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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수학 교육인가? '수학' 때문에 교육 주체들(학생, 교사, 학부모)이 고통스럽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고, 온 나라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많은 학생은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되어 절망하고 있고, 대부분 교사는 알아 듣는 학생이 별로 없어 거의 벽을 보고 강의한다. 학부모는 학원비와 과외비 등 사교육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

엄연히 수학 교육의 목적은 논리적·합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있다. 그러나 이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 우리나라에서 수학 과목은 학생들을 성적 순으로 줄 세우려는 '변별력의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수학이라는 기차는 철로를 벗어나 괴물처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자고 크게 목소리 내지 못했다. 이 오래된 모순, 그리고 불편한 진실에 드디어 "발가벗은 임금님"이라고 소리치듯 나섰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수학교육,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마땅히 교육부와 교육청 등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을, 결국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는 말처럼 교육 시민 단체가 나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교육 주체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아니 가려운 곳 하나 긁어주지 못하는 교육 당국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 학생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어렵게' 배우고 있지만...

28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6개국 수학 교육과정 국제비교 컨퍼런스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핀란드, 독일 등 6개국과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을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어렵게” 배우고 있지만, 정작 교수·학습 방법은 훨씬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6개국 수학 교육과정 국제비교 컨퍼런스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핀란드, 독일 등 6개국과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을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어렵게” 배우고 있지만, 정작 교수·학습 방법은 훨씬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김형태

지난 28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필즈상을 다수 배출한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핀란드, 독일 등 선진 6개국의 교과서와 우리나라 교과서를 상호 비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수학 교육 과정·지도 항목 및 주제, 배우는 시기·방법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을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어렵게' 배우고 있지만, 교수·학습 방법은 훨씬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선진 6개국보다 평균 18.3개 항목(26.9%)을, 중학생들은 17.5개 항목(29.2%)을 더 이르게 배우거나 많이 접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중학생들이 배우는 이등변삼각형의 성질 등 논증 기하 분야는 선진 6개국의 경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배우거나 아예 배우지 않는 나라들도 있었다. 일부 비교 분석한 고교 과정에서도 문과에서 미적분을 필수로 배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었다.

또한 핀란드의 경우,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중학교부터 4개 학년에 걸쳐 '개념–연산-응용'을 단계별로 차근차근 배우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중3 과정에서 단 몇 시간 만에 끝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핀란드 등 다른 나라들은, 여러 학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배우는 나선형 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한 가지 학습 주제를 단 번에 가르치고 끝내는 경우가 많아, 학생 입장에서는 한 번 낙오되면 다시 따라잡기 힘들다. 결국 '수포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습 분량도 우리나라가 초등학교의 경우 27%, 중학교의 경우 29%가 더 많았다. 특히 '수포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중학교 과정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보다 21%, 핀란드 학생들보다 심지어 60% 더 많은 분량을 배운다. 다른 나라에서는 대학에 진학한 후 배우는 미적분을 우리나라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배우고 있었고, 주요 단원의 학습 시기도 우리나라가 1~2년 정도 빠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는 '전국수학교사모임'과 '좋은교사운동'의 협조를 받아 2013년 11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초·중·고 현직 교사들을 중심으로 33명의 연구진을 구성해 진행했다. 아쉽게도 고등학교의 경우, 나라마다 학생들의 진로 및 대학 입시 방법에 워낙 차이가 커 비교 분석 대상이 주로 초·중학교에 그쳤다.

이들 연구진들은 우리나라 수학 교육은 분량만으로 보면, 엄청나게 많은 내용을 빠르게 가르치고 있지만, 그렇게 진도에 쫓겨 속성으로 가르치다 보니, 사고력은 없고 지식으로 채워져 있고, 학생들이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가 사고하고 있다고 봤다. 또 발견의 기쁨이 없다 보니 수학 과목에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고 했다. 아울러 6개국에 비해 협력 학습, 토론·토의 등 교수·학습 방법 면에서도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학업 성취도 수준은 최상위권... 동기 부여 지수, 자신감, 흥미도 등은 바닥

수포자된 건, 아이들 잘못이 아닙니다 어제 발표 현장 벽에 내걸린 펼침막, 그렇다 수포자가 된 것은 아이들 잘못이 아니라 순전히 어른들 잘못이다.
수포자된 건, 아이들 잘못이 아닙니다어제 발표 현장 벽에 내걸린 펼침막, 그렇다 수포자가 된 것은 아이들 잘못이 아니라 순전히 어른들 잘못이다. ⓒ 김형태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학업 성취도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수학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 지수나 흥미도는 바닥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왜 수학을 공부하느냐고 물으면, 많은 학생이 "수학이 싫지만 내신 성적과 입시에서 워낙 비중이 크기 때문에 즉, 좋은 대학 가기 위해 억지로 중요 과목인 수학과 씨름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13일, OECD 경제 분과에서 세계 76개국 학생들 대상으로 '수학 실력 평가 결과'를 BBC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일부 언론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취 수준이 3위로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크게 보도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성취도 평가'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성취도는 높았지만, '흥미도'나 '자신감'은 최하위권이었다. 또한 성적과 학습시간의 상관성을 조사한 '학업 효율성 지수' 역시 바닥 수준이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때 "수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공부하는가?"라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한 한국 학생은 30.7%인 반면, 인도네시아 78.3%, 태국 70.6%였다. 이번에는 "수학 시간이 기다려지는가?"라는 물음에, 한국 학생은 21.8%, 미국 45.4%. 일본 33.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얼마나 수학을 기피하고 싫어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통계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 각종 통계와 수치에서 보듯,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다시 말해 동물 사육하듯 '선행 학습과 반복 학습의 연속'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세계에서 최장 시간 쥐어짜듯 수학 공부를 하니 당장은 성취도결과가 높게 나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다 높은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요구하는 고학년이 되면 따라가지 못해 결국 '수포자'로 전락하는 학생들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더 천천히', '더 적게',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중학교 2학년 학생 중 74%가 수학을 포기하고 있단다 수많은 학생들은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어 절망하고 있고, 교사들은 알아듣는 학생이 별로 없어 쇠귀에 경 읽듯 거의 벽 보고 강의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학원비와 과외비 등 사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학생 중 74%가 수학을 포기하고 있단다수많은 학생들은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어 절망하고 있고, 교사들은 알아듣는 학생이 별로 없어 쇠귀에 경 읽듯 거의 벽 보고 강의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학원비와 과외비 등 사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 ⓒ 김형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발표를 계기로, 수많은 학생을 '수포자'로 만드는 교육 과정 및 입시제도를 당장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어렵게', '더 재미 없게'가 아니라 이제는 '더 천천히', '더 적게', '더 쉽게', '더 재미있게' 가르쳐야 한다. 어른들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나라 학생들도 일부 선진국 학생들처럼 얼마든지 즐겁게, 행복하게 수학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연구진들은 "수학 교육 과정과 항목·주제를 일방 통행식이 아니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조정하고, 주입식 수업이 아닌 발견 학습이 가능한 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학사교육포럼 최수일 대표도 "현재 수능 시험 대비를 위해 고등학교 3년 과정을 2년 만에 끝내고 있는 현실을 반영, 수능 시험 범위를 3학년 1학기 정도까지로 하는 등 재조정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상대 평가에서 절대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학 교육이 철저하게 입시 도구로 활용되고 있고, 대학 진학 이후에는 전공과 연계성이 없으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제라도 "수학을 왜 배우는가? 수학을 배워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그 이유부터 설명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수포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수학에서 배우는 기쁨을 맛보게 해줘야 하고, 사고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 체득하게 해줘야 하며, 확률·도형·함수·미적분 등이 우리 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하고, 수학에서 배우는 개념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는지도 가르쳐야 한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적용될 새 교육 과정의 수학 학습량을 20% 줄이겠다고 지난 2월 약속했다. 학습량을 20% 정도 감축해 수학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수학 과목에 대한 흥미도 높이고, 쉽고 재미있는 수학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시안을 보면 오히려 이전보다 더 부담을 늘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과서 개정만으로는 '수포자'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소위 상위권 대학들이 상대 평가 방식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변별해 선발하는, 현재의 대학 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은 한 수학 과목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 교과서의 학습량만 줄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없다.

따라서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등 대학 서열화를 깨려는 획기적인 노력과 함께, 학력 사회를 능력 사회로 전환하는 근본적인 처방과 노력도 병행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독일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져야만, 우리나라 학생들도 시험을 위한 수학 공부가 아니라 배우는 기쁨을 발견하는, 진정 즐겁고 행복한 수학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로, 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프레시안과 국민TV에도 보냈습니다.



#수포자#수학포기자#수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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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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