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딸기에게 망사를 씌워 새들이 더 이상 쪼아 먹지 못하게 되자, 빨간 딸기들이 제법 푸른 잎 사이로 삐쭉삐쭉 내민다. 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냥 바라만 보아도 즐겁다(관련 기사 :
새들아 이제 그만 쪼아 먹어).
"에궁, 귀여워라! 저 아까운 딸기를 어떻게 따먹지요?""우리보고 따 먹으라고 예쁘게 모양을 내고 있질 않소? 그러니 아침마다 후식으로 몇 개씩 따 먹어야지요. 자, 오늘도 왕비님 후식으로 여기 딸기를 바치나이다."아내는 몇 그루 안 되는 딸기에서 탐스런 딸기를 따 먹기가 아까운 모양이다. 나는 아침 마다 열 개 정도 잘 익은 딸기를 따서 아내에게 진상을 하고 있다.
딸기는 당뇨를 않고 있는 아내에게는 매우 좋은 식품이다. 딸기는 당분이 3~7%밖에 없는 대신 비타민 C의 보고이다. 더구나 노지 딸기는 맛이 더 상큼하고 영양이 풍부하다. 아내는 요구르트에 딸기를 넣어서 후식으로 먹고 있다.
매일 아침 곶감 빼먹듯 따먹는 딸기 맛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10~20개를 따 내면 그 다음날 아침 그만큼 또 익어 있다. 얼마나 고마운지….
나는 이 고마운 딸기를 신주 모시듯 돌보고 있다. 매일 아침 물을 뿌려주고, 퇴비도 사이사이에 조금씩 넣어주었다. 딸기에 흙이 묻지 않도록 딸기 밑에 볏짚도 깔아주었다.
오늘 아침에도 딸기를 따고 있는데 대추나무 가지에서 까치부부가 까악 까악 울고 있다. 그 소리가 마치 "나도 좀 줘요"라고 울상을 짓는 것 같다. 새들의 즐거운 식사거리를 망사를 쳐서 못 먹게 하니 좀 미안하기도 하다. 대추나무를 올려다보며 까치에게 속삭였다.
"까치야, 미안해. 내년에 좀 더 많이 심으면 그때 나누어 먹자."
그러나 내년에 더 많이 심는다고 하여 그때 까치부부에게 딸기를 내 줄지는 미지수다. 가치부부는 한동안 시큰둥하게 앉아 있더니 휙 날아가 버렸다.
침만 흘리다 말고 간 까치부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일 아침에는 망사끝 쪽을 조금만 열어 놓아 까치부부가 몇 개 쪼아 먹도록 해야 할 것 같다.