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교과서의 한자병기를 추진한다'던 교육부가 오히려 유료 한자검증시험 업체의 한자경진대회를 뒤에서 도와주고 있는 사실이 처음 드러났다.
특히 해당 업체는 '경진대회 준비를 위해 학원지도를 받으라'는 취지의 문서까지 만들었다. 그런 뒤, 전국 초중학교에 '교육부장관' 명칭을 활용한 공문을 보내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학원 지도받은 뒤 참가하라'는 한자경시대회에 왜 후원을?1일, 한자검정시험 사업 등을 벌이는 업체인 한국평생교육평가원이 전국 초중학교에 보낸 공문 '제2회 교육부장관상 전국학생한자경진대회 무료참가'를 보면 이 업체는 "교육부 승인을 받았다"면서 교육부 휘장을 맨 위에 올렸다. 그런 뒤 학교장에게 "많은 학생이 참가할 수 있도록 적극 추천해 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참가비를 받지 않는 대신 대회 준비용 교재를 2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업체가 만든 문서에는 "대회연습을 위해 훈련교재를 한정본 발행하여 지원하니 주문하라"고 적혀 있다.
특히 이 업체가 만든 '한자능력경진대회 본선준비 교육안내'란 문서에는 "대회 준비: 개인 출전자는 학원, 학습지 선생님 훈련지도나 개별 자습 훈련"이라고 명시했다. "학원의 '훈련지도'를 받아가며 대회 준비를 하라"고 사교육 조장 행위를 한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3월 이 대회를 공식 후원하기로 결정하고 시도교육청에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장관상도 주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4월 27일 '교과서 한자병기'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적정한자 수에 대한 규정이 없어 사교육 유발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한자병기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올해 3월 5일에는 "사교육 유발을 막기 위해 외부 경시대회는 물론 교내 경시대회까지 축소하는 정책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던 교육부가 뒤에서는 한자 업체의 경시대회를 후원한 사실에 대해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노미경 전교조 초등위원장은 "교육부가 왜 절대 다수 초등 교사들의 반대를 무시하면서까지 교과서 한자병기를 고수하고 있는지 그 이유가 드러났다"면서 "한자 업체의 행사를 후원하기로 한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즉각 사과하고, 교육부는 시대착오적인 한자병기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 "당초 약속과 달라...해당 업체 조사할 것"교육부 관계자도 "한국평생교육평가원이 교육부장관 명칭을 앞세워 대회 이름까지 다르게 홍보하고 특정 교재를 사도록 한 것 등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관련 사항에 대해 조사한 뒤 당초 약속과 달리 부조리한 행동이 나타날 경우 교육부 후원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업체와 공개 못할 관계가 있느냐'는 물음에 "그런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한국평생교육평가원 관계자는 1일 "교육부가 2018년부터 한자병기를 추진하고 있으니까 한자대회를 보급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무료로 준비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한자대회를 보급하려는 목적이지 수익을 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