'로 취급하고 있다.
윤 시장은 "여당 대표가 5.18 전야제 행사에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일은 '옥에 티'"였으며 "5.18이 배타성과 지역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메시지에는 새누리당 부대변인에게 뺨을 맞은 광주시민의 억울함과 불쾌감을 살피지 않고 있다. 망월동과 옛 전남도청으로, 둘로 쪼깨져 치러진 5.18 기념식을 위로하는 '말 한마디'도 없다. 김무성은 5월 단체 회장들의 유감 표시에 "더웠는데 시원하고 좋았다"라며 너스레까지 떨었다.
윤 시장의 5.18 메시지를 접한 세월호 가족들과 광주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5월 17일 밤, 광주 금남로가 이토록 김무성과 윤 시장에게 모욕을 받을 만큼 큰 잘못을 했단 말인가? 오히려 '옥에 티'는 김무성의 난입이었고, 봉변을 당한 것은 금남로의 광주오월과 광주시민이었다.
'김무성 퇴장'을 두고 5.18의 배타성과 지역성을 극복하자는 윤 시장. 하지만 그 지역성이란 박근혜 정권과 집권여당이 만든 것이다. 광주 스스로 지역성을 키우거나, 배타성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니 타박을 하려거든 집권 여당과 정권에 해야 할 일이다.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5.18묘역을 참배하거나 5.18기념식을 참석했을 때 어느 누구도 욕설을 하거나, 막아선 일이 없다. 그런데 윤 시장은 무엇을 보고, '배타성'이라는 언사를 함부로 하는지 모를 일이다.
윤 시장은 '열린 5.18'이라는 보기엔 고상한 말로 위장했지만, 스스로 오월을 갉아먹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윤 시장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윤 시장, '시민시장 아님' 증명하나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오월을 위해 '전야제 불참 대신 다른 방식으로 김무성의 마음을 표현하게 하자'라고, 이른바 '정치적 판단' 운운했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오월은 누가 집권하든 집권당에는 한없이 불편하고 소외받는 민중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한 고향 같은 곳이어야 한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전국의 소외 받은 이들, 저마다 억울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찾아오는 신문고 같은 곳이어야 한다.
올해는 세월호 가족들이, 동료들을 잃고 망연자실한 노동 형제들이 오월의 주인공이었다. 이들이 김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 오월은 신중해야 한다. 세월호 가족들, 노동 형제들의 정서와 함께하지 못하는 오월은 점차 찾는 이가 줄어들 것이다.
윤장현 광주시장의 5.18 메시지에서 언급한 지역성과 배타성은 김무성과 새누리당, 보수세력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다. 윤 시장은 스스로 나서 광주시민을 모독하고, 광주정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김무성의 장단에 춤을 추고 있는 꼴이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 시장은 측근에게 "별다르게 큰 의미를 부여해서 한 말이 아닌데 사람들이 오해를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 시장이 '큰 의미 없이', 혹은 정치적 사교를 위해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
현직 대통령은 레임덕에 시달리고 뚜렷한 대권 후보가 없는 새누리당의 전략은 '화합'과 '상생' 비슷한 것으로 차기 후보군을 만드는 것이다. 김무성 또한 대권행보를 위해 5.18전야제와 노무현 대통령 추모제에 참여했다. 우리는 그들의 '정치 쇼'를 중단시키고,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 시킨 정부 시행령을 폐기하라고, EG그룹 회장인 대통령의 동생(박지만)은 노동자의 분향소 앞에서 사죄하라고 해야 되는 것이다.
윤 시장은 시민사회단체의 사과 요구, 지역사회의 비판 여론에 묵묵부답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스스로 '시민시장'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비난 여론만 키울 뿐이다. 정중하게 요청드린다. 광주시민에게 '김무성 반성문'에 대해 사과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