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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 아니'에 실렸습니다. '너 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뮤지컬 <팬텀>의 한 장면.
뮤지컬 <팬텀>의 한 장면. ⓒ EMK 제공

지난 4월 말 뮤지컬 <팬텀>이 한국 초연의 막을 올렸다. 이 공연은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오페라의 유령>을 각색한 작품으로,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과 라울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팬텀>은 유령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작년, 우리나라에 초연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국내 뮤지컬 팬들의 기대를 한껏 모은 작품이다. 나도 그들 중 하나다. 막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 공연은 놓칠 수 없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으니까.

고등학생이 '귀족 취미'에 빠지게 되기까지

하지만 나는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뮤지컬 공연만 보러 다녀도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현실적 문제, 전국 모의고사, 기말고사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인데, 공부를 뒤로 미루고 내가 좋아하는 공연만 따라다녀도 되나라는 갈등이 생긴 것이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것을 보겠다는데, 누가 말릴까 라는 생각이 한편으로 또 들었다. 이리저리 생각해보다가 결국은 예매를 하고 말았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듯, 내 가족이나 친구들도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공연도 좋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
"그걸 모아서 다른 걸 살 거야."


이 말은 나도 동의한다. 뮤지컬 공연 가격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뮤지컬이 좋은데.

또 이런 말들도 한다.

"그런 공연은 부자들이나 보는 거잖아."
"공연은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건데, 가면 뭔가 어색해."

이런 생각도 비난하지는 않겠다. 물론 '공연은 즐기는 것'이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깨게 만드는 소위 귀족들의 취미인 뮤지컬, 오페라, 발레...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에서 보편화 돼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는 일명 '뮤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뮤지컬 팬'이다. 내가 뮤지컬 팬이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중학교 1학년, 당시 내 취미는 유투브에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뮤지컬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이라는 넘버를 옥주현이 부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표현을 못하겠다. 전율? 감동? 환희? 이런 긍정적인 것을 다 합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영상을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 끝나고 나니, 마치 내 기분은 소나기가 그친 후, 나뭇잎에 맺혀 있는 물방울에 하얀 빛이 스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영상을 다 본 후, 똑같은 넘버를 다른 배우들이 부른 영상이 떠있었다. (김선영 배우) 그 영상도 보고 나니 같은 뮤지컬에 다른 노래들도 궁금해졌다. 그때부터 넘버를 찾게 되었다. 넘버를 찾고, 들으면 들을수록 나는 뮤지컬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때 내 또래들은 느끼질 못했던 뮤지컬만의 아름다움을 느꼈던 게 아닐까 한다. 넘버에서 가장 먼저 반했던 부분은 '노래 자체'였다. 같은 부분인데도, 어느 사람은 당겨서 불렀고, 어떤 사람은 늘려서 불렀다. 배우들은 한 노래를 가지고, 자신이 이해한 대로 부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뮤지컬 레베카 포스터 제가 감명깊게 봤던 뮤지컬 공연의 포스터 입니다.
뮤지컬 레베카 포스터제가 감명깊게 봤던 뮤지컬 공연의 포스터 입니다. ⓒ 이서영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공연은 1년을 기다렸던 <레베카>이다. 그 공연은 원작과 거의 다를 바가 없는 각색에, 소설과 분위기가 너무나도 비슷해서 몰입도가 높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 뮤지컬의 대표 넘버인 '레베카'가 나올 때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나오는 댄버스 부인과 '나'의 고음을 내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나는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의 최고를 들었다.

이렇게 나는 뮤지컬에 빠졌다. 뮤지컬에 빠지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뮤지컬 공연 후기를 올리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틈틈이 봐온 공연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해 올렸다. 후기를 올리면서 문득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공연을 보고 글 쓰는 직업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직업을 찾아보니 예술부 기자, 뮤지컬 칼럼니스트, 뮤지컬 비평가 등이 있었다. 그때부터 내 꿈은 뮤지컬 칼럼니스트가 되었다. 공연을 보고 추천하는 것도 좋고, 내 생각을 정리해 쓰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공연들을 보고, 후기도 꾸준히 쓰고 있다. 언젠가 내 꿈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으니 말이다.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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